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지 3년만에 인양됐다. 세월호는 미수습자 수습부터 사고 원인 그리고 구조과정의 문제를 규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3주기가 되는 4월 16일까지 세월호 침몰 원인, 구조과정의 문제 그리고 국가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어떻게 '떼쓰는 세력'으로 적대시 했고, 진상 규명 작업을 어떻게 방해했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
① 세월호 조타수의 양심고백…'C데크 천막'의 진실 계속 |
전남 진도군 사고해역 인근에서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진 세월호가 선체 전부가 수면위로 부양된 상태로 목포함으로 이동 준비를 하면서 선내의 해수와 잔존유를 빼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가 목포 신항 뭍으로 옮겨지면서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고인이 된 세월호 조타수가 세월호 급속 침몰의 원인으로 C데크 천막을 지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순간에는 조타수 조준기씨가 타를 잡았음)
세월호 침몰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첫 단계는 급변침과 복원력 상실 등이 단초를 제공한 침몰 원인이다. 그러나 급변침 만으로 그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없다. 불과 1시간 30여분만에 거의 뒤집어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이은 침몰 과정에서 '급속 침몰'을 연속적으로 보지 않으면 안된다. 세월호는 6천 8백톤이 넘는 초대형 선박이다. 복원력 상실로 침몰이 시작됐지만, 급속 침몰이 아니었다면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골든 타임'은 그 만큼 더 늘어 났을 것이다.
세월호 조타수의 양심선언 편지 중. (사진=장헌권 목사님 제공)
고인이 된 조타수의 양심 고백은 세월호 침몰과 급속 침몰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고백에 따르면 C데크 천막(세월호 2층, 가로 14m)을 통한 해수 유입은 급속 침몰의 상당한 이유로 추정 된다. 그는 편지에서 "그 주차공간 외벽이 철재가 아니고 천막으로 개조됐다"고 밝혔다.
◇ C데크 천막 부분 통해 세월호 전체 바닷물 62% 유입
화물칸 C데크는 세월호 2층이다. 1층 D데크 위에 위치한 C데크는 복층구조로 트윈데크(Twin Deck)'로도 불린다. D데크에는 트럭 등 화물차가 실리고 C데크는 복층이어서 높이가 낮은 승용차나 화물이 주로 선적된다.
C데크 천막은 고인이 된 조타수의 고백에 따라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도 당시에는 주목 받지 못했지만, C데크를 통한 바닷물 대거 유입이 언급된 적 있다.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안전기술 이상갑 박사는 특조위 용역을 받아 "세월호 침몰 후 선내 침수과정 재현'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48분 25초경에 횡경사가 62.3도에 이른다. 횡경사란 세월호가 (좌현으로) 넘어질때 경사도를 말한다.
횡경사 62.3도에서의 선체 자세 (사진=세월호 침몰 후 선내 침수 과정 재현 용역보고서)
C데크는 선미 유입구를 통해 횡경사 48.5도에서 해수가 처음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9시 12분 1초경이다. 하지만 9시 45분경부터 배가 60도 기울면서 해수 유입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월호는 9시 46분 횡경사 60도에서 불과 24분이 경과한 10시 10분경에는 77.9도로 넘어진다. 급속 침몰의 진행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세월호에 침투한 바닷물 가운데 62%가 C데크 천막 부분을 통해 유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C Deck 천막 유입구 (9:22:10, 49.2°) (사진=세월호 침몰 후 선내 침수 과정 재현 용역보고서)
구조의 '골든타임'이었던 9시 26분경부터 9시 45분까지 19분간 6~7도 정도 기운 것에 비하면 얼마나 빨리 침몰해갔는지를 알 수 있다.
세월호 생존자는 "최상부 갑판과 조타실 바로 아랫층인 4층(B데크) 복도에 있었는데, 배가 60도에서 70정도 기울었을때 불과 9초만에 바닷물이 발밑에서 머리부분까지 올라왔다"고 진술했다.
◇ C데크는 천막 대신 외벽이었나?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C데크가 천막으로 이뤄져 해수가 급격히 유입됐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원래 C데크에 외벽이 있고 그 외벽을 철거한 뒤 천막으로 가렸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상갑 박사는 "시물레이션을 수행하면서 우련통상 관계자(세월호 화물 선적 담당)에게 물었더니 'C데크 선미부분은 흰천으로 된 천막으로 가려놨기 때문에 가벼운 비바람조차도 방수 기능을 제대로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C데크 선미 부분에 원래 외벽이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세월호 전신인 일본 나미누우에호 사진을 보면 외벽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오픈된 개구부였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나미노우에호(1994년 건조)를 구입한 뒤 증축과 개조를 거쳐 인천-제주 노선에 투입했다.
나미노우에호 C데크 선미 부분 (사진=세월호 침몰 후 선내 침수 과정 재현 용역보고서)
◇ 첫 해수 유입은 절단한 D데크 선미 램프 통해 급격한 우회전(대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넘어가는 등의 원인 제공이 없었다면 당연히 C데크까지 바닷물이 유입되기는 어렵다. 2층부여서 1층 D데크에서 바닷물 유입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급속한 침몰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월호의 급속한 침몰을 C데크 천막 부분에서 바닷물 대거 유입이라는 '순간적 과정'으로만 보면 안되고 침몰의 연속과정으로 봐야 한다.
세월호가 급격한 변침으로 고박 부실 등의 원인이 작용하고 복원력을 상실해 침몰했다는 것이 검경 수사 결과다. 침몰된 배를 조사하지 않고 내린 결론이다. 새로 발족된 선체 조사위는 육상에서 배를 직접 살피며 침몰 원인을 조사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C데크로 바닷물이 유입되기 전 D데크(1층) 도선사 출입문과 이번 인양 과정에서 절단된 선미 램프를 통해 바닷물이 최초로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도선사 출입문은 잠깐 열려 있었다 해도 유입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시뮬레이션에서 조사 됐다.
연구팀은 오전 8시 49분 54초경 세월호가 좌현으로 35도 기울었을 때부터 D데크 선미 램프를 통해 바닷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봤다.
D데크 선미 램프 해수유입구 (사진=세월호 침몰 후 선내 침수 과정 재현 용역보고서)
D데크 선미 램프는 차량을 싣기 위한 통로다. 램프 길이는 11m이고, 진입구 크기가 가로 7.2m×세로 4.2m에 이를 만큼 대형 개구부다.
세월호가 좌현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화물이 선미쪽으로 쏟아졌고 이에따라 D데크 선미램프쪽으로 해수 유입이 시작됐다.
문제는 D데크 선미램프가 이번 인양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침몰 과정에서 열린 것인지, 아니면 침몰때 바닥 충격으로 잠금잠치가 헐렁해진 뒤 인양과정에서 열린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만약 침몰과정에서 열렸다면 D데크 선미램프를 통해서도 물이 상당히 쏟아져 들어와 그 윗층인 C데크쪽 해수 유입도 매우 빨라졌을 수 있다.
이상갑 박사는 그러나 "선미램프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손상을 당했고, 이번 선체 인양과정에서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다만, 원래는 선미램프에도 물이 새더라도 양이 아주 미미해야했지만, 세월호 램프는 조잡한 관리로 훨씬 느슨해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선체 조사위는 급변침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침몰 원인의 단초를 제공한 것인지, 그 원인에 따라 절단한 선미램프와 C데크 천막을 통해 차례로 대거 바닷물이 유입된 것인지를 집중 조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