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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씩만 집어가도 도토리 천만 개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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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변상욱 대기자 (김현정 앵커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김중호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사무소 주임)

요즘 가을산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선 단풍객이 많이 몰리는 것도 있지만 도토리를 주워가는 분들 때문에 단속반 사람들이 굉장히 바쁘답니다. 도토리를 지켜라.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사무소의 김중호 주임을 연결해보겠습니다. 김 주임님 안녕하십니까?

◆ 김중호> 안녕하십니까?

◇ 변상욱> 북한산 단풍이 지금 어느 정도인지 한번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그림을 좀 그려봐 주십시오.

◆ 김중호> 북한산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해서 앞으로 한 일주일에서 2주일 정도 그 정도가 절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서울 근교에서 잘 못 느꼈는데 저도 지난주에 파주 정도 올라가니까 단풍이 아주 멋지고 내려오면서 점점점 북한산도 충분히 물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까?

◆ 김중호> 네. 도토리가 많이 떨어지는 걸 목격은 합니다.

◇ 변상욱> 혹시 한두 개 집어서 주머니에 넣어도 안 되는 겁니까, 법적으로는?

◆ 김중호> 그게 꼭 법이라기보다는 마음가짐이겠죠. 산을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가짐으로 주워가지 마셔야죠. 하나를 가져간다고 해서 법으로 처벌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 변상욱> 주워가는 분들을 생각해서 부드럽게 얘기하신 것 같은데요. 국립공원에서 마구 도토리를 채취한다 하면 법으로는 어떻게 됩니까?

◆ 김중호> 자연공원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 변상욱> 은근히 센데요.

◆ 김중호> 네. 아무래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그렇게 고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상업적으로 잔뜩 긁어가시는 분들은 고발조치하고, 그냥 일반 등산객들이 조금 줍는 건 그래도 가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정도 얘기하십니까?

◆ 김중호> 그럼요. 일단 탐방객분들도 그냥 본인이 기념 삼아 아니면 집에 가서 도토리묵을 해 먹는다, 이렇게 해서 검은 비닐에 조금씩 담아가시기는 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기도 하고 아니면 계도를 하기도 하고 지도장을 발부해 계도처분을 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줍는 입장에서는 '나는 이만큼밖엔 안 주웠는데'라고 하지만 그런 분들이 몇 천 명, 몇 만 명 된다면 그것도 엄청난 양은 되겠군요.

◆ 김중호> 네. 하루 단속해서 그 양을 모아보면 가끔 한 가마니 이상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 변상욱> 그런데 전문적으로 담아가시는 분들이 있으신 모양인데 혹시 관리를 갖다 늘 해 오신 입장에서 딱 보면 좀 많이 담아가려고 오신 분이다, 아니면 그냥 잠깐 오셨다가 몇 개 주웠다, 딱 한눈에 판별이 됩니까?

◆ 김중호> 지나치게 배낭이 크다거나 아니면 배낭 사이사이에 도토리 모양으로 삐죽삐쭉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그분들한테 ‘배낭을 열어봐라.’ 이렇게 우리가 실질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쫓아다니면서 어떻게 하는지 예의주시하면서 그렇게 나중에 털어놓을 수 있게끔 그렇게 합니다.

◇ 변상욱> 그러면 등산 오신 분이 뭔가 불룩하게 배낭에 많은데 이 자리에서 열어보십시오 하는 권리는 지금 단속반한테는 없는 겁니까?

◆ 김중호> 네, 저희한테 그런 권한은 있지 않습니다.

(사진=자료사진)

 

◇ 변상욱> 혹시 국립공원을 관리하시면서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고 하다 보니까, 때로는 불미스러운 일도 때로는 어려운 일도 만나실 텐데 혹시 경험하신 것 중에 잊지 못하실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으십니까?

