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왼쪽) 씨와 박근혜 대통령(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 총수 7명을 독대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을 요청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진술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4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전날 밤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구속되면서 검찰은 대통령을 수사 궤도에 올릴 전망이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7월 24일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청와대 오찬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두 재단 의혹을 해명하며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들을 초청한 행사에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 바로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로 그 자리다.
박 대통령은 당시 대기업 총수 17명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는데, 그 이후 7명의 대기업 총수를 따로 독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대한 대기업 총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 김창근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관계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상태다.
안 전 수석은 검찰조사에서 "재단 설립을 박 대통령이 지시했고, 수시로 재단 모금 상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주변에는 '대통령의 심부름꾼'이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로 검찰 수사의 초점은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사이 만남에서 자금지원 요청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통령이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모금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했는지 등이 수사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대국민 담화 발표를 통해 사과과 함께 검찰 수사에도 응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 직접 수사에 대한 검찰 내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에 대해 극도로 발언을 아껴왔던 기존 태도와 달리 "조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꺼냈다.
원론적 입장의 발언이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실제 조사로 이어지기 위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수사 진행결과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수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해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현직 대통령인 만큼 방문조사나 서면조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