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고 '차별'이 없어야 할 학교가 이상하다.학교에서 일하는 수 십여 개의 직종이 '정규직'과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단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절반의 임금, 차별, 반말과 무시 등의 대우를 받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재원 마련과 역차별 해소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것이 현실.학교 내 다양한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CBS가 짚어봤다.<편집자주>편집자주>나는 학교 비정규직입니다 |
①나는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입니다 (계속) |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공)
#. 학생들은 학교 보안관의 도움을 받고 등굣길에 나선다. 학교에 들어서면 스포츠 강사, 영어 강사 등에게 수업을 받는다. 그 사이 영양사는 식단을 짜고, 조리사와 조리원들은 음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식한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과 후 학교에 출근하는 당직 기사들은 학교의 문단속과 경비에 힘쓴다.
학생들이 등굣길부터 하굣길까지 마주쳤던 이들 중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다. 대부분 사람은 학교를 생각하면 흔히 '학생'과 '교사'만 떠올린다. 하지만 학교 내에는 이들을 제외한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의 '2016 학교 비정규직 현황'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 전체 인원은 교육공무직원(학교회계직원) 14만 1173명과 비정규직 강사 16만 4870명, 파견·용역 근로자 2만7266명, 기간제 교사 4만 6666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약 38만 명에 이른다.
이 중 학교 행정 및 교육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공무직의 직종만 약 50여 개에 달한다고 학비노조는 설명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대전 역시 총 31개 직종, 3347명의 교육공무직원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 비정규직, 당신은 누구와 계약을 맺었습니까
노조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 직종은 크게 세 종류의 계약 관계로 나눌 수 있다.
조리원, 교무보조, 돌봄 전담사, 조리사 등 교육공무직원은 주로 교육감 직고용을 맺고 있다.
반면 정교사가 휴직하거나 파견을 갔을 때 임시로 채용되는 계약직 교사인 기간제 교사와 신학 겸임교사, 스포츠·예술 등 강사 직군 등 교육을 담당하는 비정규직은 학교장 계약이거나, 간접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교육감 직접 고용 조례가 제정됐지만, 일부 직종은 학교장에게 채용권을 위임하고 있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교육청 차원의 인력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고용불안은 늘 따라오는 문제"라며 "학교장 계약도 고용이 불안하지만, 더 심각한 게 용역에 소속돼 간접 고용되는 직종"이라고 지적했다.
◇ 무기 계약직은 비정규직이다? 아니다?어느 직종까지 학교 '비정규직'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교육청과 학비노조의 입장은 극명히 나뉜다.
교육감과 직접 고용을 맺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교육공무직에 대해 교육청은 '정규직'으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회계직종은 2015년 교육감 직고용제로 바뀌며 교육공무직이라고 명칭이 바뀌었다"며 "60살까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청은 파견·용역 노동자에 대한 임용권이 없어서 이들도 비정규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학비노조 대전지부는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은 임금이 같고 승진, 승급조차 없는데 어떻게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무기계약직은 계약 기간이 무기한인 계약직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노조는 같은 직군의 공무원과 영양사, 교무실무원, 조리원의 임금을 비교한 결과를 내놨는데, 일하면 할수록 정규직과 임금 차별이 심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10년 차 공무원은 93만 원이 인상됐지만, 학교 비정규직은 17만 원 인상돼 단 18% 수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