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스폰서 검사' 문제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현직 한 검사장은 "바닥이 아니라 지하로 떨어졌다"며 얼굴을 들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스폰서 검사' 문제는 잊을만하면 터지고 또 터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검찰에서는 '스폰서 검사' 문제가 터질 때마다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면서 '근본적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스폰서 검사' 문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사는 왜 스폰서를 필요로 할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삼성X파일 사건에 나오는 검사들과 '스폰서 검사'는 다른 건가?= 검사들이 부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방식과 내용이 다르다.
삼성X파일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이른바 '삼성 장학생'으로 불렸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엘리트 검사들을 관리하는 차원이었다. 또 삼성그룹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장학생 검사들의 실체를 폭로하기도 했다. 삼성X파일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기 전에는 검사들 사이에서 삼성장학생이 되려고 무척 애를 쓰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삼성의 장학생이 되면 승승장구해서 검찰의 요직으로 나가는 발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검사들은 삼성장학생이라는 걸 자랑하는 그런 문화가 있기도 했다고 한다.
'검사의 스폰서' 다시말해 스폰서를 두고 검사직을 유지하는 걸 '스폰서 검사'라고 부른다. 이 스폰서 검사는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에서 보듯이 개인적인 관계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자료사진)
▶ 검사들마다 스폰서를 두고 있는 거냐?= 분명하게 그렇지 않다. 상당수 아니 대부분의 검사들은 '스폰서'를 두고 있지 않다.
최근에 일어난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나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은 조직적인 '스폰서'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스폰서'다. 물론 개인적으로 스폰서를 뒀다가 계속 문제가 터지다보니 조직적인 스폰서 문화가 존재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
검찰의 문화도 엄청나게 바뀌었다. 여검사가 30%에 육박하면서 회식문화가 바뀌었고 이에따라 과거의 폭탄주 문화가 바뀌면서 '스폰서'를 두고 있는 검사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스폰서'를 두고 있는 검사를 '스폰서 검사'라고 부르는데 한 중견검사는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20기후반대까지 검사임용 시기로는 90년대 말까지는 '스폰서' 문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경준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21기이고 김형준 검사는 25기다.
▶ 검사들이 왜 스폰서를 필요로 하는 거냐?=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검찰의 검사장급 고위직들과 전직 검찰고위관계자들에게 확인해보니 스폰서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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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수사비였다고 한다. 2000년 이후로는 수사비 실비가 보전되기 때문에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에는 수사비를 검사가 스스로 충당해야 했다.
심지어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몇몇 검사들은 대출을 받아서 고가의 컴퓨터를 구입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특수부 검사가 한 달 넘게 밤샘을 하면서 수사를 할 때 수사검사와 수사관 그리고 조사를 받는 피의자와 참고인 경찰이나 국세청 등 파견인력들의 밥값과 교통비까지 개인적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검찰에서 퇴직한 변호사나 기업을 하는 동창, 사업을 하는 친척 등으로부터 수사비를 받아서 충당하는 경우가 일종의 관행이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잦은 회식문화 때문이다. 일식집이나 한정식집에서 비싼 식사를 하고 술은 주로 유흥주점에서 비싼 양주를 마셨다고 한다. 이것도 시대가 바뀌어서 문화가 엄청 바뀌었다.
2000년 일어난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으로 인해 낮에 폭탄주를 돌리는 문화가 검찰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면서 회식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 이전에는 점심때 폭탄주를 돌리다보면 저녁에까지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낮에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가 검찰청사로 자리를 옮겨서 술을 마시는 일도 가끔 있었다.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거쳐 인천지검 검사장을 지낸 이훈규 변호사가 한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1980년도에 검사업무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 상사나 선배 검사들을 통하여 검찰 스폰서 문화를 처음 알게 되었다. 보통 월 1회 정도 월말 미제를 정리한 새달 초에 부장검사의 인솔 하에 식당이나 술집에 가서 부회식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한 자리에는 대부분 부장검사와 친분이 있는 제3자가 참석하여 계산을 하였고 그때 처음으로 스폰서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세 번째는 골프문화다. 검사들은 평검사 때는 2년마다 인사를 하고 부장검사가 되면 1년마다 전보인사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검사들이 지방근무를 하게 되는데 이때 골프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배검사들이 후배검사들을 데리고 스폰서와 함께 골프를 치는 게 일종의 문화였다고 한다. 지금은 검사 수도 늘었지만 골프를 치는 검사가 상대적으로 대폭 줄어서 이 또한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검사로서 잘나가기 위해서는 스폰서가 필수였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내부의 분석이다.
'스폰서 검사'라는 말을 가장 널리 퍼뜨린 게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재력가로부터 강남 아파트 구매대금과 고급 승용차 해외여행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스폰서 검사'라는 단어가 일반화 됐다는 게 검찰안팎의 분석이다.
