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정감사 당시 환하게 웃던 김형준 부장검사. (사진 = 팩트TV 제공영상 캡쳐)
사람은 변하는 걸까요? 최근 불거진 '스폰서 검사 사건'의 장본인 김형준 부장검사 얘깁니다.
검찰내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 환수 등 굵직한 사건을 담당했던 김 검사는 현재 사건 무마 청탁을 매개로 스폰서와의 부적절한 돈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수상한 돈 거래 액수가 1500만원 정도 나왔지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경우 또 다른 것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 검사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여서 더 주목을 받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검사의 의혹 중에는 술집 여종업원에게 오피스텔을 얻어줬다는 것도 들어있어 호사가들을 더 자극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단지 그가 2011년과 2013년에 했던 발언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불과 몇년 전에 한 말들인데, 현재 자신의 처지와는 전혀 다른 얘기들을 하고 있어 마치 '지킬과 하이드'를 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김형준 검사는 지난 2011년 4월 8일 한 경제지에 "월家 탐욕에 칼 들이대는 뉴욕 검찰"이란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칼럼에서 김 검사는 헤지펀드 갤리언 사건을 언급하며 금융 비리 근절을 위한 검찰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갤리언 사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전화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이것이 발각되면 우리는 죽어, 끝이야"라는 증권 범죄자들의 은밀한 대화 내용도 인용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똑같지 않습니까? 김형준 부장검사는 스폰서에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내가 감찰 대상이 되면 언론에 나고 나도 죽고 바로 세상에서 제일 원칙대로 너도 수사 받고 죽어"
한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며 증권가의 탐욕을 단죄했던 그가 했다곤 믿기 어려운 발언 아닙니까.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보였던 그의 해맑은 웃음은 어떻게 해석해야될까요.
당시 국감에선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수사팀장의 진술이 정면으로 배치돼 검찰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조 지검장은 '항명 사태'로 느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형준 검사는 '전두환 추징금' 특별환수팀장 자격으로 국감장에 나와 있었는데 마침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김 검사를 일으켜 수사 소회를 물었습니다.
야당의 입장에선 김 검사를 어떻게든 칭찬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또 당시 질의를 할 차례인 모 의원이 사정이 있어 국감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자 박 위원장이 시간을 벌어 볼 요량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이크를 잡은 김형준 부장검사는 만면에 웃음을 띈 얼굴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환수 업무에 임했다"며 "한말씀 더 드리겠다. 공자의 제자중에 유자가 있다. 유자의 이야기 중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말이 있다. 법과 원칙, 기본을 세워서 길을 만든다는 뜻이다. 이번 환수팀의 업무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드는 업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검장이 눈물까지 보인 침통한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김 부장검사가 사자성어까지 꺼내며 본인 자랑에 열을 올리자 당시 참석자들이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니 우쭐했던 건 '인지상정'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3년 전 '본립도생'을 외쳤던 그분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