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골프연습장 부녀자 납치 살해사건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의자들은 완전범죄를 위해 범행대상을 살해하기로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범행대상, 장소 미리 물색…현장답사까지
현금인출기에서 촬영된 창원 40대여성 납치 살해사건 용의자의 모습. (CCTV화면 캡쳐/경남경찰청 제공)
사건을 수사중인 창원중부경찰서가 검거된 심모(29) 씨에 대한 조사 결과, 납치범들은 범행 계획을 세우고, 범행장소를 미리 정해 답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달아난 심천우(31)·강정임(여·36) 씨는 검거된 심 씨가 서울에서 창원으로 내려온 지난 10일을 전후로 창원·고성·진주지역을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신용불량자인 형 심 씨는 어머니의 신용카드로 사용해 오다 이마저도 연체로 카드사의 사용정지되면서 생활비로 쓸 돈마저 궁해지자, 함께 살던 강 씨와 범죄로 돈을 벌기로 계획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보험사기 등을 계획하다, 골프장 캐디로 일했던 경험 등을 통해 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을 다니는 부유층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하기로 계획을 바꾼다.
이들은 그런 뒤, 창원·고성·진주 등을 돌며 미리 범행 대상과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피해자를 납치한 골프연습장에도 다녀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 장소로 해당 골프연습장을 결정하고, 범행 당일 주차장에 숨어 있다 혼자 고급 외제차를 타고 들어오는 여성인 A(47)씨를 범행 대상으로 골라 3시간 넘게 기다리다 납치했다.
이들은 A 씨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입에 사전에 준비한 스타킹을 넣고 청테이프로 막은 뒤 손발을 끈으로 묶었다.
◇ 경찰추적·수사에 혼선주기 위해 도주 경로 나누고, 가짜번호판도 미리 준비이후 강 씨는 아우디, 심 씨는 스포티지를 몰고 미리 물색해둔 고성군으로 향했으며, 경찰 추적에 대비해 아우디가 앞장서고 스포티지는 뒤따르는 식으로 차를 몰고 이동했다.
또,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동생 심 씨가 고성군의 한 버려진 주유소 옆에 형과 A 씨를 내려주고 먼저 창원시 의창구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 아우디를 버리러 간 강 씨를 태운 뒤 다시 합류했다.
공개수배된 심천우(좌)와 강정임. (사진=창원서부경찰서 제공)
이들은 사건 당일 밤 11시 30분 전라도로 이동하다 경남 진주시 진수대교 인근에 A 씨 시신을 마대자루에 넣어 유기했다.
시신이 가라앉게 하기 위해 돌덩이 3개를 함께 넣어 물 위로 던졌지만, A 씨 시신이 물 위로 떠으르면서 진수대교 아래에서 지난 27일 발견됐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가짜 번호판과 위장하기 위한 가발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범행 다음 날인 25일 광주로 이동해 이곳에서 A씨 카드를 이용해 은행 두 곳에서 현금 410만 원을 인출했다.
현금 인출을 할 때도 신원 노출을 막고자 심 씨는 미리 준비한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는 등 여장을 한 채 돈을 뺐다.
또, 번호판 3개를 바꿔 달아가며 경찰 추적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같은 차량이 번호판만 바꿔달면서 현금인출기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용의차량으로 특정했다.
결국 이들은 26일 밤 경남 함안군으로 넘어온 뒤 이 차량의 동선을 추적한 경찰에 의해 27일 새벽 발각됐다.
◇ 완전범죄 위해 미리 살인 계획 세웠던 것으로 추정
이번 사건은 돈을 노린 범죄였지만, 완전범죄를 위해 미리 살인을 계획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전부터 범행 대상이 정해지면 범행 자체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범행대상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또, 피해자 가족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하지 않았고, 납치 2시간여 만에 피해자를 살해된 점 등으로 살인을 미리 계획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형 심씨에 대한 주변인들의 진술과 정황 등을 파악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때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범행대상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 A 씨는 시신으로 유기되기 전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달아난 심 씨와 강 씨가 검거되면, 자세한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단순 납치·강도가 아닌 청부나 원한 등에 의한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