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으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4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이한형기자
박근혜 대통령 ‘자문의사’인 김상만(54) 원장이 거짓 해명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 원장은 ‘자문의 위촉’과 ‘대통령 진료 과정’이 정상적이고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배치되는 증언과 정황이 속출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 김상만 원장 '거짓 해명'에 이병석·서창석 前주치의 잇단 반박CBS 노컷뉴스는 11일 “김 원장을 ‘자문의’로 추천하지도 않았고 청와대 안에서 보지도 못했다”고 밝힌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초대 대통령 주치의)의 인터뷰를 단독 보도했다.
이 병원장은 또 “‘김 원장이 밤에 청와대에 들어와서 박 대통령을 독대 치료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치료 내용은 모른다”고 폭로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언론에 "이 병원장의 추천을 받아 이력서를 제출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대통령 자문의가 됐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주치의와 의무실장, 간호장교가 배석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을 진료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병원장의 설명은 김 원장의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커다란 파장이 일었다.
김 원장은 ‘거짓 해명’ 논란이 일자 “이병석 병원장의 경우 진료에 동석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주치의가 왜 안 왔는지는 모른다”고 갑자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이병석 병원장의 후임 주치인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자신의 진료 때 동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창석 병원장 역시 “김 원장이 자신의 통제를 받지 않고 청와대를 들락거렸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 원장의 해명은 이번에도 거짓일 가능성이 커졌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 원장의 경우 나의 통제를 받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청와대 관저에서) 직접 부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 원장이 청와대 자문의사인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 김상만 원장의 베일에 싸인 '朴대통령' 진료 내용대통령 자문의는 내과, 외과, 안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 각 진료 과목별 의사 30여 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자문의료진을 꾸리는 일은 전적으로 대통령 주치의의 몫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최윤식 서울대 교수는 "자문의는 주치의가 정말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의사들로 구성된다"면서 "전적으로 주치의 의견에 맡겨진다"고 말했다.
대통령 진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보통 주치의를 통해 해당 자문의가 결정되며 자문의가 대통령을 진료할 경우에도 주치의와 의무실장 등이 배석하도록 돼 있다. 주치의에 대한 연락은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두 전직 주치의들은 김 원장에 대한 ‘자문의 임명’에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했다. 심지어 김 원장이 대통령 자문의인 사실은 물론 대통령 진료 내용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치의도 모르게 비밀 진료를 받아야 할 또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 의무기록이 제대로 관리됐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원장은 언론에 "의무실에 기록이 있기 때문에 주치의는 의무기록을 확인하면 어떤 자문의가 무슨 진료와 치료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병석 병원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원장이 대통령에 대해 어떤 진료를 했는지는 모른다”면서 “비타민주사나 피곤할 때 맞는 수액주사 같은 것을 놓을 때는 청와대에서 김 원장을 직접 부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의무실장에게 “어떤 치료를 받았대요?”라고 물었더니 “‘저도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장은 또 “피부와 보톡스, 미용과 관련된 내용은 의무기록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원장이 자신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는 서창석 병원장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 대통령 자문의 '김 원장'과 최순실 · 안봉근 · 이정노두 전직 주치의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박 대통령의 건강관리가 공식적인 청와대 의무시스템이 아닌 ‘비선 자문의’를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건강관리를 책임진 안봉근 전 비서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안 전 비서관은 자신의 차량을 제공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청와대 무단출입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원장 측은 "경복궁역에 내리면 청와대에서 차량이 와 데리고 의무실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청와대 차량으로 출입하게 되면 출입기록이 남지 않게 된다.
김 원장 역시 최순실 씨처럼 청와대를 은밀히 출입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 원장은 2010년부터 차병원 계열 차움병원에서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차경섭 차병원그룹 이사장의 사위인 이정노 전 차움병원장의 소개로 최순실 씨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