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오랜 침묵을 하고 있다. 조작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나도록 안 전 대표가 어떤 입장표명도 하지 않으면서 당 안팎에서 책임론도 역으로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 때 당 대표직을 내려놓았던 안 전 대표는 이번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안 전 대표는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가 있었던 26일 당일 상황을 보고 받고 여러 의원 및 참모들과 후속 대응 방안을 상의했다.
일부 측근 의원들은 이날 바로 입장 표명을 바로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섣부르게 나서서는 안 된다는 참모진들도 상당수 있어 찬반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초선 의원은 "어찌 됐건 후보가 중심인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도의적으로라도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드렸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았는데, 결국 아무런 입장을 안 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개인적으로는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렸다. 그러면서 입장 표명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가 입장표명을 미루는 이유는 이번 일을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다소 거리를 두며 사안을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5월 2일부터 민심 대장정을 시작해 전국 각지를 돌고 있는 상황이었고, 선거 막판에 공명선거추진단에 과도한 네거티브를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에 당내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책임을 질 마땅한 카드도 없다는 점도 고민을 키우고 있다. 한 참모는 "리베이트 사건 때와 달리 뭔가 내려놓을 직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안 전 대표가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이 존폐 위기에 몰리고,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은 마당에 선거의 총 책임자인 후보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도의라는 것이다.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영남대 교수)은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 전 대표의 책임론을 노골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캠프에 몸담았던 핵심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뭔가 대단한 얘기를 하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사과를 안 한다고 책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무책임하고 '나몰라라'로 비쳐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번 일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툰 리베이트 사건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이유미 씨의 범행이 드러나고 본인이 자백한 이상, 잘못된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에 당과 후보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선거의 총 책임자이자 당사자였던 후보가 사과를 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29일 이유미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끝나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30일을 전후에 입장 표명을 할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