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달 배추 소비자 가격이 한 포기에 8천원까지 폭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7~8월 이어진 폭염으로 고랭지배추가 말라 죽거나 속이 제대로 영글지 않는 작황 피해가 발생하면서 공급물량이 25%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배추는 계절별로 가격 등락폭이 심한 작물이다. 해마다 봄배추가 출하되기 직전인 4월 중순과 고랭지 배추가 나오기 전인 9월 중순이 가장 비싼 시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시기에 공급할 배추가 산지에 없다보니 소비지에서 배추가 귀해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배추 생산량의 70% 이상이 포전매매(밭떼기 거래)를 통해 유통돼, 생산원가와 물류비, 이윤 등이 이미 고정비로 정해져 있다.
이렇다 보니, 배추 소매가격의 68%는 운송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고, 중간 유통 이윤은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배추, 시기별로 1년에 4번 출하…배추 값 4월과 9월 가장 비싸
배추는 재배시기에 따라 일 년에 4차례 출하된다. 가장 먼저, 겨울배추(전년도 9월 정식)가 1월부터 4월까지 시장에 나온다.
이어, 봄배추(2~4월 정식)가 4월 중순부터 7월 상순까지 출하돼 소비자 식탁에 오르고, 봄배추가 모두 소진되면 고랭지배추(5~7월 정식)가 7월 중순부터 10월 상순까지 공급된다.
마지막으로 가을배추(8~9월 정식)가 10월 하순부터 12월까지 시장에 나온다. 우리가 김장배추로 알고 있는 게 바로 가을배추다.
시기별 생산 현황을 보면, 국내 연간 배추 생산량 가운데 가을배추가 가장 많은 66%를 차지하고 봄배추가 15%, 겨울배추 11.5%, 고랭지배추가 7.5%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배추 출하시기가 정해져 있다 보니, 전환시점에 가격이 요동치는 특징이 있다.
배추 월별 출하시기 및 가격 변화 추이(단위: 원/10kg)
1년 중 배추 값이 가장 비싼 시기는 봄배추가 나오기 직전인 4월 초·중순과 고랭지배추가 본격 출하되기 전인 9월 초·중순 등 연중 2달 정도다.
이에 반해, 봄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5월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6월 중순쯤 배추 값이 바닥을 치고, 이어 가을배추가 출하되는 10월부터 다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해 이듬해 2월말까지 고른 가격을 유지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배추파동은 고랭지배추와 관련이 많았다"며 "우리나라 전체 배추 생산량 가운데 8% 정도를 차지하는 고랭지배추가 전체 배추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 배추 생산량의 70% 이상 포전매매 유통 배추가 이처럼 출하 시기별로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배추재배 농민들은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생산량과 작황, 시장가격 등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올해 폭염 때문에 고랭지배추가 최악의 작황을 보이면서 지난달 배추 소비자가격이 한 포기에 8천원까지 폭등할 수도 있지만, 지난 2013년과 2014년처럼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폭락하면 아예 밭을 갈아엎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추생산 농민들은 씨앗을 심어 어린 싹이 돋아나면 밭에 정식으로 옮겨놓은 뒤, 아예 밭떼기로 중간 유통업자와 농협 등에 넘기게 된다. 이를 포전매매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배추 생산량의 70~80%가 포전매매를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민이 직접 재배하고 판매까지 하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에는 밭떼기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대세로 굳어졌다"며 "농민들도 포전매매할 경우 배추 생산량과 작황, 가격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 배추 소비자 가격의 68%는 고정비, 32%가 중간 유통마진그런데, 지난달처럼 배추 값이 폭등하면 밭떼기 판매한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중간 유통업자만 이득을 챙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2014년 조사한 '고랭지배추 유통비용 현황'에 따르면, 포전매매를 통해 생산자 농민에서 소비자까지 5단계를 거치는 동안 생산원가와 물류비, 감모비 등 고정비용이 68% 소요되고, 상장수수료와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농민이 면적 990㎡(300평)인 밭에 배추를 심은 뒤, 포전매매할 경우 33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3㎡당 1만1천원에 넘긴 셈이 된다.
보통 3.3㎡당 배추 9포기가 생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농민이 산지유통 상인에게 포기당 1222원에 판매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후 산지유통 상인은 농약과 비료대금, 수확인건비, 포장비, 5톤 트럭 운송비, 간접비 등 고정비용 722원과 자신의 중간 이윤 109원을 더해, 포기당 2053원에 도매시장에 넘긴다.
그러면, 도매시장은 경매 상장수수료 155원이 포함된 경락가격 2208원을 책정해 다시 중도매인에게 판매한다.
여기서 중도매인은 또다시 청소비와 감모비, 점포관리비 등 고정비용 118원과 자신의 중간이윤 254원을 붙여 소매상에게 배추 한 포기당 2650원에 넘긴다.
다시 소매상은 운송비와 감모비, 점포관리비 등 고정비용 603원과 이윤 747원을 더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4천원에 판매한다.
이를 종합하면, 배추 소비자 가격 4천원 가운데 생산자 농민이 1222원(30.6%), 산지유통 상인이 831원(20.8%), 도매시장 155원(3.9%), 중도매인 442원(11%), 소매상인이 1350원( 33.7%)를 수취한다.
유통 항목별 비용은 생산자 원가와 운송비, 인건비, 감모비, 점포관리비 등 고정비용이 2720원으로 배추값의 68%를 차지하고, 나머지 32%인 1280원은 이윤과 상장수수료다.
특히, 전체 배추값의 25%가 중도매인과 소매상인이 챙기는 이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락동 도매시장 관계자는 "배추 값이 오르면 마치 중간 유통 상인들이 배를 채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약간의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배추의 경우 부피가 크다 보니 물류비용과 인건비가 비싸고 유통, 보관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분도 많아 다른 농산물에 비해 고정비용이 많이 소요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