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판세로는 '가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결정족수 200석을 기준으로 탄핵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등을 합하면 172석이다. 새누리당에서 28석 이상의 이탈 표가 나와야 가결이 가능한 구조다.
캐스팅보트를 쥔 여당 비주류는 40석 안팎의 '탄핵 찬성' 명단을 갖고 있다. 210명 이상의 탄핵 찬성표가 확보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비박계 중 '반(反)탄핵' 성향의 협상파와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수도권 친박계의 쏠림 현상이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세월호 7시간' 탄핵요건에 부정적인 일부 비박계와 야권 개헌파 일각에서 일부 이탈할 경우 195석 안팎의 부결, 반대로 범(凡)친박의 비주류 전향 흐름이 생겨날 경우 220석 이상의 가결이 전망된다.
◇ 非朴 "수도권 친박 이탈하면 230 이상도 가능"비박계 비상시국회의는 8일 탄핵 전날의 표심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체적으로 40명 안팎을 탄핵안 찬성 표결 의원으로 집계하고 210석 이상을 예측했다.
이들의 추가적인 공략 대상은 결집력이 강한 영남을 제외한 수도권‧강원‧충청 출신의 친박계 초재선 의원이다. 2~3명을 '찬성' 쪽으로 7~8명을 '유보' 쪽으로 분석하고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친박계 중진 의원도 '이탈 우려' 명단을 놓고 회유 전화를 돌렸다. 다른 친박계 중진도 지난 7일 비례대표 의원들을 모아놓고 "탄핵에 참여하지 말라"며 군기를 잡았다.
비주류 측은 이미 표심을 확인한 의원들의 이탈을 막고, 중간지대 범친박의 쏠림 현상이 있을 경우 220석 이상 최대 230석까지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230석을 넘길 경우 여당 내 과반 이상의 득표를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탄핵 이후 당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목표치로 설정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소속 의원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이탈 표를 방지하기 위해 '부결 시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쳤다.
◇ 與野 협상파·개헌파 돌아선 '부결' 시나리오반면 새누리당 비박계의 약한 고리는 '세월호 7시간' 대목이 탄핵 요건에 포함된 점이다. 비주류 중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각이 탄핵 요건 제외를 강하게 요구했다.
친박계는 탄핵파를 분열시킬 명분으로 '세월호 7시간' 대목의 부당함, '최순실 태블릿PC'의 증거능력 부족 등을 제시하며 파고들었다. 이정현 대표는 "(세월호 7시간) 문제를 탄핵안에 집어넣었던 사람과 탄핵 찬성하는 사람들이 분명한 입장, 책임 이런 부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분열책으로 탄핵이 부결되면 비박계에 당권을 넘기겠다는 친박계의 회유책이 다시 등장했다. 비박계 재선 의원은 "협상파로 분류되는 비박계 실세 의원과 친박계 핵심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 협상을 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야권의 이탈 가능성도 부결 시나리오에 등장한다. 이 같은 설은 비박계 개헌파와 제3지대론을 펴는 야권 일각이 내심 '탄핵 부결'을 원한다는 관측에 근거한다. 탄핵안이 부결돼 각 진영이 분당 등 분열하게 되면 그 기회를 틈타 '내각제 개헌' 등 정계 개편을 꿈꾼다는 것이다.
실제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비박계 의원을 회유하며 "탄핵이 부결되면 야권이 분열할 텐데 왜 찬성 표를 던지려 하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