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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헌재는 민심을 외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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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가히 여론조사 홍수다.

사람들이 퍼센트(%), 그것도 소수점 이하 수치에 울고 웃는 세상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의 정확한 반영이 아닌데도 말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응답을 하거나, 대답을 유보하고, 아예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여론조사 너머에 있다는 말이 생겨난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상당한 효용성을 지닌다. 민심이 어느 쯤에 위치하고 어느 곳으로 가는지의 소재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선고가 임박하면서 주요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조사 결과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탄핵 찬성 민심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선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일까?

결론은 헌재가 여론조사에 반영된 민심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주요 사안에 대한 헌재의 몇몇 결정문을 살펴보면 다수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여론조사 수치가 등장했던 점이 이를 입증한다.

2016년 7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문에는 "교육계와 언론계에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의 수수관행이 오랫동안 만연해 왔고,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에 비추어 볼 때…"라는 표현이 적시됐다.

2015년 2월 간통죄에 대한 위헌 판결에서는 일부 재판관의 반대 의견으로 세 가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결정문에 제시되기도 했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에도 헌재는 당시 2.8%에 머문 통진당의 정당 지지율을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2004년 여론조사 지지도 20%와 비교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10월 신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위헌 판결은 여론조사 결과가 헌재의 최종 판단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사례다.

특별법이 만들어질 당시의 팽팽했던 찬반 비율이 점차 반대로 기울어진 민심 추이에 주목하면서 헌재가 최종 판단의 근거로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60%라는 점'을 든 것이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런가 하면 같은 해 5월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의 기각 결정을 내릴 때에는 결정문에 '여론조사'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당시 탄핵 반대 여론이 70%를 넘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헌법재판소의 합헌이나 위헌결정, 탄핵과 정당해산 결정 과정에 여론조사를 통한 민심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갑작스런 꽃샘추위 만큼이나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몰이성적 행태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꽃샘추위도 생명이 움트는 봄을 겨울로 되돌릴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봄을 위해 민심을 제대로 읽고 역사에 떳떳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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