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해시태그(hashtag)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과 비슷한 해시 기호(#)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그 단어에 대한 글을 모아 분류해서 볼 수 있는 걸 얘기한다.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해시태그는 소셜 네트워크나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에서 관련된 콘텐츠를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메타데이터로, 사용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의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키보드에 있는 # 기호를 누르고 띄어쓰기 없이 단어나 문구를 쓰고 이 해시태그를 클릭하면 해당 해시태그가 포함된 콘텐츠가 모두 표시된다고 한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해시태그의 일반론을 언급하려는 게 아니고 지난 주말부터 확산되고 있는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왜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김형민 SBS CNBC PD 페이스북 캡처)
▶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어떻게 시작된거냐?= 지난주 금요일 지난 7일 오전 모 방송국에 근무하는 김형민 PD가 페이스북에 "앞으로 모든 포스팅 끝에 '#그런데최순실은?'붙이기 운동 제안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형민 PD는 "김제동이든 백남기 농민 사인 공방이든 이정현 단식이든 지금 정부 여당의 모든 관심은 '최순실 가리기'가 아닐까 한다. 김제동이 거짓말은 했네 안했네가 이슈가 되면서 교문위에서 최순실 차은택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걸 결사거부한 사실은 묻히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김 PD는 댓글에 "동의하시면 실행에 옮겨 달라, 지금 정부여당은 별별 이슈를 다 생산하고 그를 통한 프레임 짜기에 혈안이 된 걸로 보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자 김형민 PD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댓글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달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님의 펄떡이는 아이디어에 경의를 표합니다"며 #그런데최순실은?이라는 글을 올리며 동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가수 이승환씨도, 배우 김의성씨도 참여했다.
#그런데최순실은? 달기가 확산된건 7일 오후 6시쯤 노컷뉴스에서 처음으로
("모든 게시물에 '#그런데최순실은' 붙입시다")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하면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다음날(8일) 오후 2시에 한겨레신문에서
라는 기사를 출고했다. 내용은 비슷했지만 새로운 참여운동이 확산 되고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고 확산 속도도는 엄청났다. 이렇게 해시태그 '#그런데최순실은' 달기 운동이 SNS에서 급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나?
=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찾아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데 최순실은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게다가차은택은?, #그리고우병우는? 까지로 진화해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평소에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 새누리당 그리고 정부를 비판하는데 소극적이던 사람들도 #해시태그 달기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해시태그가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SNS에서 퍼지고 있는 # 해시태그 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왜 이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 SNS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처음 제안한 김형민 PD에게 왜 이런 운동을 제안했냐고? 물었더니 "이유는 페이스북에 언급한 정도" (김제동이든 백남기 농민 사인 공방이든 이정현 단식이든 지금 정부 여당의 모든 관심은 '최순실 가리기'가 아닐까 한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넋두리처럼 얘기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형민 PD의 제안은 마른나뭇가지에 불을 붙이듯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런데최순실은? 운동이 벌어지는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한다.
첫 번째는 최순실 관련 의혹을 잊지 말자는 운동이라는 분석이다.
경희사이버대 민영배 교수는 "이전에는 총기난사나 IS테러 등에 슬픔을 표시하면서 동조하는 글을 올리면서 해시태그를 다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최순실 의혹'과 관계없는 글을 올리면서 #그런데최순실? 해시태그를 다는 방식"이라면서 "게시글과 관계없이 해시테그가 붙는 새로운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이번 경우에는 일상에서도 '최순실 의혹을')잊지 말자는 딱 한가지"라면서
"잊기 않기 위해 계속 기억을 상기시키겠다는 그 목적에 충실하다 보니까 해시태그의 내용과 SNS에 올리는 게시글이 조응할 필요는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논현동 재단법인 미르의 사무실 (사진=황진환 기자)
실제로 올해 국정감사 최대 현안인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의혹이 새누리당의 전방위적인 증인 채택 거부 작전으로 제대로 규명되기 어려울 처지에 놓였다. 여야가 합의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 관련 증인은 4개 상임위원회에서 총 8명에 불과하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광고감독 차은택씨 등 핵심증인은 모두 빠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에 이어 김제동씨 발언이 이슈화되면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최순실 관련 의혹들은 이슈에서 밀렸다.
