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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의학 관련 '영문 학술지' 발행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문·영문 학술지가 나름대로 보유한 장점이 있으므로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너무 영문 학술지 발행에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홍성태 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국문 학술지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17일 진단했다.
이번 기고문은 대한내과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홍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교수 연구 업적 평가 기준에 'SCI(E) 등재학술지' 발표 논문이 포함됐다.
SCI(E)란 과학논문색인지수(Science Citation Index)를 말한다. 톰슨로이터스가 운영하는 'Web of Science'에 등재된 학술지 인용지수를 기본으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로 현재 전 세계 논문 저자의 연구 역량 평가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홍 교수는 "이런 SCI(E)가 과학계의 객관적 지표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상업성에 근거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이란 부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 연구 업적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제 SCI(E)에 등재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아니면 별다른 업적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게 홍 교수의 분석이다.
실제로 2016년도 12월 기준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에 등재된 학술지 229종 중 국문 학술지는 103종(45%)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발행논문 편수 역시 2010년에는 전체 1만603건 중 6천250건(59%)이 국문으로 발행됐지만, 2016년에는 1만1천586건 중 3천134편(27%)으로 줄어들었다.
홍 교수는 "국문 학술지는 한글로 된 의학용어의 보급·개발·활용에 필수적이고 국내 의료진의 논문 작성 기본 훈련을 위해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의사 중에서 정보를 영문으로 직접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의사가 국문으로 정보를 얻기 원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양질의 정보원을 유지할 책임이 의료 관련 학회·학술단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의학 학술 정보의 국내 소통을 위해 국문 학술지의 역할을 인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합당한 대우와 평가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