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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의 '아집(我執)과 미련(未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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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야당의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촛불민심'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의 명쾌하지 않은 말(言)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8일 국회 현관에 들어서면서 야당 의원들의 '하야(下野) 피켓'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알 듯 모를 듯한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빨간색 옷차림을 한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서는 국정 정상화에 대한 의지까지 피력했다.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면서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서민생활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두운 무채색 옷차림으로 두 번씩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던 바로 며칠 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여야 합의로 후보를 추천하면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는 말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8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야당의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병준 총리 내정자에 대한 지명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잘못을 인정하는 '지명철회'라는 표현을 끝내 사용하지 않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도 명확한 설명이 없어 2선으로 후퇴를 하겠다는 것인지도 알쏭달쏭하다.

'총리가 내각을 통할한다'는 말은 그저 헌법에 적혀 있는 내용일 뿐이다.

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 후보가 조만간 찾아질 지도 미지수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단독 면담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들부터 만날 것을 주문했는데도 한사코 무조건 만나겠다고 해놓고서는 뒤늦게 청와대는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회동 때 야당 대표들도 같이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속내를 넌지시 언론에 흘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전격 방문하고 있다. 앞에 국민의당 당직자들이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렇게 국회의장을 만나겠다던 대통령은 고작 13분동안 할 말만 하고서는 마치 정해진 스캐줄을 소화했다는 듯 국회를 떠났다. 말그대로 보여주기용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의 이같은 모습은 마이웨이식 아집(我執)과 권력에 대한 미련(未練)을 버리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아집은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해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요, 미련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이다.

즉, 잔여임기로는 너무도 긴 1년 3개월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서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민심과 국민적 분노에 눈과 귀를 닫고 만 것이다.

비선실세의 농단에 경계의 담장을 낮춰 국정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었으면 벌(罰)을 받아 마땅할텐데 국정을 정상화하는 책무를 다하겠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최순실 터널'에서 빠져 나오려는 얄팍한 몸부림이자 시간벌기 꼼수일 뿐이다.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궁금하지만 이 또한 사이비 종교, 청와대 굿판과의 고리를 끊으려는 명분쌓기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날 그날 신문과 방송만 보더라도 민심의 소재는 금방 알 수 있는 노릇이다.

대통령은 8일 여의도 국회로 오는 길에 촛불민심의 현장인 광화문 광장을 지났을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는 이번 주말에 또다시 거대한 촛불이 피어 오른다.

'기계는 멈추지 않는 게 능력이지만 사람은 멈출 줄 아는 것이 능력'이라는 말이 있다. 박 대통령에게 능력이 있다면 이제 아집과 미련을 멈추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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