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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 피해 '1조 육박'…계란값은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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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값 1만원대 폭등, 품귀현상 심화…상인·관련 업계 "계란 없다" 아우성

역대 최대규모의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지금까지 살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가 전체의 16%로 늘어났다. 정부가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통제불능 수준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I 직간접피해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고 계란값 폭등과 품귀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유통상인과 관련 업계는 "계란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반출제한을 하루 풀고 외국서 계란을 수입하기로 했지만 임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해 계란 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NOCUTBIZ
◇ AI 살처분 사육 가금류의 16%…통제불능 수준 우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AI로 살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는 2730만 마리에 이른다.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의 16%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서 AI가 발생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살처분된 전체 가금류 4394만 마리의 62%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번 AI로 알을 낳는 산란계의 경우 전체 사육 규모의 28%에 해당하는 1964만 마리가 도살됐다.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7일 "모든 가용인력과 재원을 총동원해 앞으로 1주일동안 AI 확산방지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발생 40여일만에 이같은 규모로 확산된 것은 거의 통제 불능상황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처럼 AI 확산이 잡히지 않으면서 정부는 그동안 발생 농장 500m 이내 가금류 농장에 대해서만 살처분했으나 3km이내 농장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적극 진행하기로 했다. 살처분 마리수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정부는 가금류 농장의 사육마릿수 제한 등 가금류산업 개선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재수 농식품부장관은 "농장 단위에서 최소한도의 사육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AI가 보통 사육환경이 불량하고 시설이 현대화되지 않은데서 발생했다는 전제하에 나오는 얘기"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4년 AI 발생 이후 대규모 계열화사업자와 농장 간의 불평등한 계약 관계에 따른 방역소홀 문제점에 대해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포 통진읍 한 도로에 마련된 거점소독시설에서 방역 관계자가 조류 인플루엔자(AI) 차단을 위해 차량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AI 피해 1조원 육박 전망…피해 관련 분야로 확대

AI 확산이 계속되면서 AI로 인한 직간접피해가 조만간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14~2015년때는 669일 동안 닭과 오리 1937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고, 살처분 보상금만 1017억원 등 2381억 원의 국가 재정이 지출됐다.

하지만 이번 AI로 살처분 마리수가 전체 가금류의 16%를 넘어서면서 26일까지 살처분 직접 보상금만 1585억원에 이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역대 최고 속도의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과 경제적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AI 감염률이 20%를 기록할 경우 살처분, 생산감소, 생계소득안정 등 직접피해비용이 5716억원으로 전망됐다.

이와함께 육류, 육가공업 피해 3709억원, 음식업 416억원 등 간접피해 4130억원으로 직간접피해비용이 9846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살처분 규모가 전체의 16%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20%에 도달하면 직간접피해가 1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AI 감염이 30%에 달할 경우 기회손실 규모는 최대 1조 49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AI로 인한 농가와 정부의 재정 지출 등 직접 피해 뿐만 아니라 육류 및 육가공업체, 음식업체, 제과·제빵업체, 사료업체 등 관련 업체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AI 확산으로 달걀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최대 제빵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가 카스테라 등 19개 제품의 생산을 당분간 중단하는 등 제과·제빵업체들도 애로를 겪고 있다.

카스테라 (사진=스마트이미지)

 

◇ 계란값 폭등, 품귀 "계란 없다" 아우성…정부대책은 미봉책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AI 발생 이후 계란값을 25~30% 올렸다. 홈플러스는 이달 들어서만 4번째 계란값을 인상했다. 중소 유통매장들도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달걀값이 한달전 5천원대에서 8천원~1만원대로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피해를 겪고 있다.

청주의 한 제과업체 A씨는 "하루에 계란 50~60여판이 필요한데 20판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가격은 뛰고 그렇다고 카스테라 가격을 올릴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시 산남동 유통업체 주인 B씨도 "하루에 200판의 계란이 들어와야 하는데 3일에 10~15판 정도 들어오고 있다"며 "나라가 어수선해 AI를 막지도 못하고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는 계란부족이 심각해지자 지난 21일부터 1주일간 반출이 금지됐던 AI 발생지역 달걀에 대해 28일 하루만 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 35개 보호지역 3㎞ 내 산란계 농장에서 쌓여있다 반출되는 달걀은 1000만개 정도로, 우리 국민이 하루 소비하는 달걀의 4분의 1 규모다.

정부는 또 계란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미국과 스페인 등 5개 나라에서 35일치인 최대 9만 8550톤을 수입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아울러 중간 유통상인과 식품업체들이 사재기 등 매점매석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보고 17개 시도에 단속반을 투입해 관계부처 합동 점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한데다 산란계의 대량 살처분의 파장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계란대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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