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전 최소 8회이상 차움의원을 직접 찾아 주사제를 맞는가 하면, 취임후에도 20회 가까이 비선 측근인 최순실(60)·순득(64) 자매 이름으로 주사제를 처방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특히 박 대통령의 혈액이 민간의료기관으로 반출돼 '최순실' 명의로 검사된 사실까지 드러나, 청와대 의무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규명 작업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당국 조사로 15일 일부 공개된 차움의원 진료기록부 내역을 보면, 박 대통령이 처음 이 병원을 방문한 건 2011년 1월 11일.
당시 최씨 자매 진료를 담당하던 김상만(54) 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은 최순실씨 진료기록부에 '상담(박대표)'라고 기재했다. 열흘뒤인 1월 21일엔 순득씨의 진료기록부에도 '박대표'가 기재된다.
이듬해엔 그 빈도가 한층 늘어난다. △3월 29일 '박대표' △4월 4일 '대표님 처방' △5월 4일 '대표님' △8월 24일 '대표님' △9월 19일 '대표님 주사'로 순실씨 진료기록부에 기재된다. 이어 △11월 16일 '대표' △11월 29일 '박대표'로 순득씨 진료기록부에 처방 사실이 적혔다.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 7일에도 순득씨의 진료기록부에 '대표님'이 주사제를 처방받는다. 그해 △3월 26일 '청' △4월 24일 '청' △7월 25일 '청'으로도 기재됐다.
김 원장은 당국 조사에서 "진료기록부에 '박대표'나 '대표님'으로 표시된 처방은 당시 박근혜 대표가 직접 주사를 맞고 간 것을 최씨 자매 이름으로 써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최소 8번 이상 박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주사를 맞았단 얘기다.
김 원장이 '자문의'로 위촉된 2013년 8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안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8월 29일 '안가(검사)' △9월 2일 '안가(검사)' △9월 4일 '러시아출장(안가)' △9월 12일 '청, 안가' △9월 26일 '안가' △10월 28일 '안가(처방냈다가 취소)' △11월 15일 '안가' △12월 4일 '안가' △12월 11일 '안가' △12월 27일 '안가' 등으로 기재된다.
취임 첫해인 2013년에만 13차례에 걸쳐 '최씨 자매 명의'로 박 대통령에 대한 주사제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처방 간격 역시 짧게는 이틀, 보통 일주일에서 한 달가량으로 촘촘하다.
김 원장은 특히 그해 8월 29일 '안가(검사)' 기록에 대해선 "대통령의 혈액샘플을 가져오면 검사하겠다고 오더를 냈지만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나흘뒤인 9월 2일 청와대 간호장교가 채취해온 대통령 혈액을 최순실씨 이름으로 검사했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대통령의 민감한 정보가 민간 병원에 반출된 셈이어서, 청와대의 공식 의무시스템이 붕괴됐다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김 원장은 또 그로부터 이틀 뒤인 9월 4일의 '러시아 출장(안가)' 기록에 대해서도 "대통령 출장시 의무실에 구비되지 않은 상비약을 최순실씨 이름으로 챙겨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역시 청와대 공식 의무시스템과의 기록 대조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최씨 자매의 진료기록부에 '청'이나 '안가'로 기재된 처방들은 김 원장이 청와대로 가져가 피하주사인 경우엔 직접, 정맥주사는 간호장교가 박 대통령에게 주사를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에도 △1월 3일 '안가' △3월 17일 '안가' △6월 2일 'VIP' △8월 27일 'VIP고객 대신오심' △10월 6일 'VIP' △10월 20일 'VIP' 등으로 최씨 자매의 진료기록부에 나뉘어 기재됐다. 다만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해 4월엔 처방 기록이 없다.
차움의원측 한 의사는 서울 강남구보건소와의 면담 조사에서 "VIP로 표시된 4건은 김 원장으로부터 환자를 인계받던 시점이어서 최순실씨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병원의 현직 간호사 A씨는 "김 원장 지시에 따라 진료실 담당 간호사가 처방전을 가져오면 주사약·주사기·알콜솜 등을 세트로 포장해 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지금은 퇴사한 또다른 간호사 B씨도 "김 원장이 '포장약'이라고 지시하면 최씨 자매가 직접 와서 가져가곤 했다"며 "두 사람 외에 주사제를 포장해가는 경우는 없어, 병원내 주사실 근무자들도 이런 상황을 대략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연루된 김 원장의 이같은 처방이나 진료 행위는 그간 주치의들은 물론, 청와대에 24시간 상주하는 의무실장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나 의혹은 갈수록 커져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