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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 "블랙리스트 김기춘, 당신 참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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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구나, 미쳤어. 블랙리스트라니…"

 

- 돈으로 예술인 길들이려 했다니…
- 문화계 '인사'에 작용한듯, 그래도 설마 했다
- '어느 시대 정치'를 하려한 건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숙(연극인)



소문만 무성하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에 의해서 실체로 확인이 됐습니다. 특검도 역시 명단을 확보했고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하고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을 압수수색했죠. 이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의혹이 아닌 실제가 된 겁니다. 자그마치 9473명이 넘는 이름이 빼곡히 적힌 A4 용지. 이 명단을 보면 배우 송강호, 김혜수, 정우성, 이런 이름도 보이고요. 문화계 대원로들의 이름도 눈에 띕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연극계의 원로, 손숙 선생입니다. 연극배우 손숙 선생 오늘 첫 순서로 직접 만나보죠. 손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 손숙>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것은 직접 확인하셨어요?

◆ 손숙> 저는 정말 설마설마했어요.

◇ 김현정> 설마설마?

(사진=자료사진)

 

◆ 손숙> 저는 그냥 누가 일베나 이런 쪽에서 만든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 김현정> 그냥 루머고 뭐가 조작돼서 돌아다니는 것 아닌가? 설마하고?

◆ 손숙> 네. 그리고 구천 몇백 명이라고 하니까 그러면 문화계 사람들을 다 적으로 만들려고 하나 그건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을 저는 계속 했었는데 황당하네요.

◇ 김현정> 그런데 그 명단, 눈으로 확인한 그 명단 설마 이게 조작이겠지 했던 명단이 사실이라는 얘기 듣고는 생각, 느낌이 어떠셨어요?

◆ 손숙>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지금 이 시대에. 정말 다들 미쳤나.

◇ 김현정> 미쳤나….

◆ 손숙>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창피하기도 하고.

◇ 김현정> 창피하기도 하고?

◆ 손숙> 굉장히 부끄럽고 창피해요.

◇ 김현정> 왜 창피하세요?

◆ 손숙> 나라가 이렇다는 게.

◇ 김현정> 우리나라가 이렇다는 게?

◆ 손숙> 저는 이런 정도인 줄은 몰랐거든요. 이게 나라인가. 우리는 뭘하고 살았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좀 착잡하네요. 명단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게 실제 존재한다는 게 정말 너무 놀랍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차라리 그냥 소문이었으면 헛소문이었으면 하셨던 거죠?

◆ 손숙> 계속 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냥…. 그리고 어떻게 구천 몇백 명, 1만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갖다가 그렇게 만들어내나. 저는 처음에 그래서 에이, 그렇게 할 일들이 없을까,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아닐 거라고.

◇ 김현정> 아닐 거라고? 그렇게 할 일들이 없어, 나라에서? 설마 그 윗사람들이 이렇게 하겠어?

◆ 손숙> 그러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명단 옆에….

◆ 손숙> 무슨 근거로 만들었는지 그것도 궁금하고.

◇ 김현정> 그것도 궁금하고? 근거가 있답니다. 그 명단 옆에 근거를 적어놨는데 손숙 선생님은 문재인 지지. 문재인 지지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적혀 있었답니다.

◆ 손숙> 아, 그렇대요?

◇ 김현정> 문재인 지지자세요?

◆ 손숙> (웃음)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제가 왜냐하면 제가 그때 방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 김현정> 저희 CBS 방송하셨죠.

◆ 손숙> 네, 예를 들어서 누가 도와 달라 해도 저는 정말 단호히 거절했거든요. 저는 방송 중이라 못합니다. 심지어 제가 박근혜 캠프에 들어간다는 뉴스까지 뜬 적이 있어요.

◇ 김현정> 맞아요. 저도 기억합니다.

◆ 손숙> 너무 황당해서 그거 아니라고 물론 했지만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가능한 대로 정말 어느 쪽에 휩쓸리지 않고 그러려고 애를 썼기 때문에 그냥 명단 올라갈 줄 알았으면 도와드릴 걸.

◇ 김현정> 차라리?

◆ 손숙> 차라리. 죄송하네요.

