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삼겹살 데이…불안한 유통시장 '소비자만 봉'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정부, 도매가격 산정기준 박피에서 탕박으로 변경…되레 가격 혼란

(사진=자료사진)

 

NOCUTBIZ
정부는 돼지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전국 도매시장의 경락가격 산정 기준을 박피(껍데기 완전 제거 상태)에서 탕박(껍데기 포함)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박피 지육(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몸통)은 전체 돼지 도축물량의 5%에 불과해 출하 물량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크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도매가격 산정 기준으로 활용돼, 돼지가격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게다가, 박피 지육은 탕박 지육 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정부는 기준 가격을 탕박 지육으로 전환하면 소비자가격도 일정 부분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기대와 달리 탕박 지육 가격이 오히려 급등하면서, 소비자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불합리한 도매가격 산정기준…박피에서 탕박으로 전환 추진

현재, 우리나라에서 도축된 돼지는 10% 정도만이 도매시장 경매를 통해 유통되고 나머지 90%는 육가공업체와 돼지농장들이 계약을 통해 직접 거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돼지 지육의 경우도 박피는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탕박으로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박피 지육이 그동안 우리나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도매시장에 박피 지육 물량이 적게 나오면 경락가격이 폭등하고, 반대로 박피 지육 물량이 조금만 많이 나오면 경락가격이 폭락하는 가격 불안 현상이 이어졌다.

결국 농식품부는 지난해 초부터 도매시장 경락가격을 박피 기준에서 탕박 기준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도매가격도 탕박 기준으로 바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박피로 판매할지 아니면 탕박으로 출하할지 여부는 돼지주인이 결정할 민간영역이기 때문에, 법규로 강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면서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등에 따르면 전국 7개 양돈조합이 탕박 등급제로 전환을 시작한데 이어 농협목우촌과 민간 육가공업체 등이 참여하면서 계약농가들도 자율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 탕박 등급제가 확대되면 도매가격이 안정되면서 소매가격도 등락폭이 줄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 돼지고기 공급물량 증가 불구, 소비자가격 폭등

하지만, 정부의 이런 기대와 달리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월에 등급 판정을 받은 돼지 도축 마릿수는 모두 139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9만5천마리 보다 7.3%나 급증했다.

돼지는 통상 6개월을 키운 뒤 출하하는데, 지난해 4/4분기 돼지 사육마릿수가 1037만 마리로 지난 2015년 4/4분기 1018만 마리에 비해 1.8% 증가하면서, 돼지농장들이 서둘러 밀어내기를 한 탓이다.

그런데 이처럼 공급이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소매가격은 오히려 급등하는 수급의 엇박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삼겹살(중품) 소매가격은 1㎏에 2만21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7910원에 비해 12.8%나 폭등했다.

물론, 일명 삼겹살 데이로 불리는 '3.3 데이'와 새 학기를 맞아 학교 급식과 나들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른 것도 있지만 공급물량을 감안하면 너무 많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 도매가격 산정기준 전환, 오히려 가격불안 증폭

이처럼 수급에 관계없이 돼지고기 소매가격이 오른 것은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가 왜곡되면서 도매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돼지 박피 지육 1㎏당 평균 경락가격(제주도 제외)은 475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62원에 비해 16.9% 올랐다.

특히, 탕박 지육 평균 가격은 428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24원에 비해 18.3%나 수직 상승했다.

정부가 출하물량이 많은 탕박으로 전환하면 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오히려 탕박의 가격 인상폭이 커지면서 가격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육가공 유통시장 혼란 …생산자 농민, 소비자 모두 피해

여기에 중간 육가공 유통시장의 혼란까지 겹치면서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돼지는 박피로 출하할 때와 탕박으로 출하할 때 무게 차이가 나게 된다.

예컨대 110㎏ 어미 돼지를 박피 지육으로 도축하면 78㎏ 정도가 남게 돼 지육률이 77%가 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박피 평균 경락가격인 4886원을 감안하면 농가가 받는 수취가격은 38만1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탕박지육으로 도축하면 지육률이 77%로 무게가 85㎏ 정도가 나온다. 지난해 탕박 평균 경락가격인 4303원을 적용하면 농가 수취가격은 36만6000원이다.

당연히 돼지 사육농가들은 박피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함수가 있다. 육가공업체들이 지육률 대신 지급률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피의 경우 지육률이 71%이지만 통상 67%만을 지급해 실제 농가들이 지난해 110㎏ 돼지를 팔아서 손에 쥔 것은 36만 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결국 농민들 입장에서는 박피로 팔든 탕박으로 팔든 별 차이가 없어졌고, 소비자들도 탕박 전환에 따른 가격 인하 혜택이 크지 않다"며 "중간에서 육가공업체들만 이득을 챙기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도매가격 산정 기준을 박피나 탕박처럼 일괄적으로 정하기 보다는 돼지고기 등급제를 통해서 좋은 품질의 돼지를 생산한 농가는 많이 받고, 그렇지 않은 농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소비자들도 가격선택을 통해서 원하는 돼지고기를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도 등급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돼지생산 농가들이 여전히 박피를 선호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며 "박피 지육률의 경우도 실제로는 67%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육가공업체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