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 "검찰도 특별검사도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죄 공범이라는 의혹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소추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주장한 발언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막무가내(莫無可奈)식 논리이자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박 대통령은 1차 변론기일에 이어 이날도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밀리면 끝장'이라는 듯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자기 주장을 유리하게 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로 시종 일관했다.
대리인단은 촛불 집회에서 경찰차 50대가 부서지는 등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 없는 민중 총궐기가 국민의 민심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의 배후인 민주노총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고 태극기를 부정하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단체라고 '색깔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또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노동신문이 남한 언론에 대해 의로운 행동에 나섰다고 보도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극찬하는 언론 기사를 탄핵사유로 결정하는 것은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 민심을 폄훼하기 위해 북한을 들먹거리는 박 대통령 측의 구태(舊態), 한마디로 어이 상실이다.
심지어 검찰도 특검도 믿지 못하겠다면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사정 비서관었고, 박영수 특별검사는 야당이 추천한 후보로 정치색이 의심돼 수사 결과를 탄핵 심판의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변했다.
참다 못한 국회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소추위원은 재판장에 제지를 요청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은 파면 결정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탄핵 인용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탄핵 변론이 본격 개시되자마자 박 대통령 측이 공세적 태도로 돌변하면서 그동안 세 차례 이뤄진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나 눈물은 진정성 '제로'의 국민 기만 행위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2차 담화에서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로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했던 말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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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강변하는 마당에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흘렸던 눈물에 과연 절절한 반성과 회한이 담겨 있었을까 싶다.
쓸데없는 기우(杞憂)겠지만 벼랑 끝에 선 박 대통령 측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은 짚고 넘어 가야 할 대목이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아예 잠적했고, 증인 출석 요구서를 받은 이영선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증인 신문에 나온 윤전추 행정관은 "기억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를 반복하는 것으로 헌재의 탄핵심판을 사실상 방해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런가 하면 이날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서 최순실,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모두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권력에 취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傲慢)함에는 반드시 엄중한 사법적 단죄가 뒤따라야 한다. 또 광장 민주주의를 이뤄낸 1000만 촛불 민심을 색깔론으로 뒤덮는 구시대적 발상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