◇ 김현정> 그런 생각이 들 정도? 저도 기억합니다, 그때 손숙 선생님을. 여기저기에서 대선 때 도와달라고 했지만 유명인이니까 그리고 워낙 아는 분이 여야 막론하고 많으니까. 그런데 그거 다 거절하시고 중립 지키셨잖아요.

◆ 손숙> 네, 그랬는데 그걸로 리스트를 만들어가지고 어떤 불이익을 주려고 생각을 했다, 이건 도대체 어느 시절의 무슨 조선시대도 이런 일이 있었나요?

◇ 김현정> 조선시대에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 손숙> 유신 때도 이런 게 있었나? 참 황당합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현정> 그 명단에 이름 올라 있는 유명 문화인들이요, 아주 대중적인 스타들 이름도 많이 보여요. 송강호, 김혜수, 박해일, 김태우 이건 배우이고 영화배우 박찬욱, 김지운.

◆ 손숙> 문화예술계에서는 거기 안 올라가면 창피하다는 이런 얘기까지 있어요. 구천 몇백 명이 올라가 있는데 거기 없으면 우리는 뭐한 거냐.

◇ 김현정> 안 올라간 게 창피하다는 말이 돌 정도?

◆ 손숙> 창피하다 그런 사람도 봤어요.

◇ 김현정> 세상에.

◆ 손숙> 그렇잖아요. 그렇게 많이 올라갔는데.

◇ 김현정> 거기 이름이 안 올라가면? 여기 지금 언론계 이름도 쭉 보이는데 여기 안 올라가도 창피할 판이에요, 언론계에서는.

◆ 손숙>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 김현정> 이제서야 우리가 웃으면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지난 4년 동안 말 못할 일들이 문화계에서는 많았습니다.

◆ 손숙> 많았어요, 많았어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게 기억하세요, 지금.

◆ 손숙> 우리 연희당 거리패 이윤택 선생이 그분께서 굉장히 연극을 열심히 하고 전혀 정치적인 분이 아니에요.

◇ 김현정> 연출가 이윤택 선생.

◆ 손숙> 네, 정말 연극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그분이 문재인 후보랑 고등학교 동창인가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맞습니다.

◆ 손숙> 그래서 선거 때 하도 부탁을 하니까 잠깐 지지연설을 한 적이 있어요.

◇ 김현정> TV에 찬조연설을 한 적이 한 번 있죠.

◆ 손숙> 네, 연설문을 봤는데 정말 정치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거든요. 그랬는데 그 이후로 지금 4년 동안에 모든 지원이 다 끊긴 거죠. 당연히 받아야 될 지원금. 그러니까 정말 치사하고 창피한 게 돈 가지고 예술인들을 갖다가 길들이려고 했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죠, 황당하고. 길들여집니까, 예술인들이?

◇ 김현정> 그러니까요.

◆ 손숙> 저는 지금 생각하니까 제가 무슨 국립극단 재단 이사장을 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 김현정> 국립극단 이사장?

◆ 손숙> 극단. 그런데 저는 제가 국립극단 단원으로 있었기도 했고 굉장히 애정이 많기 때문에 그런데 그게 무슨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고 1년에 몇 번 이사회 소집하고 무슨 비상근의 전혀 무슨 권리라고 할 수도 없는 건데 그러자고 했는데 그런데 연락이 없더라고요. 한 달인가 지났더니 죄송하다고. 그러니까 아마 위에 가서 잘린 모양이에요.

◇ 김현정> 아, 국립극단 이사장 후보로 손숙 씨가 어떻겠느냐 올렸는데 위에서 잘렸어요?

◆ 손숙> 네, 아마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쪽에서 나한테 말을 못하고 미안하니까. 그런데 저는 그건 별거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냥 됐어, 됐어. 나는 내가 국민의 정부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드나 보지. 아이고, 그냥 걱정하지 말아, 그러고 말았어요. 그런 일이 한두 번 더 있었어요.

◇ 김현정> 한두 번?

◆ 손숙> 그래서 저는 그냥 웃고 말았어요. 왜냐하면 나는 그런 데 관심도 없고 꼭 내가 해야 될 일도 아니고 부탁을 하니까 그래 뭐 알았어, 이런 건데 그 문화 인사를 하는 걸 보면 전혀 인사를 이상하게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 김현정> 문화계 인사, 그러니까 정부에서 인사하는 걸 보면 왜 저 사람이 저기 가 있을까 싶은?

