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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선생님이 된 의경들 "오히려 더 많은 걸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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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한 조준영 씨는 월급과 용돈을 모아 마련한 돈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완주군청에 기탁했다. (사진=완주경찰서 제공)

 

아무리 여건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군대는 군대다. 국방의 의무에 젊음을 담보 잡혀 2년의 세월을 살아가는 젊은이들.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겠고 고민도 많겠지만 군복무 속에서 스스로의 고민 뿐 아니라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제 막 사회로 돌아온 조준영(23), 정립(22) 씨의 의경 생활이 그런 예다.

전북 완주경찰서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한 조준영 씨는 상병을 단 올해 초부터 또 하나의 일과생활을 챙기기 시작했다. 완주지역에 사는 청소년 두 명의 과외교사가 된 것.

조 씨는 18살, 19살 수줍은 두 여학생의 검정고시 시험을 도왔다. 완주경찰서는 조 씨와 학생들을 위해 경찰서 내에 조그만 사무실을 내줬고 학생들은 거의 매일 완주경찰서에 찾아와 배움의 꿈을 다졌다.

조 씨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봉사를 강조하셔서 항상 생각이 있었는데 계급이 올라가면서 여유가 생겨서 누군가를 돕고 싶었다"며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공부를 돕는 일이라 생각해 도움을 청했더니 경찰서에서 주선을 해줬다"고 말했다.

봉사는 쉽지 않았고,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얻은 것은 봉사 이상의 것이었다.

반드시 검정고시를 합격시키겠다는 스스로의 욕심이 차올라 학생들을 다그쳤던 기억은 미안함으로 남았다. 상담을 하며 한 학생의 어려운 가정형편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조 씨는 "너무 힘들고 슬펐을 것 같은데 울지도 않고 말하는 학생을 보면서 마음이 더 아팠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사실을 오히려 제가 배웠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에서였을까. 조 씨는 지난 7월 월급과 아버지가 준 용돈을 모아 마련한 돈 500만 원을 완주군청을 통해 어린이재단에 기탁하기도 했다.

전북경찰청 308의경대는 완주청소년문화의집과 협약을 맺고 의경들이 학생들의 선생님이 되고 있다. (사진=308의경대 제공)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전북경찰청 308의경대는 2008년부터 완주군청소년문화의집과 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 '방과후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정립 씨를 비롯해 조명호·김성현·고시영 수경과 윤인상 상경 등 5명.

이들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완주군청소년문화의집에 찾아가 중학생 40여 명의 공부를 돕고 있다.

정립 씨는 "누군가를 가르쳐 본 일이 없어서 처음에는 두렵고 떨리기도 했다"며 "막상 가보니 아이들이 너무 착하고 활달해 연락처도 주고받고 같이 놀러가는 사이도 됐다"고 말했다.

일과시간 이후에 스펙을 쌓기 위한 자신만의 공부를 하고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독서로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들에게는 나눔의 마음을 배워가는 과정이 더 소중했다.

정 씨는 "동생 없이 살아왔는데 의경생활을 하면서 제자 겸 동생들이 생겼다"며 "복무한 시간 동안 많은 추억이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조 씨와 정 씨는 모두 지난 14일 의무경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왔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복무했지만 이들은 비슷한 경험을 했고 또 비슷한 말을 남겼다.

학생들의 공부를 끝까지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것과 군 생활을 하고 있거나 또 시작할 후배들에게 나를 위한 시간도 좋겠지만 더불어 사는 이들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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