◆ 김중호>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허리를 잘 못 피시고 ‘아이고, 아이고’ 하시면서 도토리를 조금씩 주워가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할머님, 이거 안 됩니다 하고 다 내려놓으세요 이렇게 했는데 이 분이 순식간에 다른 봉우리 밑에 가 있으신거예요. 저분이 어떻게 저기까지 가셨을까 했더니 나중에 봤더니 이 분이 저희만 안 보면 뛰어다니시더라고요. (웃음) 우리가 그때는 ‘날아다니는 할머니’라고 가끔 우리끼리 만나면 웃으면서 얘기하고는 하는데 그런 경우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 변상욱> 꼬부랑 할머니처럼 보이는데, 안 보이는 장소에서는 뛰시기도 하는 모양이군요. (웃음)

◆ 김중호> 네. 마지막 하나까지 다 우리한테 걸려서, 마지막 하나까지 다 내려놓게 하니까 할머니가 '독한 것들'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 변상욱> 누가 독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웃음) 혹시 '이 산이 당신 거야?'라고 하면서 오히려 역정을 내시는 분들도 계신가요?

◆ 김중호> 대부분 본인이 잘못하시면 화를 내시는 분들이 한 60% 70%, 화를 먼저 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십니다.

◇ 변상욱> 화를 내시는 분들이 더 많군요. 나 세금 낸 사람이야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당연히.

◆ 김중호> 그럼요. '너희들 이러라고 세금 주는 게 아니야.' (이런 말씀도)

◇ 변상욱> 아 '탐방객들 괴롭히라고 당신들한테 세금으로 봉급주는 줄 아냐.' 이렇게요? 아이고, 그렇군요. 매일 이렇게 산으로 이리저리 단속하시려면 체력이 점점 좋아지시고 건강에 좋으십니까? 오히려 무릎 관절 같은 데가 더 아프고 힘드십니까?

◆ 김중호> 그게 약간 이율배반적이기는 한데요. 체력도 좋아지면서 또 관절도 많이 상하고 하는 게 현실입니다.

◇ 변상욱> 쉬운 일은 아니군요.

◆ 김중호> 아직까지 저는 괜찮습니다마는 같은 직원분들 얘기하다 보면 많이 아프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체력은 또 많이 좋아지시고요.

◇ 변상욱> 이렇게 많이 주워가면 '야생동물은 뭐 먹고 살아. 그러니까 야생동물이 다 민가로 막 내려가서 파헤치고 오지'라고 흔히들 얘기하는데 이 말은 설득력이 있습니까?

◆ 김중호> 설득력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다람쥐나 멧돼지 등도 북한산에서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꼭 도토리라든가 여러 먹이 때문에 내려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제가 현장에서 보나 국립공원 관리하면서 보면 아예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는 말 할 수 없겠죠.

◇ 변상욱> 뭔가 자연 생태계는 그냥 가만히 놔두는 게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늘 하거든요, 좀 건드리지 말고 가능한 한.

◆ 김중호> 우리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존재하는 목적이 여러 가지 탐방서비스도 있지만 보존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해야 되고 연구해야 될 일인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아, 그 말씀 맞습니다. 서비스하려고 있는 걸로 자칫 탐방객들이 오해할 수 있는데 어떻게든 보존하려고 애쓰시는 분들이라고 여기시면 훨씬 더 이해가 서로 잘 될 것 같습니다. 자, 가을산을 찾는 우리 탐방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당부하실 게 있다면 어떤 걸 하시겠습니까?

◆ 김중호> 모든 국립공원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연간 천만 명 이상의 탐방객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한 분이 도토리 하나씩만 주워가도 천만 개의 도토리를 가져간다는 상식이 나오는데요. 꼭 법으로 처벌을 하냐 마냐보다는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탐방을 하시면 이런 문제는 자연적으로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 변상욱> 특히 그래도 이런저런 계도하시는 분들이 많은 그런 것보다도 그런 눈길이나 손길이 없는 곳에 가시는 분들 특히 좀 이 말씀을 귀담아 들으셨으면 좋겠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중호> 네, 감사합니다.

◇ 변상욱>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사무소였습니다. 자원보존과의 김중호 주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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