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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이 파도응원을 하듯…3월 1일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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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홍탁 (제주도 성산포 시인)

(BGM. 봄봄봄 - '로이킴') 울렁울렁하네요. 봄노래들이 벌써 음원차트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춥고 시렸던 겨울이 끝나고 이제 봄이 저만치에서 다가오고 있는 느낌. 한결 가벼워진 사람들 옷차림도 그렇고요. 바람 냄새도 좀 가벼워진 것 같고 그렇죠. 그런데 벌써 저기 남쪽 나라 제주에서는 유채꽃이 만발이라고 합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제주도의 봄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제주도 토박이로 제주 성산포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이자 시인이십니다. 강홍탁 시인 연결을 해보죠. 강 선생님, 안녕하세요?

◆ 강홍탁>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지금 제주 어디쯤 사십니까?



◆ 강홍탁> 성산읍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성산읍이라면 우리가 성산포라고 하는 거기?

◆ 강홍탁> 네, 일출봉을 저희 문화재로 갖고 있죠.

◇ 김현정> 지금 마음은 이미 제주도 가 있거든요. 전화 연결되는 순간 가 있거든요. (웃음) 지금 선생님 눈앞으로 보이는 그 제주의 풍경. 말로 그려주신다면?

◆ 강홍탁> 말로 그려본다면요... 아, 어떤 봄물이 잔뜩 올라오는 어떤 수채화 같은 느낌인데요. 넉살 좋은 바람도 다니고 요즘 유채꽃이 일출봉 쪽에는 한창 올라와가지고 춤을 추거든요, 무리 지어가지고.

◇ 김현정> 유채꽃이 그냥 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무리지어서 춤을 출 정도로 피었습니까?

◆ 강홍탁> 그렇죠. 우리 축구 경기할 때 보면 단체 응원하지 않습니까, 파도 응원.

◇ 김현정> 맞아요. 파도 응원하죠.

◆ 강홍탁> 예, 그렇게요. 아주 장관입니다.

◇ 김현정> 여러분, 눈 감고 상상해 보세요. 성산일출봉 그 근처에 유채꽃이 월드컵 때 응원하듯이 파도타기하고 있다. 이 모습. 봄바람은 살랑살랑 코를 간질이고... 그런데 사실은 서울은 아직 쌀쌀해요. 도시는 쌀쌀해요. 제주도 날씨 자체가 많이 풀린 건가요?

◆ 강홍탁> 아직 저녁하고 아침에는 좀 쌀쌀합니다. 외투가 좀 그리워지는데요. 낮에는 진짜 외투가 불편할 정도로 따뜻합니다.

◇ 김현정> 따뜻해요? 그 바다도... 겨울 바다하고 봄 바다하고 분명 차이가 있죠?

◆ 강홍탁> 차이가 있죠.

◇ 김현정> 그렇죠. 어떻게, 어떻게 차이가 있습니까? 봄 바다와 겨울바다?

◆ 강홍탁> 겨울바다는 사랑하는 여자한테 퇴짜 맞았을 때 그 느낌 아세요, 혹시?

◇ 김현정> 저 같으면 사랑하는 남자한테 퇴짜 맞았을 때 그 느낌이군요?

◆ 강홍탁> 그렇죠. 쌩하고 쌀쌀맞고 춥죠.

◇ 김현정> 춥죠? 한마디로 춥죠.

◆ 강홍탁> 인정머리 없어요. (웃음) 그런데 봄은요. 재회하는 듯 한 기분이 들어요.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 김현정> 쌀쌀맞게 퇴짜놓고 갔던 그 연인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

◆ 강홍탁> 살포시 웃으면서 다시 돌아오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재회의 느낌? 나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는데 나를 향해서 등 돌리고 갔던 그 사람이 그 연인이 다시 미안해, 사랑해 하면서 돌아오는 그 느낌?

◆ 강홍탁> 네, 그렇죠. 아주 많이 해 보셨나 봐요?

◇ 김현정> 상상은 많이 해 봤습니다. (웃음) 그거군요. 그 느낌. 바다를 보면서 이런 설명을 해 줄 수 있다는 거는 이거는 문학가니까 가능한 얘기인 것 같아요.

◆ 강홍탁> 또 한 가지로 비유를 한다면 겨울은 아주 아이를 키울 때 아무리 달래도 우는 애 있죠.

◇ 김현정> 있죠.

