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친정집에서 생후 100일 된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이 그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가해자인 남편은 수차례 가정폭력 전력이 있어 경찰의 관리대상이었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현행법의 한계로 모자는 가정폭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 수차례 구타…"가정 생각해 남편과 화해"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숨진 A(27)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사망하기 6일 전까지 남편으로부터 수차례 구타를 당했다.
(사진=자료사진)
경찰은 A 씨를 폭행한 혐의로 남편 B(28) 씨를 지난해 8월과 지난달 24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주로 자녀양육과 경제권 문제, 그리고 성격 차이로 인한 폭행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A 씨가 조사도중 매번 남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B 씨는 처벌을 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기도 태어났고, 아내가 원만한 가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해 참아가며 남편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형법상 단순폭행의 경우 양측 합의가 이뤄지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A 씨는 설 연휴인 지난달 30일 오후 친정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고, 옆에서 발견된 아들은 목 부위 손 눌림으로 질식사했다.
경찰은 영아까지 사망한 사건인 만큼 남편을 포함한 유가족 등을 상대로 그동안 이어진 가정폭력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주택에서 송모(62) 씨가 아내 C(58·여) 씨를 약물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송 씨는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두 차례나 경찰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처벌 받지도 아내로부터 격리조치 되지도 않았다. C 씨가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 해외선 가정폭력 피의자 '무조건 기소 원칙'
지속되는 가정폭력이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가정폭력에 대한 법 감정이 처벌보다는 '가정 유지'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게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사진=자료사진)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르면,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환경의 조정과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내려 결과적으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도록 하는 게 법의 설립 목적이자 취지다.
그러다보니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처벌 의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앞서 설 연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씨는 가정폭력 취약가정으로 분류돼 경찰의 관리 대상이었다.
하지만 A 씨가 본인의 필요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남편과 화해했다는 말만 반복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