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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이 남긴 것은?…'새누리당 여당인가 야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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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책임론 비등…"야당 연습하나" 냉소적 반응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은 새누리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 사태가 하루 반나절 만에 우여곡절 끝에 해결됐다.

정세균 의장은 2일 오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전화 협의를 통해 본회의 사회권을 박주선(국민의당) 부의장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국회 파행사태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정 의장은 "제때 민생 현안이 처리 안 되는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현안을 하루도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제가 결단을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당초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가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수준으로 낮췄지만 이 부분은 수용되지 않았다. 정 의장은 개회사의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회사는 정말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진심이지 다른 어떤 사심도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다만 새누리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 새누리당, 집권여당 책임론 비등

파국은 면했지만 새누리당은 이 번 일을 통해 집권당의 지위를 망각했다는 이미지를 일반시민들에게 깊이 남기게 됐다.

특히 민생 위기를 들먹이며 추경안 합의를 압박하더니 정작 본회의 문턱에서 정치싸움의 '볼모'로 삼는 무책임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치권에선 정 의장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 치더라도 이를 빌미로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한 것은 집권당 책임을 내팽개친 처사라는 비판론이 비등하다.

서원대 정상호 교수는 "문제 제기 정도로 끝낼 사안인데 과한 측면이 있다"며 "여당이 오히려 발목잡기하는 모양새는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실 점거 행위 등은 야당으로부터 "야당 연습하는 것"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반면 정 의장으로선 새누리당에 비해 명분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새누리당의 주장과 달리 사드(THAAD) 배치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고 절차를 문제 삼은 것이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는 일반적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 위배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였다.

시간을 끌수록 새누리당은 집권당 책임론이 커지면서 불리한 형국에 빠지고, 출구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정 의장은 소신발언을 통해 정국의 한 축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한편으론 향후 새누리당의 집중 견제 대상으로 부각됐다는 부담을 안게 된 측면도 있다.

◇ 정기국회는 대선 전초전…사드, 禹수석, 예산·세제 등 놓고 격돌

문제는 양측이 감정이 악화될 정도로 한판 자존심 대결을 펼친 만큼 앞으로 100일 가까운 정기국회가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의장이 언급한 사드와 우병우 수석 문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비롯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책임 규명, 백남기 씨 청문회 등의 '암초'가 즐비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와 세법 개정을 둘러싼 '세금 전쟁'도 여야의 혈투를 불러올 소재다. 국회에선 "11조 추경 처리도 그리 힘들었는데 400조 예산은 오죽하겠느냐"는 한숨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대선전까지 염두에 두고 야심적으로 발의한 경제민주화 입법과제 34개안을 놓고도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이 취임 석 달밖에 안 된 국회의장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무리수를 둬가며 초강경으로 몰아붙인 배경도 대회전을 앞둔 기선제압 성격이 짙다.

이번 정기국회가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인식되면서 수권정당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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