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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에 '스튜어드십 코드' 주목.. 연내 도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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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참여하지 않으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말짱 꽝"

 

우리나라에도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원칙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올해 안에 도입된다.

대기업이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미르에 수백억원을 지원해 결과적으로 회사 가치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막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글로벌 기준을 내세우며 세계 초일류기업들과 경쟁을 하던 우리 대기업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대통령과 총수의 만남 이후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수백억원을 바로 상납한 것이나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에게 말 구입비용 등으로 수십억원을 송금한 것은 글로벌 기준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대기업들은 그로 인해 상당한 반대급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적은 비용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켜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완성한 것도 이러한 반대급부라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이러한 반대급부를 얻었다면 거래를 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폭로되면서 국제적으로 잘 나가는 우리 대기업들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고 그룹총수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 청문회 앞에 서게 되는 치욕을 당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대기업들이 실제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결국 그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이 나서 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와 행태를 감시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이다.

기업의 지분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 만큼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기업의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 원칙을 담은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스위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이미 10여개 나라가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년에 걸쳐 민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를 구성해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안을 만들었고, 각계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친 뒤 올해 안에 이를 공표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안을 주도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번 제정안의 특징과 관련해 “민간 자율 제정의 취지를 살려 세부 규정 대신 가입자가 따라야 할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원칙 중심의 접근을 취했고 기관투자자와 회사간 양방향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서 7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수탁자 책임 정책 공개와 이해상충 방지 정책 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적 점검, 수탁자 책임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과 의결권 행사내역 · 사유공개,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이행활동 보고,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 · 전문성 확보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보듯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의결권 행사지침으로 보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극히 작은 부분으로 국한 시키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가입여부와 어느 수준으로 지킬 것인지는 각 기관투자자 자율에 맡겨져 있다.

각 기관투자자들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여부와 가입했을 경우 7개 원칙 가운데 어느 원칙은 지키고 어느 원칙은 시행을 유보한다고 공표하면 된다.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제재는 없지만 고객이나 수익자의 자산을 맡은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신뢰도에 큰 손상이 갈 수 밖에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들여다 보고, 납득이 안되는 점이 있으면 질의서를 보내고 의견서를 보내는 등 경영활동에 많은 관여(engagement)를 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활동에서 주주를 의식할 수 밖에 없고 회사의 중요사항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이전보다 많은 소통활동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대규모로 투자하는 연기금이다.

사실 연기금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지분을 가지고 제대로 주주활동을 해왔다면 우리 기업, 특히 재벌기업들이 회사가치 제고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경영활동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만 해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제대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연기금, 그중에서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느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고 아직까지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모시기가 아주 힘들다. 오는 11일까지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더 기다려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대표는 “국민연금이 참여하지 않으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말짱 꽝”이라며 “당국과 국회가 나서서라도 국민연금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제2의 삼성물산 합병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이자 책임투자를 선도해야 할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가장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의 채택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깨어서 회사의 경영 상황을 들여다 보게 되면 경영자가 회사 자금을 미르와 같은 곳에 함부로 지원해서 결과적으로 회사 가치를 손상하는 일은 막을 수 있게 된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재무적이나 비재무적인 사항이 회사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기관투자자는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운용자산에 영향을 미쳐서 고객과 수익자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튜어드십코드가 있으면 내부통제가 제대로 돼 있는지 물어볼 것이고 문제가 있으면 강화나 수정을 요구할 것이다. 그랬더라면 미르와 같은 재단에 함부로 돈이 나가는 것에 제동을 걸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은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경영활동에 장애가 된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기관투자자들도 회사의 가치를 높여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목적인 만큼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힘을 모아갈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우리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게하는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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