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최근 자유한국당이 '나는 꼼수다'로 유명한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를 제명해놓고도 당비를 출금해가는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김 씨의 입당 과정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옛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 씨가 한국당에 입당한 것은 지난달 17일.
그새 변심했냐고요? 김 씨가 당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선거 때마다 제1야당을 막말당으로 말아버리고 김용민을 화면에 소환시키는 종편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뜻을 표시할까 싶어서 입당했다"
김 씨의 입당 사실을 알게 된 한국당 측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당의 명예훼손'과 '당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반나절 만에 김 씨를 제명해버렸습니다.
왼쪽부터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한국당에 입당한 '유명 인사'는 김 씨뿐만이 아니죠.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 전 원장이 지난 2015년 8월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 팩스로 입당 원서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를 두고 '팩스 입당', '도둑 입당', '꼼수 입당'이라고 비꼬는 표현까지 등장했죠. 김 전 원장은 입당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후보를 방문해 지지 활동을 했다가 새누리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습니다.
다시 김 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죠. 한국당은 어째서 김 씨의 당원 가입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을까요? 보험사의 홍보 문구처럼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무나 당원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문득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직접 한국당 당원이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접속한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출처=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당원가입 안내'를 클릭했더니 당원 가입 자격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현직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을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당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설명을 읽어 내려가면 곧이어 입당원서 서식이 눈에 띕니다. 다운로드 받으니 A4 용지 한 장 분량이네요. 출력한 후 자필로 작성한 입당원서를 우편·팩스로 중앙당이나 시·도당에 제출하라는 안내가 나와 있습니다.
필수 기재 항목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이메일을 먼저 적었습니다. 선택 사항이었던 종교와 장애유무, 직업, 주요 경력, SNS 계정도 빠짐없이 기재했죠. '기자 생애 첫 당원 가입인데 허술하게 적어서야 되겠나' 하는 심정으로요.
당비 납부 방식까지 모든 항목을 꼼꼼하게 다 적는데 정확히 3분 42초가 걸렸습니다. 당사로 팩스를 보내는 시간을 어림잡아 1분으로 계산하면 당원 가입하는데 5분도 채 안 걸리네요. (참고로 기자는 입당원서를 작성만 해놓고 팩스를 보내지는 않았답니다.)
한국당 당원 규정 6조에 따르면 시·도당 사무처장은 입당원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시·도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부의해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없이 부의하지 않으면 입당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하네요.
심사기준은 어떻게 되냐고요? △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 하는 자 △당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 △공사를 막론하고 품행이 깨끗한 자 △과거 행적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아니하는 자 △개혁의지가 투철한 자. 이게 전부입니다.
(출처=김용민 씨 페이스북)
김 씨는 입당 신청 직후 한국당 경기도당으로부터 '김용민님의 입당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애당초 한국당에서 당원 자격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최근 '당비 출금 해프닝'을 통해 당원 자격을 재확인한 김 씨는 한국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를 놓고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