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국회 몫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연내 이뤄질까.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3일과 24일 이틀간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는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헌법재판소를 하루빨리 '9인 체제'로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판사 출신의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성향의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후보로 추천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헌재가 오는 27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첫 번째 변론기일을 앞둔 만큼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후임 재판관 인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부터 여권의 보이콧까지 곳곳에 걸림돌도 산재해 있다.
헌재 빈자리 채울까…세 후보자의 답변은?
(왼쪽부터)정계선·마은혁·조한창 후보자.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 후보자는 1992년 처음 법복을 입었다. 약 29년간 법관 생활을 하다 202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꼽은 정 후보자는 1995년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했다. 정 후보자는 여성 재판장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부 재판장을 맡기도 했다. 2000년 임관한 마 후보자는 법원 내 노동법 분야 연구회의 회장을 맡는 등 노동법 전문가로 꼽힌다. 정 후보자와 마 후보자는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세 후보자가 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정계선·마은혁 후보자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와 선고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한창 후보자는 충실한 심리를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탄핵 인용이나 기각 결정을 하도록 한다.
정 후보자는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며 "권한행사가 장기간 정지되면 불안정이나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마 후보자도 같은 이유를 들어 "탄핵심판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두 후보자는 '졸속 심리'는 경계해야 하며,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헌재 결정이 불합리하게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헌법재판은 당사자들의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충실하게 심리할 것까지도 요구되므로 적정한 심리 기간에 대해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권한대행 체제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이 정당하냐는 논쟁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세 후보자 모두 헌법 조항을 들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뽑은 자를 재판관에 임명하는 것이 헌법조항 취지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헌법 111조 2항과 3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이 '심리 지연 카드'로 꺼낼 가능성이 있는 헌법재판소법 51조에 대한 의견도 냈다. 해당 조항은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진다면, 심판절차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관련 판결이 난 이후에야 재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 후보자는 '재판부 재량'을 강조하는 답변을 내놨다. 정 후보자는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를 파면시키는 절차이고,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절차로 양자는 별개"라며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마 후보자도 "재판부가 사안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조 후보자도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절차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탄핵심판을 진행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엄격한 증거 법칙에 의해 판단되는 형사재판의 결과를 탄핵심판 절차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질서의 통일성과 당사자의 신뢰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한다"고도 덧붙였다.
尹 지목한 '부정선거' 의혹은 "증명된 바 없다"
연합뉴스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으로 밝힌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선 세 후보자 모두 "구체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수의 선거 무효 소송에서 법원이 기각 판단을 한 것을 두고도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헌법은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두고 있고, 우리나라는 과거의 부정선거 경험으로 인해, 부정선거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및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다수의 선거 무효 내지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됐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며 "부정선거 의혹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도 "법원에 제기된 다수의 선거 무효 소송은 모두 기각됐고 이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고 알고 있다"며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마 후보자는 "우리나라는 3·15 부정선거 등 과거에 자행됐던 부정선거 탓에 이에 대한 반성과 경계를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잘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만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고 계속 중인 탄핵심판의 쟁점이 될 수 있어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럽다"고도 덧붙였다.
대통령 탄핵 첫 변론준비기일 D-5
민주당은 후보자 청문회를 마치고 이르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권은 없다고 주장하며, 청문회는 물론 탄핵소추위원단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에 그대로 오를 경우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부터 본격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 사건을 다른 탄핵심판 사건 중 최우선으로 심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회는 17명 규모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을 꾸렸다. 대표로 변호사인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과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광범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선임했다. 대리인단 실무 총괄은 헌재 헌법연구관을 지낸 김진한 변호사가 맡았다. 반면 윤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윤곽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헌재 출신 배보윤(64·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가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직접 입장을 듣지는 못했다. 배 변호사는 헌재에서 총괄부장연구관, 기획조정실장, 공보관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