최근 몇년사이에 문제가 된 '스폰서 검사'나 뇌물수수로 구속된 사례를 보면 이른바 잘나가는 검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산경남지역 '스폰서 검사' 사건 때 문제가 됐던 박기준 부산지검장, 다단계 사기범인 조희팔 측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7년형을 확정된 김광준 전 서울지검 특수3부장, 친구로부터 비상장 주식과 구입대금,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경준 검사장,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까지 다들 검찰에서 잘나가는 검사였고 스폰서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름에 '준'자가 들어가는 공통점도 있다.)
특히 '스폰서 검사'들은 검찰에서도 잘나갔고 문제가 돼서 퇴직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나간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경우 국내 최대로펌이라는 김앤장에서 근무하고 있고 지금도 후배검사들에게 밥도 사고 그런다고 한다. 삼성X파일에 등장하는 검사 7명도 검찰 핵심요직을 두루거친 뒤 유명 전관변호사로서 누릴걸 다누렸다.
스폰서를 뒀다가 적발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뿐아니라 퇴직후에도 후배들 보기가 부끄럽게 된다면 후배검사들이 스폰서 문화를 따라갈까?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스폰서 문제로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대처했더라면 이지경까지 왔겠느냐?"고 말했다.
다섯 번째는 검사로서 일종의 선민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
내가 검사인데 이 정도 대접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생각을 갖기도 하고 또 선배들로부터 그런걸 배우기도 한다고 한다. 전직 한 고검장은 '스폰서 문화에 대해 "내가 잘났으니까 남들이 당연히 나를 잘 대접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후배들에게 비싼 밥이나 술을 사면서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대전법조비리 사건 이전에는 후배검사들에게 전별금을 주거나 출장이나 해외 연수를 갈 때 장도금 등을 줬는데 그 돈을 월급에서 충당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검사출신 한 국회의원은 "과거에 선배들이 대접받는 거 봤는데 요즘 세상 달라진건 생각안하고 그대로 따라하려다보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스폰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 스폰서가 만들어지는 경로는 첫 번째는 혈연이다. 집이 부유하거나 사업을 하는 형이나 가까운 친척인 경우가 있다. 처가의 장인이나 처남이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이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학연이다. 진경준 검사장이나 김형준 부장검사처럼 대학이나 고교동창 또는 선후배들이 스폰서가 되는 경우다. 검사후배들이나 언론인들에게 밥이나 술을 살 때 친구라면서 밥값이나 술값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세 번째는 지연이다. 지연이라는 것도 일종의 핑계일 수 있지만 지연을 빙자해서 스폰서를 하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국민의 정부시절 문제가 됐던 '이용호 게이트' 관련자들이 지연을 계기로 스폰서 관계가 맺어진 대표적이 사례다.
네 번째는 선배검사들의 소개로 만나는 경우다. 지역에서는 '인수인계'로 불리기도 한다. 처음 신뢰관계를 맺기가 어렵지만 관계를 맺은 뒤에는 자연스럽다. 전임자가 소개해주거나 선배검사가 소개하는 경우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돈독한 관계가 된다고 한다.
2000년대 초에 임관한 한 중견검사는 "초임검사시절 선배검사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면서 "선배 변호사로부터 일정 정도의 금액을 받아서 거악척결에 사용하는 인지부서 검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형사부에서 사건처리나 할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는 검찰에서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검사들과 관계를 맺는 경우도 종종있다. 지역유지들은 어떤 방식이건 검사들과 인연을 만들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스폰서와 검사의 관계가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 '스폰서'들은 왜 검사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하는 거냐?= 김형준 부장검사와 그 친구의 관계에서 보듯이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이다.
주류도매업을 하면서 검사들의 스폰서였던 A씨에게 왜 그렇게 스폰서를 했느냐? 라고 물어봤더니 "고향후배의 소개로 B검사를 알게됐고 B검사를 통해 많은 검사들과 골프도 치고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셨다"면서 "직접적으로 사건해결을 부탁하거나 그런적은 없다면서 일종의 '병풍'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잘나가는 검사와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고 한다는 걸 주변에 과시하면서 자신의 백그라운드로 삼는다는 것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스폰서를 없앨 수는 없는 거냐?= 스폰서 문화가 검사나 판사들의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 경찰도 그렇고 고위공직자들이나 국회의원, 잘나가는 교수들,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처럼 잘나가는 언론인들도 스폰서가 있는 경우가 적지않다.
일단 문제가 되고 있는 검사들의 스폰서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검사들의 힘을 빼야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방검사장, 고등검사장 선출제와 일본식 검찰심사회 등을 제안했다. 법학교수들은 '검찰 내부개혁'에 무게를 둔다. 검찰 인사의 투명성, 대검 감찰본부 독립기구화 등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직 검사들에게 스폰서 문화를 없애는 방법이 뭐냐?고 물었더니 많은 수가 인사제도의 개선을 거론했다. 검찰인사를 담당하고 있어서 '황태자'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과장이 전직 법조고위직 출신의 아들 또는 사위이거나 청와대를 거친 검사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검사출신인 더불어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면서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 권력집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경찰대 1기출신인 황운하 경무관(경찰대 교수부장)도 검찰개혁은 그들의 '직접수사권'을 없애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