프랜차이즈 갑질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어용' 가맹점 모임이 '본사의 횡포·갑질이 없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한데 대해 "업무에 참고·반영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최근 자기 반성문을 내놓고 강력한 공정위 개혁을 천명했지만 일선에선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피자헛 가맹점 사장인 신모씨의 민원에 대한 공정위 답변서를 보면 담당 사무관은 "기탄없이 의견을 주신데 대해 감사드리며, 향후 업무에 참고·반영하겠다는 점 말씀 드린다"고 처리 결과를 통보했다.
신씨는 지난 달 21일 민원을 넣었고 답변은 이달 4일 이뤄졌다. 이 답면만 보면 신씨가 피자헛 본사 갑질에 대해 민원을 넣었고, 공정위가 이를 참고해 시정하겠다는 것으로 읽히기 쉽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신씨는 "피자헛 가맹본부에 대한 소수의 불만자들이 판촉행사 등 각종 사업 정책들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고 이러한 사항들이 언론에 사실인양 보도됨으로써 오히려 다수 가맹점들이 불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김상조 위원장 앞으로 호소문을 보냈다.
신씨는 전화통화에서 "5000만원 어치를 팔았는데 남는 게 없다, 본사에서 비싼 물품 구매를 강요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CBS노컷뉴스가 최근 보도한 '인테리어 교체 강요'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을'인 가맹점주이면서도 전적으로 '갑'인 본사 편에 서 있는 셈이다.
신씨가 최근 불거진 프랜차이즈 갑질 피해 상황과 전혀 동떨어진 민원을 넣은 것은 그가 사실상 '어용' 가맹점 모임의 사무국장이기 때문이다.
본사의 갑질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피자헛 가맹점협의회가 있는데 신씨는 가맹점주연대라는 별도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주류인 가맹점협의회에는 230개 가맹점이 가입했지만, 가맹점연대는 2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맹점주연대에 '어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은 이 단체 대표 양모씨가 피자헛 본사 임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양씨는 1993년 피자헛에 입사해 영업이사를 지내고 수년 전 퇴사했다.
현재 대구와 수도권 지역에 피자헛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의 태도가 논란이 될수 밖에 없는 것은 공정위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 사무관은 이에 대해 "의례적인 대답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민원 내용도 없어서 반영을 하려고 해도 반영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공정위은 최근 피자헛이 프랜차이즈 매뉴얼을 수정하면서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독소조항들을 일방적으로 추가하고 통보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신규 매뉴얼에는 가맹점주들에게 비용 지불 책임을 지우거나 본사의 지침을 거스를 경우 가맹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배달시스템 구축이나 본사에서 개최한 세미나 등에 참석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는 가맹점협의회가 수차례 문제를 제기한 뒤 이뤄진 것이어서 '늑장' 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협의회 관계자는 "공정위 측에선 처음에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며 "언론에서 크게 보도됐지만 공정위의 소극적인 태도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검찰이 수사중인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고발하는 등 뒷북 대응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며 친인척이 관여한 중간업체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50억원대의 이익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그간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고, 중요한 오류도 있었다"는 김상조 위원장의 반성이 '과거형'에 그치지 않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