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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정부 법률가 출신 참모는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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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취재진들이 모여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처지가 야박하게 됐다. 인신 구속이 코 앞의 일로 닥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 이후 완전히 코너에 몰리면서 직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무조건 검찰과 특검 조사를 거부하던 기존 태도가 바뀌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사전 조율을 거쳐 오는 21일 검찰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준비절차 기일인 지난 2016년 12월 22일 박 대통령측 법률대리인 손범규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공판 준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의 대변인격인 손범규 변호사는 "진짜 검찰에 나오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가겠다는 것이다. 서약서라도 써야겠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간다. 특별한 사정이라는 건 지진이나 전쟁 뭐 이런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면 출석하겠다. 왜 자꾸 안나온다고 기사를 쓰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남겼다.

삼성동 사저로 옮길때까지 진지를 구축하고 검찰 수사에 완강히 버틸것 같았던 박 전 대통령이 기존 태도를 바꾼 경위는 무엇일까. 엄습하는 구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탄핵 심판 기각에 대한 기대가 산산이 무너졌기 때문일까.

◇ 박 전 대통령 미몽에서 깨운 헌재 '8대0' 만장일치 판단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 전 대통령은 탄핵 결정 전까지만 해도 기각에 대한 기대를 상당히 가졌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탄핵 결정이 내려진 10일 당일 아침에도 기각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탄핵이 결정돼도 일방적인 만장일치 판결이 나올 것으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8대 0. 만장일치 탄핵 결정은 박 전 대통령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준 건 확실하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최종 수사결과와 성과에 대해 발표를 마치고 퇴장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영수 특검의 한 관계자는 "8대 0이라는 만장일치 판결에 박 전 대통령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 기각을 기대했고 설사 기각이 안돼도 6대 2나, 7대 1로 '소수의견'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소수의견이 하나도 없다"

이 관계자는 만약 소수의견이 나왔다면 박 전 대통령의 입장회귀가 이렇게 빨리 구체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이상 기댈 곳이 사라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현 시점에서 최대 목표는 '불구속'인데 '궤변'으로는 절대로 목표 달성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고검장 출신의 법조인은 "우리가 과거에 전직 대통령 구속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식으로 저항해서는(개겨서는) 될 일도 안된다고 주변에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그런 이유때문에 김평우 변호사나 서석구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특검은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두 번 시도했는데 대리인이 유영하 변호사였다. 첫번째 접촉은 윤석열 수사팀장이 했고, 두 번째 접촉은 박충근 특검보가 맡았다. 당시 유 변호사는 법률가라기 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운 자세를 나타냈다. 유 변호사는 대면조사 일정 노출과 녹음, 녹화라는 트집을 잡아 특검 조사를 무산시켜 버렸다.

하지만 이 조치는 박 전 대통령 측에 '부메랑'이 됐다. 헌재는 탄핵결정 이유서에서 박 전 대통령의 대면조사와 압수수색 거부는 헌법위반"이라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뜨거운 맛을 봤고 그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 박 전 대통령 주변에 신뢰할만한 법률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인 진나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피청구인 측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김평우 변호사와 서석구 변호사는 대통령한테 진짜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방식은 '법리'가 아니라 '궤변'이었다. 궤변 덕분에 성과가 있었다면 일명 '태극기 세력'을 불러 모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과격성은 도리어 국민 여론을 멀어지게 했고 헌재 재판관들에게는 국정혼란을 더이상 방치하는 것이 헌정질서를 지키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강화시켰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헌재 심판에서의 실패는 그의 통치스타일에서 기인하다는 지적이 있다.

평소 참모들과 소통을 기피해 온 박 전 대통령 주변에는 사안을 냉정하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 레이저를 쏘는 그의 카리스마때문에 참모는 앞에서 얼었고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더욱이 검찰 수사와 탄핵 심판이 시작됐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법률가 출신으로 수석과 장관, 심지어는 총리를 지내고도 눈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인물이 대부분이었다.

정홍원 전 총리, 곽상도 의원, 홍경식 전 민정수석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초기 2년 동안이나 총리를 지낸 정홍원 씨,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자유한국당), 홍경식 전 민정수석 등 현직 총리인 황교안 권한대행을 제외하더라도 박 정부는 법률가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전직 고위급 검찰출신 인사는 "과거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때는 장관이나 수석을 지낸 사람들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지낸 정해창 씨, 안기부장을 지낸 서동권 씨가 모두 변호인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너무나 다르다. 장관, 수석이 안나서고 검찰 수사라면 이명재 전 총장이 나서야 하는데 안나선다. 그게 이 정부에서 정상이 됐다. 대통령 캐릭터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거다. 유영하 변호사 외에는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없는거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인사도 "정홍원 전 총리도 출세지향적 민낯만 드러냈다. 출범하자마자 총리를 시켰는데 헌재에 얼굴 한번 안보이고 검찰 수사에도 쏙 빠졌다"며 박 전 대통령 고위 참모들의 처신을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앞둔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검찰 최고위 출신의 한 인사는 "변호인들이 조금 허술해서 청와대를 아는 분께 물었더니 아무도 변호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큰 법인들은 정치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고 나머지 개인 변호사들은 박 전대통령을 변호하기가 이미지상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두 박 전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박 전 대통령이 미몽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게 된 경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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