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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나몰라라…"반성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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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자본시장을 선진화시킬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3백여 기관투자자 가운데 아직까지 참여하겠다고 나선 곳은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이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과 관리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뀐 측면이 크다.

참여가 자발적인 만큼 기관투자자로서는 적극성을 보일 이유가 없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이 코드를 채택하면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채택한 원칙에 따라 기업의 경영활동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관여(engagement)를 해야 한다. 또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도 어떤 원칙에 따라 행사하고 안했는지를 추후에 공시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스스로 채택한 원칙인 만큼 지키지 않았을 경우 법적인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에 의해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채택하기 전보다 훨씬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부담도 더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이외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은 퇴직연금 등으로 자신들의 잠재적인 고객인 기업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의한 관여가 경영간섭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재벌그룹에 속한 자산운용사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면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해관계에 반한 행동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탁자로서 고객과 수익자의 재산을 성실하게 관리할 책무를 규정한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은 기관투자자로서는 거부할 명분이 없는,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관여를 통해 기업의 중장기적인 가치가 올라가고 고객의 이익이 향상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기관투자자로서는 자신이 처한 현실과 수탁자로서 응당 해야하는 책무 사이의 갭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참여도를 빠른 시일 안에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550조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업계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탁운용사 선정 때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을 평가항목으로 두게 되면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은 모두 코드를 채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성사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대세이고 그쪽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어떤 액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10년 걸릴 것이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변해갈 수 있느냐에서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황세운 실장은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국민연금격인 후생연금펀드(GPIF)가 정부의 압력을 받았겠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면서 코드 도입이 크게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에 대해 시급성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습으로 대조를 보인다..

채택여부는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올들어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문제는 안건으로 올라가지도 않았다.

또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다음 번 회의 때도 안건으로 다룰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관장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도 있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도 많은 것으로 안다. 사용자와 노동자, 시민단체 등 이해단체가 많은 기금운용위원회 입장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닌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과연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게 될지, 된다면 언제 이뤄질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의견이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활동이나 경영,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채택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공론화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채택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할 수 없다. 결정도 언제 날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것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금융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특정 이해단체의 이해관계와 결부시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 코드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돈을 맡긴 고객이나 수익자의 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탁자로서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응당 따라야 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공단의 인식은 삼성물산 합병 찬성 논란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반성이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국민연금 입장에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가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할 수 있는데 '나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가진 ‘국민연금 신뢰제고 실천 결의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이 대회는 공단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신뢰제고에 눈이 쏠려 있는 가운데 가진 것인데 왜 신뢰제고를 하게 됐는가 하는 배경에 최순실 게이트가 한 줄도 언급이 안돼 있다. 또 투자결정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한다고 하면서도 운용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런 점을 보면 국민연금이 아직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단정할 수 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연금 일각에서는 이미 의결권 행사지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황세운 실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지침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지침의 원칙대로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삼성물산 합병 때 백일하에 드러났다. 의결권 행사지침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원칙이 있는지 어떻게 행사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공시도 안한다. 이에 반해 스튜어드십 코드는 의결권 뿐만 아니라 수탁자책임이 전반적으로 더 강하다. 또 의결권을 행사하고 어떻게 행사했는지 공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큰 차이를 낳는다.

“의결권 행사지침은 지침만 있고 뒷단에 그 이행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스튜어드십 코드는 원칙과 절차, 의결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역도 공개해야 하는 등 정보의 투명성이 강화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상적으로 채택되면 현재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나게 될 것이다”라고 황실장은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과 이를 관장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인식 전환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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