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는 내년에도 저성장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더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다음주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은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국정공백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안팎으로 두 개의 태풍이 합쳐진 이른바 '퍼펙트 스톰'이 우리 경제를 강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내년에는 경제 더 어려울 듯…초유의 3년 연속 저성장올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로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의 경제가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로써 우리 경제는 4분기 연속 전기대비 0%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출은 지난달 조금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제조업 가동률도 70.3%까지 떨어져 문 닫는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그나마 힘겹게 내수를 지탱해주던 소비도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월 101.9에서 지난달 95.8로 급락, 지갑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기 둔화양상은 내년에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28일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6%로 0.4%p 하향조정해 3%대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OECD전망보다 더 낮은 2.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이 2.6%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보다 경제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국책연구기관에서 내놓은 전망치인 만큼, 정부도 이달 중으로 내놓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경제 덮칠 2개의 태풍, 합쳐지면 '퍼펙트 스톰'이런 가운데 일주일 뒤인 15일에는 미국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강(强)달러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까지 인상하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해외투자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
과거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이것이 국내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1300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폭탄의 도화선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신정부가 펼칠 통상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큰 위험요인 중 하나다. 부진의 늪에 빠진 수출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자료사진)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해법을 제시해야할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탄핵의 대상이 된 대통령은 식물상태가 됐고, 현직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는 한달째 어정쩡한 동거를 하고 있다. 경제정책에는 전혀 무게감이 실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어떻게 국정을 풀어나갈지도 아직은 계획이 뚜렷이 나온 것이 없다. 정치혼란이 빠른 시일 내에 수습되지 않으면 그 독소는 경제로 전이된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가계 입장에서는 예비적 저축이라고 해서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결국 소비와 투자가 모두 내려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소비와 투자 감소는 생산 둔화와 노동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이것이 점점 퍼져 나가면서 경기 전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불확실성이 오래 지연되면 될수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커진다"고 경고했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빠르게 수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라는 외부 태풍, 그리고 국내 정치 혼란이라는 내부 태풍이 서로 합쳐져,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우리 경제를 뿌리째 흔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