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TK‧PK)이 지진의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지진은 피해지역인 TK(대구‧경북) 지역과 원전 단지가 속한 PK(부산·울산·경남)를 아우르는 악재다.
더 큰 문제는 영남을 휘청하게 하는 이슈가 여러 겹 쌓이고 있어 장기적 악재로 바뀔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PK 5석, TK 2석 등을 야권에 뺏긴 여권 입장에선 신공항(6월), 사드(THAAD‧7월), 지진(9월) 등 어려운 국면을 연이어 마주하고 있다.
영남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계속 잠식될 경우 내년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지역에 기반이 없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입장에선 '대망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 고비마다 '朴 대통령+새누리' 동반 하락
지난 총선 이후 영남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널뛰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나의 악재를 털어내면 다시 상승하다가도 다음 이슈가 찾아와 곤두박질치길 반복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발표된 조사(매일경제)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TK에서 43.9%(-8.3%), PK에서 38.7%(-5.1%)를 각각 기록했다. 새누리당도 TK에서 4.1% 포인트가 하락하면서 41.7%을 얻었다. 발표 이틀 전인 21일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및 김해공항 확장 발표의 여파로 해석됐다.
신공항 문제가 영남의 TK와 PK를 분열시킨 이슈였다면 7월13일 경북 성주로 배치가 결정됐던 사드 문제는 TK에 직격탄이었다. 같은 달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직무 수행평가'는 '부정'이 38%, '긍정'이 52%였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생긴 안보정국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국면도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사라졌다. 22일 발표된 조사(리얼미터)에서 박 대통령은 TK 지역에서 37.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11.9% 폭락한 수치다. PK에서도 전주 대비 10.3%가 빠져 33%에 그쳤다.
'신공항-사드-지진-미르‧K스포츠 재단' 등으로 이어진 고비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했다. 이 같은 수치는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 영남 전체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46.72%)에 비하면 우려스러운 추세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3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진 문제의 가시적인 불안감은 TK에 집중돼 있지만, 원전 일부가 PK에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영남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영남에 쌓이는 악재…野 '호재', 반기문 대망론 '빨간불'
(자료=리얼미터)
지난 총선 PK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약진한 데 이어, 각종 악재로 여권의 아성인 TK까지 흔들리는 현상은 야권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평론가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야권 입장에선 PK 지역 출신 후보가 많은 상황에서 영남이 흔들리는 현상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야권 잠룡 중 더민주 문재인(경남 거제) 전 대표와 박원순(경남 창녕) 서울시장 그리고 국민의당 안철수(부산) 전 대표 등이 PK 출신이다.
반면 충청권과 영남의 결합을 통한 표밭을 구상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경우 영남권의 분열이나 하락세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권과 박 대통령에 대한 TK의 지지세를 상수로 상정하고, PK 지역을 수성하려 했던 새누리당 친박계 입장에선 PK뿐만 아니라 TK 일부까지 등을 돌리게 되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텃밭이 휘청거리는 현상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비박계 대권 주자이자 TK 출신인 유승민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 "최근 사드와 신공항, 경주 지진 때문에 (영남 민심이) 굉장히 불안하고 폭발 직전"이라며 "지진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와는) 조금 다르게 정공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