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제안한 대연정 발언이 대선 정국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대연정 제안의 진위와 실현 가능성을 놓고 셈법이 복잡하다.
정치권에서는 '대연정 카드'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탈락 후 '충청대망론'과 함께 보수·중도층을 끌어오는 확장성을 가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전통적인 지지층의 민심 이반을 부추키는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전국 성인남녀 15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8%포인트 오른 31.2%를 기록했다.
반면 안 지사는 같은 기간 6.2%포인트나 급등하며 13.0%로 올라섰다.
문 전 대표 지지율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상승속도와 '결선투표제'라는 민주당 경선룰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책임져야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향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연정의 대상인가를 놓고 당장 야권으로부터 거세게 공격받고 있다.
대세론에 이름을 올린 문 전 대표는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당내 경선을 놓고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이라며 국민 앞에 사과까지 요구했다.
"선거 전 섣부른 연정 논의는 우려스럽다"(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연정 제안은 개혁 의지가 없다는 것"(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대선출마를 선언한 다른 야권 후보들도 공격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당과의 연정 발언은 잘못됐다. 누구나 실수를 하는 데 안 지사는 솔직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고,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역사를 청산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과거사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개헌이 전제되지 않은 대연정은 본말이 전도된 정치공학적 접근"(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 "대연정은 2005년 우리가 거부했던 것"(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범여권의 반응도 신통찮다.
다만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제가 경기도에서 하고 있는 일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을 밝혔고,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정작 안 지사 측은 탄핵정국 전부터 대세론을 굳힌 문 전 대표와 달리 야권 내에서 '차차기 프레임'(이번은 문재인, 다음에나 안희정)에 갇혀 이렇다할 주목을 끌지 못했는데, 대연정 발언으로 본의 아니게 인지도가 한껏 올라갔다며 고무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대연정 취지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 의회정치를 강조한 것과 달리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안 지사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대 국회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개혁입법 실행력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면 대연정 결단도 필요하다는 평소 소신을 얘기했는데 당장 새누리당과 연정하겠다는 거냐고 공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정이라는 것을 고민해야하는 것도 현실이다. 회피한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연정 제안 발언 자체가 향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반응이다.
각 당의 최종 후보가 선출된 이후 본선을 앞두고 대연정 이슈가 불거진 게 아니라, 당내 경선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국정농단 책임론 등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면 자칫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의 민심이반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안 지사 측 또다른 관계자는 "안 지사 성격상 대연정 발언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권교체 차원이 아니라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안 지사의 고민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할 유권자들이 더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연정 발언이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을 하지 않는 세력들을 염두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평소에 소신과 원칙을 중시해온 안 지사에 대해 충청과 호남, 그리고 중도보수층의 관심이 쏠린다면 대연정 이슈를 제외하고도 지지도가 더 오를 동력은 충분하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