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무더위에 겹친 가뭄 속에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계곡 인근 음식점 등이 주민들이 공동식수로 사용하는 관정에서 수영장 물을 몰래 빼돌려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올 여름 무더위에 겹친 가뭄에 시달리던 전북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계곡 인근 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음식점 중 수영장을 갖춘 세 곳이 마을 공동식수로 쓰는 관정에서 몰래 물을 빼내 수영장을 가득 채운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21일 만난 대아리 주민 김은호(53) 씨는 "마을에 관정을 두 곳이나 두고 있는데 마실 물은 고사하고 씻을 물마저 부족하다"며 "이상하다싶어 관정을 살펴보다 수영장으로 통하는 관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수영장을 운영하는 음식점 관계자들은 관정 펌프를 돌리기 위해 주민들이 갹출하는 전기세도 내지 않은 채 물만 고스란히 빼내갔다고 주민들은 강조했다.
다른 주민은 "아랫마을은 관정 전기료로 월 3000원 정도 내는데, 우리 마을은 2만 원 넘게 냈다"며 "돈은 돈대로 내면서 물은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주민들이 공동식수를 사용하는 관정에서 인근 음식점 수영장으로 몰래 이어진 관로. 식수 등 물 부족의 원인이 된 이 관로를 파손하다 주민과 수영장 관계자 사이의 물리적 다툼도 발생했다. (사진=임상훈 기자)
계곡 인근 수영장 세 곳은 관정의 공동식수 뿐 아니라 계곡 상류 물길을 시멘트로 인위적으로 막고 200㎜ 파이프 등을 묻어 계곡물마저 수영장을 채우는데 쓰는 등 얌체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계곡 상류에도 물이 마르고 고인 물은 녹조로 오염되는 등 환경마저 훼손되고 있다.
때 아닌 물싸움은 법적, 물리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공동식수 관정에서 수영장으로 향하는 관로를 일부 주민들이 파손하는 과정에서 수영장 관계자들과 다툼이 벌어져 세 명이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이 관정을 사용하는 대아리 주민 40여명은 최근 수영장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완주경찰서에 접수했다.
김 씨는 "관정의 물을 주민들 식수로만 사용하면 절대 부족하지 않다"며 "돈벌이도 좋지만 어떻게 식수를 수영장 물로 몰래 빼돌렸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