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사진=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27일 호남지역 당 순회경선 투표에서 6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했다. 호남에서 일부 '비문 정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는 호남 지역에서 몰표를 받음으로써 '대세론'을 증명했다.
특히 호남 지역민들은 25~26일 국민의당 현장 경선도 흥행시키며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64%의 지지를 보냈다. 각 당의 경선에서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며 1등 주자들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정권교체에 대한 여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으로 비상 시국인만큼 군소 주자들에게 소신 투표를 하기보다는 될 사람에게 전략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본선 국면에서 '문재인' VS 안철수'의 싸움이 전개됐을 경우에 호남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은 물음표이다.
◇ 세 주자 올인한 호남대전에서 文 압도적 승리, 대세 증명
민주당 세 주자들은 첫 경선지인 호남 지역에 초반부터 공을 들였다. 호남에서부터 대세론을 확인시키려는 문 전 대표와, 이변을 일으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호남 각축전이 치열했다. 후보들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일정을 호남에서 보냈고 상당수 참모들이 일찌감치 내려가 조직을 닦기도 했다.
세 후보 모두 올인한 호남 대전의 최종 승자는 1등 주자인 문 전 대표였다.
지난 주말 열린 국민의당 호남 경선이 예상외로 흥행에 성공하고 안철수 전 대표가 64%의 득표율로 압승하자 비문정서가 작동할까 긴장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문 전 대표는 보란듯이 60%의 높은 득표율로 대세임을 증명했다.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역 승리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문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부터 최근까지 호남 지역에 상당한 공을 들이며 탄탄한 조직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중장년층의 반문 정서에도 불구하고 20~30대 젊은 유권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캠프에서 목표로 삼았던 50%를 넘어 60%의 득표율을 보인 것은 호남에서 문재인의 지지세를 재확인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활주로가 짧은 이번 대선에서는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심리도 크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김모(56)씨는 "문재인도 괜찮고 안희정 지사도 최근에 마음에 들기는 했는데 시간이 워낙 짧지 않느냐"며 "정권교체는 반드시 돼야하기 때문에 대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키기보다는 안정적인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그만큼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오후 광주 광주여대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승리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본선에서는 오리무중, 정치판도 따라 끝까지 출렁일듯그러나 두 당 경선에서 각각 1등 주자에게 몰표를 준 호남 민심이 본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정권교체의 여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후보들의 지지율과 정치적인 판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문 전 대표가 반문 정서를 극복하고 대세론을 굳힘으로써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이미 기정사실화 한 뒤에는 '더 나은 정권교체'가 누구이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 국민의당 후보와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의당 경선이 예상 밖의 흥행을 하고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도 많이 참여한 것은 '문재인 견제 심리'가 여전히 있다는 것"이라며 "반면에 문재인을 당내 경선에서 압승시킴으로써 양쪽 다 힘을 실어줘 본선 국면에서 제대로 맞붙게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본선 국면에서 호남민들의 선택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양쪽 다 힘을 실어주면서 한번 경쟁해보라는 판을 만들어 줬다"고 덧붙였다.
아직 보수 진영에서 후보가 정리되지 않은 만큼 대선 구도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호남민심이 다시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호남의 관심이 이미 경선이 아닌 본선에 가 있어 당내 2,3등 주자들에게는 뼈아픈 결과를 낳게 됐다.
안희정 지사는 전체 여론조사 2위 주자답게 막판에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선전했지만 '재인산성'을 넘지 못했다. 3위에 그친 이재명 시장은 안 지사와의 표차가 크지 않아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정계은퇴 이후에도 호남에서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받던 국민의당의 손학규 전 대표도 이번엔 고배를 마셔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