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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은행원이 회식 다음날 집에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 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스트레스가 지병을 악화시키는 등 사망의 간접적인 원인이 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숨진 은행원 이모(사망 당시 51세) 씨의 부인이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A 은행 간부급으로 일하던 이 씨는 지난 2014년 1월 2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마친 뒤 귀가했으나 다음날 오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씨의 가족들은 이 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사망 전후로 해서 (이 씨에게) 만성과로가 확인되지 않고 업무실적의 압박은 오랜 기간 경험한 수준"이라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실적압박과 스트레스가 이 씨가 평소 앓던 지방간과 고혈압 등 지병을 악화시켰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평소 실적압박이 심했고 사고 무렵에는 업적평가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심한 자책감에 시달렸다"며 "과로나 스트레스가 급성 심근경색을 간접적으로 일으킬 수 있기에 이 씨의 업무와 사망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이 씨는 사고 전날 회식자리에서도 종합업적평가순위가 전년도 1등에서 2등으로 떨어진 것에 대해 "내가 조금 더 노력했으면 결과가 좋았을 텐데 미안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종합업적평가 이후 부하 직원들 대다수가 승진 심사에서 탈락하자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며 자책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업무실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었다"며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고 본다"며 이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