◆ 손숙> 네, 정말 터무니없는 그런 일들이 좀 있었어요. 무슨 예술단체에 누가 갔다. 그런데 정말 터무니없는 초기부터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냥 저는 아이고, 어느 정권이나 또 자기네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을 좀 했죠.

◇ 김현정> 아니, 선생님 그런데 국립극단 이사장 추천됐다가 위에서 안 되고 거절 당하고 이런 게 한두 번이면 우연이겠지 하지만 계속 이것들이 반복되면 이건 우연이 아니라 뭔가 의도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시게 되죠?

◆ 손숙> 있죠. 그럼요. 저는 그냥 눈치는 채고 있었어요. 그런데 나는 뭐 이 정부에서 내가 혜택 받을 게 없으니까. 그냥 웃고 말았죠. 그런데 젊은 친구들이 가끔씩 그런 얘기를 해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손숙> 지원금이 없다, 또 누가 그런 식으로 일을 못하게 한다, 계속 이런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 김현정> 계속해서? 일을 못하게 한다. 뭐 좀 해 보려고 하는데 왜 막히는지 선생님 알 수가 없어요, 이런 얘기들?

◆ 손숙> 그러니까 그 젊은 친구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저는 선배로서.

◇ 김현정> 그럼 손 선생님 정부나 정치권에 아는 분도 많으시니까 좀 문화부나 여권 인사들에게 항의 좀 해 보시지 그러셨어요?

◆ 손숙> 저는 항의해서 될 일도 아닌 것 같았고 빨리 그냥 뭐가 끝나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 김현정> 이 정도인 줄은 몰랐고?

◆ 손숙> 몇 사람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구나 그런 거는 사람 만나고 감지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명단이 있다고 그러길래 아이, 설마설마 그랬죠. 진짜 그건...

◇ 김현정>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은 이렇게 고백을 하더군요. 박근혜 정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전화를 했대요. 그래서 젊은 문화예술인들 중에 나를 지원한 사람이 몇 명이 되느냐 묻더랍니다. 그래서 유진룡 전 장관이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이렇게 답을 했더니 그 사람들을 포용하고 가달라 하면서 장관을 해 달라고 제안을 했답니다. 그리고 허태열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바뀌면서부터 모든 게 바뀌었답니다.

◆ 손숙> 그런데 그분은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정말 아유...

◇ 김현정> 제가 지금 그걸 여쭈어보려고 했어요. 왜? 왜? 유독 김기춘 실장은 문화계를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걸까요?

◆ 손숙> 문화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언론계를 관리해서 꼼짝 못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굉장히 유신시대 분이죠, 그분이?

◇ 김현정> 유신의 생각?

◆ 손숙> 네, 그 생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렇지 않으면 그럴 수 없는 건데.

◇ 김현정> 정권 유지의 도구가 돼야 한다는 생각, 문화를?

◆ 손숙> 그렇죠. 그런 생각이 아니면 그렇게 할 수가 없죠. 지금 이 시대에 문화예술인들을 자기네가 명단해서 한다고 그게 장악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치하는 사람들 정신 차려야 해요. 문화가 눌러서 눌려지나요? 더 커지지.

◇ 김현정> 더 커지죠.

◆ 손숙> 그럼요.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저는 여쭙고 싶은 게 이렇게 수치스러운 모욕스러운 일을 당하고 이거 문화인들이 김기춘 실장한테 제대로 사과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손숙> 받아야죠. 지금들 아마 젊은 친구들이 많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공식사과. 청문회에서 계속 모르쇠, 모른다 모른다 하는 것 보고는 어떠셨어요?

◆ 손숙> 당신 참 바보 같은 사람이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 김현정> 만나면?

◆ 손숙> 어떻게, 어느 시대 정치를 하려고 생각을 했냐고.

◇ 김현정> 아하. 참 이게 이 어지러운 상황, 엉망진창이 된 문화계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셔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요, 손 선생님.

◆ 손숙> 문화계는 일어납니다.

◇ 김현정> 일어납니까?

◆ 손숙>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요.

◇ 김현정> 우리 문화가 새해에는 다시 날개 펴고 훨훨 날 수 있기를.

◆ 손숙> 많이 도와주십시오. 늘 응원합니다.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선생님.

◆ 손숙>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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