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사고 생존자 김정임(62) 씨는 기억 속에서 사고 상황을 힘들게 하나하나 꺼냈다.
14일 울주군 서울산보람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 씨는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사고당시 김 씨와 김 씨의 아내는 운전석 바로 뒤편, 첫 번째와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김 씨의 귀를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때렸다. 이어 콘크리트 분리대가 눈앞에 확 들어왔다.
버스 옆면이 부딪히자 출입문이 찌그러졌고 버스는 휘청거리면서 도로를 계속 달렸다.
지난 13일 오후 10시11분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불이나 10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사진 = 울산시소방본부 제공)
버스는 200여m를 달린 뒤 멈췄다.
당시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안전띠를 매고 있어서 몸이 튕겨 나가지 않았다.
안전띠 때문에 모두, 살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1~2분 사이 화염이 솟아오르면서 버스 안이 연기로 가득 차자 모두가 혼비백산이 됐다.
김 씨는 안전띠를 풀고 일어서려 했지만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김 씨는 "버스는 멈춰 섰지만 큰 충격 여파와 화염, 연기에 너무 정신이 없었다"며 "당황이 되니깐 손을 쓰는게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안전띠와 아내의 안전띠를 풀고 좌석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출입문은 찌그러져서 나갈 수 없었고 검은 연기와 함께 화염이 계속 다가오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전부 뒤로 피하자"고 외쳤다.
김 씨는 아내와 함께 버스 뒤편 창문으로 허겁지겁 이동했다.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몇몇 사람들만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난 13일 오후 10시11분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불이나 10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사진 = 반웅규 기자)
김 씨 부부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한 쪽 팔이 부러지고 얼굴과 몸에 타박상을 입었다. 또 연기를 마시 탓에 목을 쓰는 것이 불편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김 씨는 몸의 아픔보다 상실감이 더 크다고 했다.
한 회사에서 30~40년 같이 일하고 함께 했던 동료들 이었다.
서로 간의 정과 친분이 남달라 정년퇴직한 4~5년 이후에도 만남과 모임을 계속 이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중국 여행이었다.
이렇게 동료들의 생사가 나뉠 마지막 여행이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한 김씨였다.
"먼저 간 동료들 생각에 잠이 들려다가도 계속 깹니다. 그냥 살아있다는게 미안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가슴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