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7일 새벽 전주시 효자동의 한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두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난투극을 벌인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사진=전북경찰청 제공)
"오빠네 조직(W파)이 O파에게 밀린다면서?" "누가 그런 말을 해!"
지난해 11월 17일 새벽 2시경 전북 전주 W파 행동대장 A(34)씨는 술집 여종업원이 건넨 말에 발끈했다.
"한 판 붙자"
A씨는 '조직의 자존심'을 건드린 말의 출처인 전주 O파 행동대장 B(34)씨에게 전화했다. A씨와 B씨는 각자의 조직 후배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3시간이 조금 넘은 이날 새벽 5시 30분 전주 효자동의 한 장례식장 주차장. W파와 O파 조직폭력배 42명이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을 들고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전북지역 조직폭력배 35명이 구속된 사건의 시발이었다.
◇ 조직원 살해 앙금의 폭발 '터질 게 터진 것'
행동대장 간 자존심 대결로 촉발된 사건으로 보이지만 사실 두 조직은 원한 관계에 있었고 사건은 예견된 것이었다.
2014년 11월 22일 전주의 한 음식점 주차장에서 당시 W파의 실세인 최모(46)씨가 O파의 조직원 C(45)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후 최 씨는 도피행각을 벌이다 자수했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당시 이들은 사건 당일 오후에 있었던 한 폭력조직원의 결혼식에서 예의 등의 문제로 다툼을 벌였으며 화해하기 위해 만난 술자리에서 사단이 났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조직폭력배 간 난투극. (사진=전북경찰청 제공)
사건 뒤 W파는 대피령을 내렸고, O파는 금주령을 내리는 등 서로 간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는 O파 조직원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C 씨의 2주기를 불과 닷새 앞두고 두 폭력조직의 젊은 조직원 간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다.
전북지방경찰청 김현익 광역수사대장은 "이 사건은 단순한 조직원 간 우발적 범행이 아니다"며 "세력 확장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고 조직원 살해에 대한 앙금까지 쌓인 상황에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경찰이 폭력조직간 난투극에 사용된 둔기 등 증거품을 보이고 있다. (사진=임상훈기자)
◇ 젊은 조직원 대거 구속, 두 조직 와해되나이번 사건으로 W파는 조직의 허리를 이루는 30대 조직원 20명이 구속됐고, O파는 20대 중심의 신진 조직원 14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두 조직 모두 젊은 조직원들이 대거 구속되면서 사실상 와해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구속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두 조직이 와해 위기에 놓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구속된 34명 중 경찰이 관리하는 폭력조직 계보에 오른 인물은 W파 9명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추종세력에 불과하다. 다만 두 조직 모두 신진세력들이 다수 구속되면서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서민 갈취와 각종 이권 개입으로 서민 생활 안정을 저해하는 조직폭력배는 끝까지 추적, 엄벌해 다시는 발호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으로 W파 조직원 20명, O파 조직원 18명 등 모두 38명이 입건돼 이 중 34명이 구속됐으며, 경찰은 달아난 4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또 W파 조직원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조직원 한 명도 구속하고 다른 한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