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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인증서류 위조' 중학생도 아는데…환경부만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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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번호 대조, 구글서 5분만에 가능한데 환경부 깜깜이…폭스바겐은 허점 파고들어

지난 2일 환경부 홍동곤 교통환경과장이 폭스바겐의 인증서류 위조 수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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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기자회견 도중 환경부 홍동곤 교통환경과장이 패널을 집어 들었다. 사방에서 연방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렸다. 아우디 A7의 소음시험성적서가 어떻게 조작이 됐는지 보여주는 서류 두 장이 패널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폭스바겐의 서류조작 형태를 보면, 왼쪽에 보이고 있는 이 그래프가 2012년에 독일에서 인증을 받은 그런 차량이 되겠습니다. 차량 명칭은 'A6' 차량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차는 'A7' 차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A7 차는 독일 정부의 인증 받은 서류가 없기 때문에 배출가스성적서가 없던 것입니다. 그래서 폭스바겐 측에서는 이 A6 차량의 소음성적서를 그대로 옮겨서 차량만 A6 대신에 A7으로 고친 그런 조작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이날 환경부가 공개한 서류를 보면, 폭스바겐은 그냥 성적표에 있는 이름만 바꿔서 인증을 신청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이렇게 황당하고 대담한 조작을 벌였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아우디폭스바겐 측이 지난달 25일 청문회에서 내놓은 변명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홍 과장은 당시 아우디폭스바겐 측이 "'서류가 수정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인증취소까지는 좀 과하다'라는 그런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한 나라의 자동차 인증체계 자체를 무력화 시켜놓고, 별 것 아닌 양 '인증 취소가 과하다'고 역으로 대응한 그들의 적반하장.

우리 정부의 자동차 인증체계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수입차 메이커들이 이런 태도를 보였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과연 지금의 인증체계는 이런 기초적인 조작조차 걸러내기 힘든 것일까.

◇ 인증당국 "서류조작 확인하기 어렵다.. 원산국 인증서류 필요"

독일에 제출한 정상서류(A6; 위)와 한국에 제출한 위조서류(A7; 아래) 모델명만 다르고 차대번호 등이 모두 동일하다. 세상에 차대번호가 같은 차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량 인증을 맡고 있는 교통환경연구소는 조작 사실을 알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한-EU FTA 협정에 따라 현재는 서류만 보고 인증을 내주도록 돼 있고, 우리는 서류의 내용이 적합한지 검토할 뿐 위조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서류조작이 드러난 것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일 정부에서 인증을 내준 서류가 컴퓨터에서 나오면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대조할 수 있는 본국의 인증서류 원본이 없으면 위조 사실을 알 길이 없다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었다.

해당 관계자는 위조 여부를 확인하려면 수입차 원산국에서 인증서류를 요청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과연 위조여부를 판별하려면 그렇게 어려운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자동차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법안전융합연구소 최영석 전문위원은 차대번호 조회만으로도 쉽게 위조여부를 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디폭스바겐이 우리 정부에 제출한 아우디 A7의 소음시험성적서에는 차대번호(Chassis-nr)가 기재돼 있다. 이 차대번호만 조회해보면 단번에 해당 차량의 모델 등 각종 제원을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차대번호 입력하자 바로 뜨는 차량제원

실제로 기자가 구글 검색기에 'VIN check German car' (VIN은 Vehicle Identification Number 즉 차대번호)라는 검색어를 치자 차대번호 조회 사이트가 한가득 표시됐다. 그 중 한 곳인 www.vindecoder.pl 사이트에서 시험성적서에 나온 차대번호(WAUZZZ4G8CN001670)를 입력해봤다.

곧바로 차량의 제조사부터 연식, 모델 등 각종 제원이 표시됐다. 그리고 정확히 차량 모델이 '2012년식 A6'라고 적혀 있었다. 검색에서 확인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영어를 어느정도 읽을 줄 아는 중학생도 쉽게 위조여부를 판별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차대번호 조회 사이트(www.vindecoder.pl)에서 A7 위조서류에 기재된 차대번호로 조회한 결과. A6 차량의 차대번호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vindecoder 홈페이지 캡쳐 사진)

 

최 위원은 "특히 해외의 경우는 차량 도난이나 보험 사항 때문에 차량 이력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고, 차대번호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중고매매업자들도 알고 있는 정보인데 이걸 확인 안하고 위조여부를 판별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우디, 폭스바겐을 포함해 유럽산 차량에 대한 인증은 지난 2011년부터 발효된 한-EU FTA에 따라 샘플을 직접 뽑아 인증시험을 거치는 방식에서 서류 인증으로 대체됐다. 원산지 국가에서 인증을 해준 서류를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서류인증도 철저하게만 진행되면 이번에 간단한 실험에서도 확인했듯이, 가짜 인증 여부 등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다. 그러나 환경부는 서류인증을 허술하게 진행했고, 그 틈을 폭스바겐이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과연 이런 허점을 폭스바겐만 알고 있었을까. 그래서 최근 시작된 수입차 전체 브랜드에 대한 서류조작 여부 전수조사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자동차 인증 관계자들이 대부분 대기질과 관련한 전문 인력들이고, 자동차 기계 자체에 대한 전문가가 별로 없어서 생긴 문제"라며 "인력을 보강하거나 적어도 민간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적으로 "이번에 폭스바겐에 부과한 과징금의 1%만 민간 전문가들에게 현상금으로 내걸어도,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 조작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폭스바겐 측이 배출가스 장치 조작 여부를 시인하지 않아 리콜이 자꾸 늦어지는 문제도 일정부분 인증 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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