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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속의 김기춘…"역사쿠데타의 공동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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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의 5·16 평가…국정교과서에 대부분 반영
- 김기춘 "국사교과서 국정 전환은 신념"…오래전부터 깊숙이 개입
- 민족문제연구소 "김기춘은 역사쿠데타의 공동정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창원기자

 

'유신헌법'을 기안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시대착오적 역사관이 국정교과서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오래전부터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CBS 노컷뉴스가 6일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유족의 동의를 얻어 확보한 비망록(업무일지)을 통해 밝혀졌다.

◇ 김기춘의 5·16 평가…국정교과서에 대부분 반영

2014년 7월8일 자 비망록을 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철학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5·16 군사쿠데타' 관련 발언을 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먼저 "5·16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공통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으로 북한보다 가난했다"고 설명했다.

또 "반공의식이 약화하고 안보 위기 상황에서 초등학생들도 시위에 나서는 등 사회질서가 문란했다"고 평가했다.

요약하면, 가난과 안보위기 극복, 그리고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5·16 군사쿠데타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5·16 군사쿠데타는 애국심을 가진 군인이 구국의 일념에 일으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5·16 군사쿠데타가 초래한 결과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5·16 군사쿠데타 결과, 경제성장과 자유, 번영을 구가하게 됐으며, 국민 70~80%가 박정희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박정희의 장기 집권을 위해 제정된 유신헌법과 관련해서도 "월남이 패망 직전이었고 미 카터 행정부도 미군 철수를 고려하는 상황 속에서 국력결집과 남북대결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행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이러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비서실장의 이날 발언은 다분히 역사 국정교과서의 도입을 염두에 둔 장기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미망록 2014년 7월8일 자

 

◇ 김기춘 "국사교과서 국정 전환은 신념"…오래전부터 깊숙이 개입

실제로 약 일주일 뒤인 2014년 7월15일에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됐다.

당시 황우여 의원은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서 일관되게 옹호 주장을 펼쳐 논란을 촉발했던 인물이다.

특히 새누리당 대표를 맡으면서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이후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물밑 작업과 관련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2014년 8월27일 비망록에는 '국정, 검인정 국사 교과서의 문제 - boom 일으킨 이후 여론조사', 9월19일에는 '전교조 국사교과서 관련 조직적 움직임에 모든 역량 결집하여 대응-즉각적 방안 마련'이라는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적혀있다.

이어 2014년 9월24일에도 '국사교과서 국정 전환 -신념'이라는 메모가 등장해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의지로 역사 국정교과서가 치밀하게 추진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발표한 2015년 11월3일보다 1년 이상 빠른 것이다.

특히 그가 2014년 7월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평가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고등학교 역사 국정교과서에도 상당부분 반영됐다.

'5·16 군사쿠데타' 관련 내용은 교과서 261쪽에 '5·16 군사정변'이라는 제목으로 기술됐다.

우선 전체적인 편집을 보면, 본문과 '5·16 군사 정변 주도세력이 내세운 혁명 공약'이 거의 비슷한 분량으로 배치됐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2014년 9월24일 자

 

◇ 민족문제연구소 "김기춘은 역사쿠데타의 공동정범"

쿠데타 세력의 혁명 공약에는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미국을 비롯한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한다',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한다' 등과 같은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본문에서도 '박정희를 중심으로 일부 군인들이 사회적 혼란과 장면 정부의 무능, 공산화 위협 등을 정변의 명분으로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또 '군사 정부는 부정 축재자를 처벌하고 농어민 부채 탕감 등을 추진했다'고 추켜세웠다.

결국, 역사 국정교과서에도 '가난과 안보위기 극복, 그리고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 5·16 군사쿠데타는 불가피했다'는 김 전 비서실장의 인식이 충실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역사 국정교과서는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 대통령의 의중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적 논리로 추진되는 것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군사정부 시절의 대표적 공안검사 출신이다.

하지만, 김 전 비서실장이 주도적으로 '국정화 강행 방침'을 밝히고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헌법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고위공직자들에게 강요한 사실이 고 김정한 전 정무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드러났다.

더 나아가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위한 여론 조성과 반발 움직임에 대한 즉각적 대응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역사 국정교과서가 박 대통령의 의중대로 김 전 비서실장이 깊숙이 개입해 추진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교육부의 논리는 더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박사는 "공안검사 출신의 대통령 비서실장이 학계에서 이미 평가가 끝난 역사적 사실을 뒤집으려 한 것은 박 대통령이 시도한 역사쿠데타의 공동정범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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