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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 차림 백선하 교수, 왜 백남기 수술 고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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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경득(서울대병원 전 노조위원장)

 

서울대병원이 어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진단서를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을 했습니다. 사망진단서가 나온 지 9개월 만의 일이죠. 서울대병원 측은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의학적인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따르는 게 적절하다 이런 최종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입니다. 관련해서 노조에서는 이번 기회에 의료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이게 무슨 얘기인지 서울대병원 노조의 박경득 전 위원장 만나보겠습니다. 박 전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박경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서울대병원이 진단서의 사인을 정정했다. 이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요?



◆ 박경득> 이렇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이슈가 된 일을 다시 수개월에 걸쳐서 정정을 하게 된 사례는 이례적인 일이 맞죠.

◇ 김현정> 그렇죠. 그 이례적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주장을 해 오신 분이 박경득 위원장이잖아요.

◆ 박경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 분이 보시기에 이번 사인 변경의 의미랄까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 박경득> 진단서를 이렇게 정정하는 것은 사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전문가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원칙에 어긋나는 그런 학문적 판단을 했을 때 사회가 집단이 나서서 그걸 정정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사례를 남기는 일이 됐죠.

◇ 김현정> 그런 의미로.

◆ 박경득>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백선하 교수. 담당자였던 백선하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완강했거든요. 마지막에는 이분이 입장을 변경한 건가요? 사인 변경해도 좋다고?

◆ 박경득> 백선하 교수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래서 여태까지 사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병원 내의 이런 의료분쟁, 소송이 있을 경우에 의료윤리위원회를 열 수 있게 돼 있는데 당사자가 그 위원회에 참석을 해야 됩니다. 동의를 해야 되는데 백선하 교수는 끝까지 위원회에 참석도 못하겠다, 열리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 해서 열리지 못했던 거고요.

◇ 김현정> 그러면 어떻게 해가지고 그게 열리고 사인변경까지 간 거예요?

◆ 박경득> 진단서를 발급한 사람, 거기에 명의를 올린 해당 전공의가 진단서 발급자이기 때문에.

◇ 김현정> 잠깐 정리를 하자면 그 당시,그러니까 마지막 사인을 자기가 적어넣은 분은 전공의였던 거예요. 그런데 그 위에 나는 교수와 상의를 했다,백선하 교수와. 이렇게 하면서 결정을 내린 건 백선하 교수다 이렇게 얘기가 전개가 됐던 거죠?

◆ 박경득> 네, 실제로 도제식 문화가 있기 때문에 담당 교수의 의견을 거스르기가 힘든 상황이고 담당교수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 발급자는 전공의. 서류상에는 전공의입니다. 그 사망진단서 발급자는 전공의와 병원장으로 돼 있는데 의료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발급자인 전공의, 신경외과 전공의에게 수정권고를 했고, 전공의가 권고를 수용해서 이게 외인사로 수정되는 과정이 있었던 거죠.

◇ 김현정> 사실은 그 전공의가 그동안에 전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입장 내고 이런 게 없었는데 일종의 용기를 내고 윤리위에도 참석하고 사인 변경도 받아들이고 이렇게 한 거네요?

◆ 박경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병원은 계속 출근했습니까?

◆ 박경득> 네, 업무를 계속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굉장히 힘들었겠네요, 진짜.

◆ 박경득> 힘들었죠. 사실 그 전공의가 의무기록상에 사망진단서를 부원장 그리고 백선하 교수와 상의해서 작성했다는 그 한 줄을 남길 때는 정말 필사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 진단서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저희는 보고 있거든요.

◇ 김현정> 진단서에 그게 하나 남아 있었어요. 이거 내가 지금 병사라고 쓰지만 이거는 이건 내가 쓴 게 아니라 교수와 상의한 거다라는 흔적을 남겨놨었죠.

◆ 박경득> 네, 진단서 말고 의무기록지에.

◇ 김현정> 의무기록지에. 그렇죠.

◆ 박경득> 전공의가 용기를 낼 수 있는 그런 과정이라는 것이 어떤 개인이 그런 결심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그리고 병원 내에서도 민주적으로 이걸 수정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래요. 병사냐 외인사냐. 그 한참을 끌어온 논란. 핵심은 사실은 백남기 농민이 병원에 실려오던 그 순간의 상황일 거예요, 그 순간.

◆ 박경득>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당시 혹시 기억나세요? 그 당시 아십니까?

◆ 박경득> 네, 아주 선명하게 기억이 나죠. 정말 엄청난 일이었고 당시에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사실 그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마침 백남기 환자의 상태에 딱 맞는 세부전공을 전공한 교수님이 그날 당직이었어요. 그런데 그 전공을 하신 교수님이 소생이 어렵다, 이미 사망과 가까운 상황이다. 그리고 수술이나 이런 걸 진행하기 힘들다. 가족들에게 마음의 정리를 하시라라고 다 얘기를 한 상태에서.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이미 수술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음의 준비하십시오까지 내린 상태에서.

