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역점추진 입법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이른바 '원샷법'이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검은 거래' 속에 통과된 정황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기업의 합병·분할, 주식의 이전·취득에 따르는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 기업의 원활한 사업 재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7일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 2015년 7월 9일 발의된 원샷법(이현재 당시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측의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삼성은 그해 5월~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다 삼성물산 3대 주주였던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이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신규순환출자 고리 발생' 등을 문제 삼으며 합병에 반대하자 '행동'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이 부회장은 법안 발의 다음날인 7월 10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엘리엇 등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 원샷법의 신속한 국회 통과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주식의 대량보유 시 금융위원회 등 보고의무 강화(5%→3%) ▲ 엘리엇이 주장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인한 신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한 공정거래법 제외 등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안 전 수석은 "자본시장법 개정 문제는 검토할 예정이고, 원샷법은 국회에서 조용히 처리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황진환기자
이 부회장은 7월 25일 박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엘리엇 등 외국자본의 개입이 있다"며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틀 뒤 안 전 수석에게 "엘리엇 사태 등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이나 경영권 방어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이밖에도 이 부회장은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통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언론이나 공청회 등에서 삼성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이즌필 제도나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을 주장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강한 추진 의사를 보였던 원샷법은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5대 법안과 함께 국회에 조속처리를 압박했고, 수시로 "기업들이 이것 좀 빨리 해결해달라고 한다. 구조개혁을 해서 다같이 경쟁력을 키우고 살자는 건데 원샷법도 막혀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원샷법 첫 적용 기업으로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 기업으로 알려진 동양물산기업이 선정돼, 저금리 등 각종 특혜를 받으며 경쟁사를 손쉽게 인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