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지역 중학생 10여 명과 시민들이 1일 저녁 김제시내 일원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며 집회와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사진=임상훈 기자)
"교과서에서 배운 대통령은 국민의 말을 선뜻 들어 나라의 운영에 힘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본 우리나라 대통령은 국민의 말이 아닌 한 사람의 말만 듣는 대통령이었습니다."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국민 대다수의 가슴 속에 울분과 허탈이 들끓는 것처럼 중학생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1일 저녁 6시 전북 김제시 검산동 김제수협 앞. 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고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엄마 등 시민들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김제지역 중학생들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꾸린 중학생 주도 전국 최초의 집회.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최순실 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 씨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진실한 사과와 처벌을 바랍니다"라는 주장을 외치며 3㎞가량 시가행진을 했다.
경찰서를 찾아가 직접 집회신고를 하는 등 이번 집회와 시가행진을 주도한 조윤성(중3) 군은 "한나라의 대통령이 한 사람의 말만 듣고 나라를 통치했다는 것에 학생으로써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집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조 군은 당초 친구 3~4명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고, 비록 혼자 남더라도 시가행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언론보도와 SNS를 통해 집회 소식을 접한 김제지역 다른 중학교 학생들이 동참하며 집회에 나선 중학생은 13명에 달했다. 중학생들의 행동에 김제지역 시민 10여 명도 집회와 행진을 함께 하며 학생들에게 힘을 보탰다.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참석한 박수연(33) 씨는 "대견하고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힘을 보태주기 위해 나왔다"며 "어른들도 못하는데 학생들이 경찰서 가서 집회신고 하는 절차까지 다 밟았다는 게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 속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중학생들은 도화지에 매직으로 쓴 '진실을 요구합니다', 휴대전화 액정에 표현한 '박근혜 하야' 등 각자의 표현물을 들도 행진을 계속했다.
한민서(중2) 양은 "시위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여기에 함께 해서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약간 뿌듯하기도 하고 좀 걷느라 춥고 힘들기도 했는데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라를 걱정하는 김제지역 중학생들의 집회와 시가행진은 2일 저녁에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