◆ 박경득> 네, 그렇죠. 응급실에서. 그런데 갑자기 신경외과 과장인 백선하 교수. 그 교수가 등산복 차림으로 와서 수술합시다라고 얘기를 하게 되죠.

◇ 김현정> 수술합시다?

◆ 박경득> 네. 그리고 수술이 진행되고 300여 일 동안 연명의료가 행해지게 됩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해서 수술을 했는데 이분이 사망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어쨌든 죽을 뻔했던 사람을 살려낸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수술을 해서 살려냈다는 그 자체를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떤 뭔가 그 뒷배경 같은 걸 의심하는 게 있어서 그러시는 걸까요?

◆ 박경득> 백선하 교수가 그날 응급실에 오게 된 과정이 혜화경찰서에서 당시 병원장이었던 오병희 병원장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그 밤에. 오병희 병원장이 백선하 교수에게 연락을 해서 백남기 환자를 맡게 하는 그 과정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환자라면 경찰서에서 그렇게 연락이 가지도 않고 병원장이 세부전공 맞지 않는 교수를 담당의사로 지정하는 일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 말씀은 이대로 목숨을 잃으면 사망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커질 테니까 어떻게든지 목숨을 붙여놔야 된다, 목숨, 생명은 건져내야 한다 이런 위로부터의 오더, 명령 같은 게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의심하시는 거예요?

◆ 박경득> 네, 그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죠.

◇ 김현정> 그 당시에 가족들한테 이분 이대로 그냥 세상을 떠나도록 하는 데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수술해서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는 쪽으로 가시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면 가족들은 전자를 선택했을 거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경득> 그날 사고로 응급실에 오셨고 경황이 없었고 교수가 바뀌면서 다른 교수가 수술이 가능하다 희망을 준 거죠. 수술 할 수 있다 수술하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그 유가족들이 그런 판단을 하기에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수술 이후에 중환자실에서 수백여 일을 있는 동안 가족들이 연명의료를 더 이상 원치 않는다, 고인의 평소의 뜻에 따라. 그렇게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연명의료를 끌어온 것은 이거는 저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 박경득> 이 부분에 대해서 나중에 백선하 교수가 가족들을 보호하지 않고 언론에 가족들이 포기했기 때문에 더 살 수 있는 환자가 돌아가셨다 이렇게 한 부분은 정말 윤리적으로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일단 이 사람이 어떤 위태위태한 환자를 수술을 통해서 살려놨다는 자체를 지금 비난할 수는 없는 문제고. 문제는 마지막에 이분이 돌아가실 때 이 병명을 외인사로 쓰느냐 병사로 쓰느냐에 따라서 사실은 굉장히 상황이 달라지는 이 지점에서 이 교수는 외인사가 아닌 병사를 택했다는 점 이 부분이 중요한 건데. 당시 그 교수는 이분이 신장투석을 계속한다면 더 살 수도 있는 분이었는데 그걸 중단해서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이거는 병사지 물대포에 의한 직접적인 외인사는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거는 어떻게 보세요?

◆ 박경득> 정말 궤변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경우 병원에 들어올 때 이미 사망의 직전 단계였고 전문의로부터 소생이 어렵다고 했고 의식이 없었습니다. 이 환자가 경증으로 들어와서 점점 치료과정에서 중증으로 발전된 것이 아니라 들어왔을 때 이미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들어왔기 때문에 장기간 치료 과정에 다른 질병의 발생으로 병사가 됐다라는 건 맞지 않는 얘기죠.

◇ 김현정> 노조는 병원장 퇴진까지도 요구하고 계시더라고요. 서창석 병원장이 이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뭔가 좀 드러난 게 있습니까?

◆ 박경득> 서창석 병원장은 이후에 치료과정의 기록이나 상황을 청와대에 수십 차례 보고한 것. 무단으로 열어본 것은 병원장이니까 권한이 있다라고 주장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환자의 의료기록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이거는 명백한 불법행위죠. 그 기관이 아무리 청와대든 어디든 환자와 유가족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이렇게 유출하는 것은 맞지 않는 거죠.

◇ 김현정> 의료적폐를 이번 기회에 청산하고 가야 한다 이런 주장하셨는데. 돌아보면 참 긴 시간 논란이었던 사건이에요. 이번 사건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라고 할까요, 뭐라고 생각하세요?

◆ 박경득> 국민 누구라도 어떤 병원이라도 그렇겠지만 국립서울대학교병원에 올 때는 정말 이 병원이 내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 여기가 아니면 그 다음은 없다라는 심정으로 생명을 내맡기고 병원을 믿고 신뢰하고 찾을 겁니다. 그런데 권력의 요구. 또는 그 어떤 부정한 요구에 의해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판단에 근거를 가진다는 것은 정말 국가 중앙 병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냐 없냐. 존립 근거의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런 잘못을 다시 국민의 힘으로, 사회적 집단의 힘으로 바꿔냈다는 게 큰 의미가 있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겠죠. 그런 일들을 전체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박경득 전 위원장님 고맙습니다.

◆ 박경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대병원 노조 박경득 전 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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