두 번째는 저항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주류미디어들이 최순실 관련 의혹을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조차 하지 않는 무보도로(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언론도 있다고 함) 일관하니까 SNS이용자들이 여기에 반발 내지는 저항하는 수단으로 해시태그 달기 운동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동아대 신방과 김대경 교수는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운동은 주류미디어가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으로 무시하는(비보도로 일관) 주요 정치 이슈에 대해 이용자들이 적극적인 참여와 공유, 연결을 통해서 이슈를 생성,유포, 강화시키는 정치적 저항의 의미를 띠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신방과 최진봉 교수는 "SNS상에서 사회적으로 잊혀지거나 사회적으로 주목을 끌지 못하고 사장되어가는 이슈를 다시 이슈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SNS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해시태그운동"이라면서 "소극적인 정치참여운동"이라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참여가 쉽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석하거나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물리적으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해시태그 운동은 손쉽게 동참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진봉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이유는 #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손쉽기 때문"이라면서 "적극적으로 집회에 나갈 수 없는 또는 꺼려지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사안에 대해 소극적인 자기의사의 표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회참여를 하는 형태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번 최순실 의혹 관련 사안은 드러난 것만 봐도 비선 실세의 대형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보여지지만, 여당의 다른 이슈로 물타기, 국회법 악용으로 증인채택 회피, 검찰의 편파수사, 그리고 몇 개의 언론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CBS노컷뉴스, JTBC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의 보도축소 및 무시 등으로 인하여 자칫 이번 이슈마저도 세월호, 메르스, 가습기 살균제처럼 또 넘어갈까 저어되던 차에 기발하고도 큰 노력이 필요 없으며 위험도도 낮은 해시태그 캠페인에 열광하고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영배 교수도 "과거에는 주제와 벗어난 얘기를 하면서 해시태그를 달면 '왜 생뚱맞은 걸 올리냐고 핀잔을 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것들이 용인이 되고 아주 자연스러워 지는 새로운 양상"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에 건에 대해 명확하게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을 쓸 필요가 없이 아무 글에나 #그런데최순실은?을 달 수 있기 때문에 손쉽게 참여 한다는 것이다.
▶ 앞으로 이런 운동이 확산될 거라는 얘기냐?
= 그렇다. 일종의 '나비효과'로 보면 될 것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듯이 시작은 페이스북에서 '가볍게' 시작됐지만 하나의 사회적 운동으로 확신 될 수 있다는 것이다.
7~80년대에는 주로 집회나 거리시위에 동참해 구호를 외치는 방식이었고 대자보와 유인물이 사회적 이슈를 확산시키는 도구였다. 그런데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집회나 시위에 참석도 하지만 #해시태그 달기에 동참하거나 세월호 리본달기 동참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민영배 교수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의 연원을 따져보면 SNS가 활성화 되기 전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제목에 말머리달기 운동'이 있었고, 또 블로그에서 공통의 배너를 다른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 때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노란색 리본달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며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그 매체의 특화된 방식으로 어떤 이슈와 관련해서 동일한 의사를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그 이슈를 온라인으로 확산시키는 행동방식과 같다"고 풀이했다.
건국대 신방과 황용석 교수는 "해시태깅을 통해 이슈를 특징화하고 확산시켜 이슈 유통 및 확산이 용이하다"면서 "참여비용이 낮고 생활공간에세 사회문제에 개입하기 손쉬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이런 이슈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해시태그 달기를 처음 제기했던 김형민PD는 오히려 답답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김PD는 "(최순실과 관련된)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도 예전같으면 이런 일(#해시태그 달기) 없이도 정치권에서 특검이든 청문회든 무슨 진행이든 됐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렇게라도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다. 그런 의혹을 놔두고 김제동 영창 얘기하는 나라가 참 한심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어쨌건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최순실게이트 의혹을 감추려 하면 할수록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운동은 확산될 것이고, 차은택 관련 의혹이나 우병우 감싸기도 #게다가차은택은?, #그리고우병우는? 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