◆ 강홍탁> 그런 느낌이고요. 봄은 그렇게 울다가 아주 언제 그랬냐는 듯 쌔근쌔근 잠을 자는 아이 같아요. 아무 걱정 없이.

◇ 김현정> 그렇게 떼쓰면서 울다가 잠들고 나면 천사잖아요.

◆ 강홍탁> 그렇죠. 얼마나 고요합니까?

◇ 김현정> 기막힌 비유입니다.

◆ 강홍탁> 평화롭죠.

◇ 김현정> 봄 바다, 겨울바다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데 아까 그 유채꽃은 흐드러지게 이미 폈다고 말씀하셨는데 유채꽃 말고는 어떤 꽃들 보여요?

◆ 강홍탁> 저희 동네에 어디 잠깐 들러봤는데요. 수선화가 이제 막 봉우리져가지고 먼저 꽃을 피운 데도 있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막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수선화가? 그것도 멋있겠네요. 또, 또 어떤 꽃이?

◆ 강홍탁> 그리고 매화.

◇ 김현정> 매화, 그렇죠.

◆ 강홍탁> 매화가 꽃이 피어 있고 그 외에 동백꽃은 좀 많이 떨어져가지고요.

◇ 김현정> 동백꽃은 이미 떨어질 시기인가요?

◆ 강홍탁>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 오늘 모습 (사진=강홍탁 시인 제공)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아니, 그런데 강 선생님. 제가 앞에서 제주 토박이시다 이렇게 소개해 드렸는데 어떻게 말투는 완벽한 서울말 쓰시는데요?

◆ 강홍탁> 제가 좀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좀 근무를 했었어요. 그러니까 언어가 많이 순화가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제주말을 쓰셔야 토박이 인증이 되니까 제주말도 조금 해 보실 수는 있으세요?

◆ 강홍탁> 음…. 경 고르민 아라지쿠과?

◇ 김현정>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 강홍탁>경 고르민 아라지쿠과.

◇ 김현정> 이게 지금 우리나라 말입니까? (웃음) 이게 무슨 말이에요?

◆ 강홍탁> ‘그렇게 얘기하면 알아들으시겠습니까’라는 말이 그 말입니다.

◇ 김현정> 사실은 제주말이요, 구수해요. 알면 알수록 흥미로워요. 사라지면 안 되는 우리말인데 지금 많이들 안 쓰고 있어서 말이에요.

◆ 강홍탁> 요즘은 그래도 제주어연구회 학자분들이 많이 활동을 하고 계셔서 제주어 살리기에 많이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시인으로서 제주어로 시를 많이 쓰고 있고요. 또 널리 알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말부터 시작해서 꽃 이야기, 바다 이야기, 제주의 훈풍을 귀로 실컷 느끼는 충분히 느끼는 좋은 아침인데요. 이렇게 인사 나누면 너무 서운할 것 같고요, 강홍탁 시인님. 시인을 모셨으니까 저희는 시인 모시면 꼭 시 한 편을 청해서 듣습니다. 봄과 어울리는 강홍탁 시인의 작품 중에 한 편 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 강홍탁> 초창기에 썼던 시가 하나 있더라고요. 마침 매화라는 제목의 시가 있어서 좋은 음악 깔아주시면 한번 낭독해 보죠.

◇ 김현정>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홍탁의 매화 음악 드립니다.

◆ 강홍탁>

매화 / 강홍탁

너는 와가 뜰 안 귄세에
고이 숨죽여 살면서도

어디선가 먼 길 나서신
님이 옴을 알아
부푼 가슴 봉긋 내밀어 놓고

동동
님 마중하는데

터질듯 한 설레임
차마 어쩌지 못해
이월 삭풍에 정분난 너는 매화(梅花)

◇ 김현정> 아, 좋습니다. 2월 삭풍에.

◆ 강홍탁> 그런데 시가 너무 좀 옛날스럽죠? (웃음)

◇ 김현정> 아닙니다, 아닙니다. 2월 삭풍에 정분난 너는 매화.

◆ 강홍탁> 어제까지 유효한 시였는데 (3월이 돼서)

◇ 김현정> 그런데 오늘부터는 바람이 좀 달라졌어요. 그래요. (웃음) 아무리 겨울이 추워도 이렇게 봄은 옵니다. 강홍탁 선생님 오늘 제주의 봄소식 제주의 바람소식 제주의 바다소식 전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따뜻한 봄 맞아주세요.

◆ 강홍탁> 네. 감사합니다. 복받으세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제주 토박이 시인입니다. 강홍탁 시인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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