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 측근인 고영태씨.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 개명·구속)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씨가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0)씨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장애인 펜싱팀 감독에 앉힌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달 고씨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씨에게 고교 선배인 박상민 감독을 장애인 펜싱팀 감독으로 추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 감독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지난 5월 13일 창단한 국내 유일 장애인 펜싱팀 감독이다. 고씨의 고등학교 선배이며, 고씨처럼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출신이다.
최씨가 고씨 청탁을 들어준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차씨가 최씨에게 인사청탁을 해 성사되는 것을 목격한 고씨가 최씨에게 박 감독을 추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씨는 검찰에서 최씨에게 2014년 김상률(56) 숙명여대 교수를 대통령 교육문화수석, 은사인 홍익대 대학원 지도교수인 김종덕씨(59)를 문체부 장관에 임명해달라고 청탁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또 측근인 송성각(58·구속)씨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앉혀달라고 최씨에게 청탁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2월 김 전 수석과 송 전 원장을 임명했고, 그해 8월 김 전 장관을 임명했다.
검찰은 고씨의 진술과 지난 9일 삼성동 GKL 사무실에서 확보한 압수물 등을 토대로 최순실씨가 장애인 펜싱팀을 통해 이권을 빼돌렸는지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최순실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최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동원해 GKL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자신이 실소유한 더블루케이가 펜싱팀 관리대행사(에이전트)로 지정되도록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씨의 고교 선배인 박 감독이 펜싱팀 감독을 맡게 된 것이다. 감독과 선수 명단은 더블루케이에서 GKL에 지정해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감독을 추천한 것은 맞지만 차씨와 같은 자리에서 최씨에게 말(청탁)한 것은 아니다"라며 "차씨와 만난 지는 벌써 2년이나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최씨를 상대로 차씨, 고씨 등의 인사청탁을 받고 청와대와 장관, 장애인펜싱팀 감독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추궁하고 있다.
또 GKL이 장애인펜싱팀을 창단하고 실소유한 더블루케이가 펜싱팀 관리대행사로 지정되는 과정에 문체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도 상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해 9월 8일 GKL에 "우리 부 산하 공공기관부터 선도적으로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추진하고자 하니 귀 기관의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검찰은 이때 문체부 수장이었던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제2차관을 소환하는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최씨가 고씨를 통해 GKL 사장 인사에 관여하고, GKL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돈세탁과 부당이득 창구로 활용하려 하는 등 업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고씨는 최씨가 국내와 독일에 세운 더블루K·비덱스포츠 경영에 참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들어 화제가 된 '빌로밀로' 가방을 만드는 등 최씨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언론에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