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India" 입장 못 한 인도인 유학생
-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SNS 영상 올려
- '코 막고 피하는' 인종차별 경험도
- "그래도 한국 사랑 변하지 않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키슬라이 쿠마르 (인도인)
우리가 외국에 나갔는데요. 식당에서 한국인은 입장 금지다 하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습니다. 인도에서 온 한 유학생이 이태원의 유명한 식당에 들어가려다가 입장을 거부당한 일이 벌어졌는데. 이 영상이 SNS에 올라오면서 지금 떠들썩합니다. 2017년에 어떻게 이런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을까. 참 보면서도 부끄러운 우리 모습인데 피해 당사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되돌아보죠. 이 사건의 피해자 인도인 키슬라이 쿠마르 씨 지금 연결이 돼 있습니다. 쿠마르 씨, 안녕하세요.
◆ 키슬라이 쿠마르> 안녕하세요.
◇ 김현정> 유학생이시라고요?
◆ 키슬라이 쿠마르> 네.
◇ 김현정> 자기소개를 좀 해 주시죠.
◆ 키슬라이 쿠마르> 제 이름은 키슬라이 쿠마르입니다. 지금 서울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 김현정> 대학원에 다니시는 분. 그러면 한국에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키슬라이 쿠마르> 한국에 온 지 2년 됐어요.
◇ 김현정> 2년. 2년 됐는데도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시네요.
◆ 키슬라이 쿠마르>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한국에서 공부하겠다 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이태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 키슬라이 쿠마르> 지난주 금요일에 이태원에 있는 바에서 친구들과 같이 갔었는데요. 바 입구에 줄을 서 있는데 경호원이 와서 신분증을 달라 그랬어요.
◇ 김현정> 신분증을 달라? 줄 서 있는데?
◆ 키슬라이 쿠마르> 네, 친구들은 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바에 들어갔는데 종업원이 저를 세우더라고요.
◇ 김현정> 세워요, 쿠마르 씨만?
◆ 키슬라이 쿠마르> 네네. 그러면서 인도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제가 왜 그러냐고 물어봤어요. 이유가 하나도 없대요.
◇ 김현정> 그냥 안 된대요?
키슬라이 쿠마르씨가 찍은 당시 동영상
◆ 키슬라이 쿠마르> 네. 경호원이 그냥 인도 사람은 들어갈 수 없대요. 그러면서 그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인도 사람도 안 되고 파키스탄 사람도 안 되고 몽골 사람도 안 되고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사람도 안 된다.
◇ 김현정> 인도, 파키스탄, 몽골, 카자흐스탄, 사우디, 이집트 사람 안 된다? 아니, 그럼 같이 간 친구들은 다 한국인들이었어요?
◆ 키슬라이 쿠마르> 아뇨. 친구들은 다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었어요.
◇ 김현정> 다른 나라. 주로 어떤 곳에서 온 친구들이었어요?
◆ 키슬라이 쿠마르> 콜롬비아, 러시아, 프랑스, 캐나다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친구들이었어요.
◇ 김현정> 그래요. 다 되는데 당신, 인도인은 안 된다?
◆ 키슬라이 쿠마르> 네네, 맞아요.
◇ 김현정> 아니, 이게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보통 기분 상하는 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 키슬라이 쿠마르> 첫 번째 처음에는 저는 좀 모욕적이었고.
◇ 김현정> 모욕적?
◆ 키슬라이 쿠마르> 네, 제가 무슨 범죄자가 된 것처럼 느꼈어요. 화도 났고요. 나중에 지나서 생각하니까 제가 이걸 그냥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냥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 키슬라이 쿠마르> 이건 분명히 사회적으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인도 사람이 모욕을 당한 게 아니고, 인종차별의 문제니까요.
◇ 김현정> 그래서 SNS에다가 이 영상을 올리신 거군요.
◆ 키슬라이 쿠마르> 예,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영상을 봤습니다. 그리고 이슈가 되니까 해당 업체에서 사과문을 올렸는데 내용이 이래요. 우리는 몰랐고 그렇게 시킨 적도 없는데 용역업체 소속의 보안요원들이 아마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죄송하다, 이런 내용. 이거 듣고는 납득이 되세요?
◆ 키슬라이 쿠마르> 친구한테서 그 사과문에 대해 들었는데요. 그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한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 경호원과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외국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겪고 있으니까요, 지금.
◇ 김현정> 그러니까 쿠마르 씨만의 아주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많은 외국인 친구들, 많은 외국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까, 지금도?
◆ 키슬라이 쿠마르> 네. 다른 외국 친구들한테 이런 것을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며칠 전에 제 인도인 친구는 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거기 10살짜리 여자 아이는 학원 원장님에게 왜 저 선생님이 저렇게 까맣냐고 물어봤더래요.
키슬라이 쿠마르씨가 찍은 당시 동영상
◇ 김현정> 영어 학원에? 영어 학원이었군요.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갔는데 왜 까만 사람이 나를 가르치느냐?
◆ 키슬라이 쿠마르> 네, 맞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그런 건 물어보는 게 아니라고 가르치긴 했다느데요. 그 10살짜리 아이들이 이런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건 좀 나쁘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또 어디 지나다니고 그러면 겉으로 입장금지를 하고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뒤에서 수군수군 이런 것들 경험한 적도 있으세요?
◆ 키슬라이 쿠마르> 인종차별을 겪은 적이 있어요.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제가 어떤 남자 앞에 앉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불쾌해하면서 자기 코를 막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자리로 바로 옮겨갔어요.
◇ 김현정> 코를 막으면서 옮겨갔어요.
◆ 키슬라이 쿠마르> 네, 코를 막으면서 옮겨갔어요.
◇ 김현정> 이게 진짜 이해가 안 가는 게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한국인들 김치 냄새 난다 이러면서 누가 그러면, 코 막고 그러면 우리 정말 기분 나빠하거든요. 참 한국이 좋아서 먼 인도에서부터 한국까지 공부를 하러 온 유학생인데 이런 일을 당하고 나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좀 나빠지지는 않으셨을까 저는 걱정도 되네요.
◆ 키슬라이 쿠마르> 아니요, 아니요. 한국에 대해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아요. 왜냐하면 저는 한국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은 정말 훌륭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사람들과 한국 문화도 아주 좋아요. 그리고 이번 일로 제가 한국을 좋아하는 건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거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고 더 크게 봐야 할 것 같아요. 이거는 한국과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겪는 문제니까요.
◇ 김현정> 한국 너무 사랑하고 이것 때문에 한국에 대한 사랑이 변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이 문제를 세상에 좀 알려서 한국의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신 거군요?
◆ 키슬라이 쿠마르>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쿠마르 씨. 들으면서 정말 얼굴이 화끈화끈해질 정도로 부끄러운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정말 제가 대신 사과드리고. 한국에 대한 애정 감사드리고요. 공부 열심히 하셔서 원하는 거 다 이루시고 고국으로 돌아가시기를 제가 기원하겠습니다.
◆ 키슬라이 쿠마르>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참 황당한 일이 벌어졌구나 하고 넘길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자리 잡은 뿌리깊은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태원 식당에서 입장을 거부당한 외국인 쿠마르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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