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유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자 선출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후보자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보수진영의 주자들이 모두 확정됐다.
보수주자들의 약세가 뚜렷한 가운데, 홍 후보의 앞날이 순탄치 만은 않다. 조기대선이 1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한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 극복은 그의 최대과제로 꼽힌다.
보수진영 단일화 신경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비주류인 그가 당을 장악,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의 적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홍트럼프식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 洪, '보수진영 단일화' 속내는?…'바른정당 고사작전'
홍 후보도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보수진영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는 이날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좌파 둘, 안철수 얼치기 좌파, 그리고 우파 한 사람의 구도에서 보수 우파들이 뭉치면 반드시 이긴다"고 내다봤다. 또 "국민의당과는 후보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까지 포함하는 비(非) 민주당 단일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우선 보수진영이 뭉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보수진영 단일화 움직임도 현재로서는 주춤해진 기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홍 후보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문제 삼으며 단일화 원점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다.
홍 후보는 일단 단일화에 매달리기보다는 일단 유 후보와의 보수 적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서 대구 경북이 성장배경인 홍 후보가 PK(부산 경남)와 TK(대구 경북) 민심을 흡수하면 바른정당에 위기론이 번지고,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 후보 측은 "유 후보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침체돼 있으면 당 내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단일화 요구가 자연스럽게 강하게 터져나올 것"이라며 "대선자금은 또 어디서 가져오겠느냐"고 했다.
홍 후보도 선출 직후 "바른정당 사람들, 이제 돌아와야 한다"며 "유승민 후보와 같이 (한국당에) 들어오면 된다"고 사실상 '흡수론'을 내세웠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자 선출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김진태, 김관용, 이인제 예비후보가 함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TK 목장의 혈투…'친박 복귀론'도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일단 당을 장악해 '보수의 심장 TK'를 지지기반으로 확보하는 게 필수다. 비주류인 홍 후보가 당 주류이자 TK를 근거지로 한 친박계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본인을 "대구 경북의 적자"라고 강조한 홍 후보는 바른정당이 요구하는 친박 인적청산은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만 탄핵된 게 아니고, 핵심 친박들도 탄핵이 됐다"고 "(탈당 명분이 사라진 상황에서) 큰 집으로 돌아오는데 조건을 내거는 건 옳지 않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흐름에 발 맞춰 친박계 일각에서는 이미 당원권 정지 등의 징계를 당한 핵심인사들까지 다시 전면에 나서 홍 후보를 도울 수 있다는 '복귀론'까지 솔솔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재 홍 후보를 측면지원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물론, 같은 '탈당 친박계'인 이정현 전 대표도 복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홍 후보가 "선거에 이기려면 지게 작대기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점도 이 같은 '친박 복귀론'에 무게를 실고 있다. 그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진박(眞朴) 김진태 의원을 포함한 경선 경쟁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모든 분들을 다 모시고 힘을 합쳐 5월9일 강력한 우파 정부 수립을 한 번 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