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마취된 경제…'1억 빚도 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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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표류하는 대한민국 경제 2: 저금리시대·부동산 과열·가계부채 폭증

#1. 서울 신림동에 사는 주부 김모(38) 씨는 지난 4월, 1억 6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딸아이의 학령기를 앞두고 교육 여건이 좋은 곳을 찾다가 인천 송도 신도시의 35평형 아파트를 분양받고 오는 2019년 이사 예정이다.

김 씨는 처음에는 1억이 넘는 돈을 대출받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주위에서 요즘같은 저금리시대에 1~2억 대출받기는 흔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이 됐다.

이자도 2.5%라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 금액이다.

김 씨는 "이자가 싸서 크게 부담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활비는 줄이게 된다"며 "외식도 줄이고 의류비와 여가활동비 등 부부가 쓰는 지출은 가능한 한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낮은 이자로 대출받아 집을 사는 일은 그야말로 흔한 일이 됐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저금리시대·부동산 과열·가계부채 폭증

한국은행은 최근 몇년새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경기부양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의 소비지출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2004년 81.3%로 최고치를 찍고서 점차 하락해 올 2분기엔 70.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령화로 노후 대비 부담이 늘어난 데다 경기가 악화해 안정적인 일자리도 줄어들며 가계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2. 서울 노원구에 사는 5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집 근처의 작은 평수 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보는 중이다.

이미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외에 보유 중인 20평형 아파트 한 채에서 매달 월세 60~70만원 정도를 받고 있는 A 씨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

A 씨는 "아파트 한 두 채를 더 사서 월세를 받으면 10여년 뒤 노후 준비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금리가 싸니 이런 식으로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서 월세를 받는 직장인들이 주위에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낮은 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당분간 초저금리가 계속될 걸로 보이는 데다, 언제든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6개월 미만 단기부동자금이 1000조원이 넘는다.

정부의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분양시장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공급 감소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더욱 과열돼 최근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 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는 306.6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강남권 재건축 단지 시세는 지난 2006년의 전 고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빚을 얻어 살 집을 사고,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사 투자를 하면서 결국 늘어난 것은 가계부채.

가계부채는 2분기 말 1257조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은행 등을 포함한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527조2000억원으로 40%를 훌쩍 넘는다.

정부가 사실상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는 등 가계대출 고삐를 죄면서 10월에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출 옥죄기'가 가계의 이자부담을 높이고 소비를 줄여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미국 연준은 대선 후인 오는 12월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가계부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 있는 한국경제에는 금리인상이 서서히 옥죄어오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초저금리에 너도나도 손쉽게 돈을 끌어쓰다보니 결국은 부동산 시장 과열로 나타난 상황, 그렇다고 조만간 시작될 금리상승랠리에 대응할 시간과 정책수단이 충분해 버블붕괴를 손쉽게 피해갈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결국 '빚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저금리 시대에 금리를 0.25% 올리고 내리고는 큰 의미가 없다"며 "이제는 거품이 걷히고 나서 부동산 하락이 경기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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