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한 재활병원 병실에 누워있는 진모(76) 할머니 (사진=문준영 기자)
"당신들이 성공한 도민체전이라고 자축할 때 눈물 흘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삶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희는 지금 지옥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9일 열린 제50회 제주도민체육대회. 도체육회는 이날 제주시 종합경기장에서 '도전 50년, 함께 할 100년, 도약하는 제주체육'을 주제로 도민체전 개막식을 열었다.
당시 진모(76) 할머니는 대형버스를 타고 경로당 노인 20여명과 함께 도민체전에 참석했다.
제주시 삼도동 주민센터에서 경로당 회장들에게 전화해 도민체전 인원동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진 할머니의 삶은 이날 송두리째 바뀌었다. 개막식에 참석했다가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진 할머니는 당시 의자에 앉기 위해 이동하다 발을 헛디뎌 계단과 연결된 턱에서 떨어졌다.
지난 4월 29일 제주시 종합경기장에서 진 할머니가 추락한 장소 (사진=제주도 민원 게시판 홈페이지 캡처)
진 할머니는 척추가 골절돼 곧바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 측은 수술이 힘들어 뼈가 붙을 때까지 지켜보자고 진단했다.
진 할머니는 한 달 가량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또 다시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 입퇴원을 반복하다 지난 8월 4일 종합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았다.
척추 공간을 넓히고 골절 부분을 접합해 핀으로 고정 시키는 수술이었다. 수술 시간만 장장 9시간이 걸렸다.
인원동원을 부탁했던 주민센터 동장과 도민체전 관계자들은 진 할머니가 다친 뒤 병원에 1~2번 방문한 게 전부였다.
보험처리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진 할머니에게 지급된 건 100만원이 전부였다.
진 할머니의 남편 고모(78)씨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자 동사무소를 찾아가 호소했다. 연락을 준다던 담당 직원은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동안 달라진건 늘어난 치료비 뿐. 고씨가 간병 등으로 쇠약해지자 딸과 사위가 나서 진 할머니를 간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9일까지 이들이 사용한 치료비는 보험금을 제외한 본인 부담금만 2600만원이 넘었다.
진 할머니의 사위는 "하루아침에 장모님이 신체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계속된 간병과 피로로 장인의 건강도 나빠졌다"고 하소연했다.
또 "정말 이해하기 힘든 건 지금껏 행정의 안일함과 무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주민센터 (사진=문준영 기자)
해당 주민센터 직원들은 이에 대해 "종결된 사건인 줄 알고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당시 인원동원을 부탁한 동장은 지난 7월 상급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인수인계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체육담당을 맡던 직원은 "말로만 다친 걸 들었다"며 "당시 버스 2대로 이동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고 그 이후에 대해서도 알지 못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주민센터에서 아무런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행정은 취재가 시작되자 서둘러 고씨에게 전화해 보상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행사 할 때 체육시설 공제보험에 드는데 그걸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도체육회는 "당시 스포츠안전재단에 주최자 책임배상보험에 가입했었다"며 "종결된 사건이지만 후유증 발생에 따라 보험회사에서 손해사정사를 지정한 뒤 안전시설 여부 등을 점검해 보험금 지급 여부 등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진 할머니는 이후 오른쪽 어깨 인대까지 다쳐 어깨 상황을 보며 2~3개월 뒤 수술 여부 등을 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