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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학력세탁자'가 朴연설문을 고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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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 에 참석한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를 둘러싼 국기문란 사태를 밝히고 국민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황진환 기자

 

'학력 세탁'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수법이죠. 최순실 씨도 학력 세탁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고쳤습니다.

대체 최씨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청와대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걸까요? 최순실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멘토'로 생각한다는 사이비 교주 최태민 씨의 딸입니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1979년 6월 10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음제전 때 최순실 씨는 박근혜 영애 옆에 바짝 붙어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당시 최씨의 신분은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 회장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순실 씨의 학력을 단국대학교 영문학과 학과 졸업, 동 대학원을 수료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후 최씨는 독일 유학, 미국 대학 학위 등을 거쳐 1990년대부터 아동과 영재교육에 관한 전문가로 자처하고 다녔습니다.

아버지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육영재단에 무혈입성해 육영재단 부설유치원장을 맡기도 했고, 이후 초이유치원과 국제영재교육 연구원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주 교묘한 학력 세탁 기법이 숨어있었습니다.

먼저 단국대학교.

사실 최순실 씨는 단국대학교를 정식으로 졸업한 것이 아닙니다. 최 씨는 과거 돈을 내고 수업만 듣는 '청강생' 제도로 단국대 영문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청강생 제도는 학위장사 논란 때문에 폐지됐는데요. 최순실 씨는 제도가 있을 당시인 1975년 청강생 신분으로 입학했습니다.

청강생은 수료로 학교를 마치기 때문에 학사 학위가 없습니다. 따라서 정식 대학원에 진학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씨는 같은 대학, 같은 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는데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바로 '연구과정생' 제도였습니다. 과거 대학원에서는 연구과정생이란 신분으로 학부 졸업생을 뽑았는데요.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추가로 공부를 하면서 취업의 기회를 찾는 학생이 주로 이용했습니다. 말 그대로 석사 학위도, 석사 수료도 아닌 연구과정생인 것이죠.

결과적으로 최씨가 단국대학교를 다닌 것은 맞지만 청강생, 연구과정생이었기 때문에 학사,석사 학위자로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후 최순실 씨는 1979년 하반기 갑자기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데요. 국내에서는 10·26과 12·12사태까지 일어나 정국이 몹시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10·26 사건 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멈춥니다.

최순실 씨가 독일 유학시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현지에서 학위를 취득 했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10월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최순실 의혹 진상규명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다만 추론의 단서는 있습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걸로 알려졌던 최순실 씨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1981년 학사, 1985년 석사, 1987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MBN이 보도했는데요. 최순실 씨가 1985년부터는 국내에서 육영재단 업무를 했던 만큼 해외 학위 취득 과정이 석연치 않습니다.

또한 TV조선도 최순실 씨가 미국의 '학위 장사'로 잘 알려진 대학에서 쓴 논문을 보도했는데요. 논문을 쓴 연도도 표시돼 있지않은 최씨의 논문의 제목은 'A Study on the Education of Children Regarding Children’s Literature : Focusing on Kindergarten Education Center' 입니다.

하지만 학술 사이트에서는 최순실 씨의 해당 석사, 박사 학위 논문이 검색되지 않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학위로 최순실 씨는 국내로 들어와 아동교육 전문가 행세를 합니다. 1985년 자신의 아버지인 최태민이 깊숙하게 관여된 육영재단의 부설 유치원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시작한 겁니다. 1990년대에는 서울 강남에서 초이유치원까지 운영하며 아동교육에 열을 올렸습니다.

최 씨는 '민 국제영제교육연구원'을 만들어 자신이 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해당 연구원은 1995년 11월 최순실 원장의 주최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영제교육 관련 국제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는데요.

당시 국제영제교육연구원에서 근무했던 연구원에 따르면 최순실 씨가 연구원 원장인 만큼 아무도 그녀의 학력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에 밝혀진 학력 사실을 듣고 자신도 당혹스럽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최순실 씨 연구경력과 관련된 것 중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국내 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인데요.

최 씨는 연구원장 시절 인 1995년, 같이 데리고 있던 연구원 두 명과 공동저자로 미래유아교육학회지에 논문(자녀의 영재성과 영재교육에 관한 부모의 인식 및 실태조사 연구)을 냈습니다. 자신이 운영하던 강남 유치원의 학부모를 연구 대상으로 한 논문이었습니다.

최순실 씨가 공동저자로 쓴 논문.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과학적인 연구 기법 없이, 그것도 일부 학부모의 설문만을 다룬 논문이어서 논문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논문은 미래유아교육학회지 창간호(제1권)에 정식 논문으로 게재됐습니다.

아동교육 전문가 행세를 하던 최순실 씨는 1995년 정윤회 씨와 결혼해 정유라 씨를 출산했습니다.

정유라는 중학교 때까지 성악을 전공하다 돌연 승마로 전향해 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진학했는데요.

최씨는 정유라의 교육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면, 해당 고교와 대학을 찾아가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동교육전문가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거짓과 사기로 점철된 최씨 인생은 '40년 지기'라는 이유 하나로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첨삭하는 엽기적인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런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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