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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뮤직, 로엔 빠진 SM·YG·JYP가 계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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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뮤직 진단 ③] 애플뮤직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 과정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이 5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음원 저작권 활로와 수익배분 문제는 물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음악 유통권을 두고 '치킨게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노컷뉴스에서는 연속기획으로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을 진단 한다. [편집자 주]

[연속기획 순서]
① 애플뮤직 한국 진출 '뭣이 중헌디?'
② 애플뮤직이 창작자 쥐어짠다고?…업계 관행 깨나
③ 애플뮤직이 두렵나?…SM·YG·JYP가 계약한 이유
④ 애플뮤직은 SM·YG·JYP의 힘을 믿었다
⑤ 음원 유통권으로 버티는 국내 업체들
⑥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1
⑦ 세계 음원 시장 스트리밍으로 재편-2

 

NOCUTBIZ
5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뮤직은 멜론, 지니, 엠넷뮤직 등이 스트리밍+다운로드 결합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것과 달리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만 내놓고 있다. 애플의 아이튠즈가 앨범을 다운로드 하는 방식이었다면, 애플뮤직은 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과 인터넷 음악 라디오 전문 서비스다.

SM·YG·JYP 등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의 모든 음원을 애플뮤직에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가수인 아이유 노래는 들을 수 없다. 왜일까?

◇ 애플뮤직에 엑쏘는 있고 아이유는 없는 이유

애플뮤직은 한국 서비스에 앞서 국내 음원 저작권 단체와 제작자, 음원 유통사를 모두 만나 저작권료 및 유통 협상에 나섰다. 이중 작사가·작곡가 권리 위탁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음악 제작자 권리 위탁 단체인 한국음반산업협회, 가수와 실연자 권리 위탁 단체인 한국실연자협회와 저작권 계약을 맺었거나 서명만을 앞두고 있다.

음원 유통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KT 뮤직, CJ E&M, 벅스 등과도 개별 접촉을 했지만 이들 주요 유통사들은 애플뮤직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뮤직이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저작권 단체들과 '73.5:26.5' 비율이라는 기존 징수 규정보다 높은 비용을 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수료나 수익 배분 문제에서 유통사들이 굳이 거절할 만한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징수 규정 지정 배분율이 아닌 자율협의를 통한 계약은 음원 공급자가 상대적으로 '갑'이기 때문이다.

애플뮤직으로서는 국내 음원의 49.4%를 유통하고 있는 로엔과 19.2%인 KT뮤직, 18.6%를 쥐고 있는 CJ E&M 등과 반드시 음원 유통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어찌된 일인지 애플뮤직은 이들 음원 유통사와 초기 몇차례 계약서를 들고 접촉을 하다 발길을 끊었다.

명시적인 이유는 상호간 계약이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지만, 사실 이들 3대 음원 유통사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음악 플랫폼 서비스, 멜론과 지니, 엠넷뮤직의 경쟁 상대인 애플뮤직을 견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음원의 유통과 서비스는 저작권자(작사·작곡가·실연자), 제작자, 음원 유통사가 모두 동의해야만 가능하다. 어느 일방이 거부하면 국내에서는 음원 유통도 서비스도 모두 불가능하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뮤직은 SM·YG·JYP의 음원을 위탁 유통하고 있는 KT뮤직과 계약을 추진했다가 거절당한 뒤 직접 SM·YG·JYP와 접촉했다. 이미 자사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 경험이 풍부한데다 애플 아이튠즈를 통해 큰 재미를 봤던 이들 3대 연예기획사는 KT뮤직에 압력(?)을 가해 애플뮤직에 자사 음원을 공급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자사 음원을 포함해 국내 음원의 49.4%(약 1천만곡)를 위탁받아 유통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애플뮤직과의 계약 결렬로 음원 제공을 하지 않고 있다. 로엔은 최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국내 인디 음원의 상당수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뮤직이 국내 대부분의 음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로엔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아이유는 가수로 실연자에 해당한다. 직접 작사·작곡도 해 애플뮤직과 계약을 맺은 한국저작권협회와 한국실연자협회를 통해 애플뮤직에 스트리밍 되는 곡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소속사이자 음원 유통권을 쥐고 있는 로엔이 애플뮤직에 음원 공급을 거절하면서 아이유는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지만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아이유의 디지털 음반이 아이튠즈에 올라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과점화 된 국내 음원 유통시장에 활로 '메기 효과'

음원 유통사가 단순히 음원만을 유통하고 있다면 애플뮤직에 국내 음원이 공급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저작권 수익 배분도 국내 음악 서비스 사업자보다 높게 쳐주기 때문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스트리밍 되는 경우 국내 계약 배분율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해외 유통 채널이 열리면서 수익도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음원 유통사가 음악 서비스 사업까지 도맡으면서 이같은 비정상적인 경쟁은 이미 예고된 부분이었다. 특히 로엔은 연예기획사를, CJ E&M은 방송콘텐츠를 이용한 음악 제작을 하는 제작자 역할도 하고 있다.

로엔의 멜론, KT뮤직의 지니, CJ E&M의 엠넷뮤직, NHN엔터의 벅스 등을 통해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유료 음악 서비스 가입자는 약 600만 명이다. 애플뮤직의 1500만 명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다. 하지만 음원 확보는 음원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과 수익 확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일종의 무기다.

 

로엔이 확보하고 있는 음원도 자사 멜론뿐 아니라 지니, 엠넷뮤직, 벅스 등에서도 들을 수 있다. CJ E&M이나 NHN엔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사가 독자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적인 음원을 자사 서비스에만 일정기간 독점 공급하거나 자사 서비스 메인과 각종 차트 등에 집중적으로 끼워넣기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사의 수익을 극대화 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이때문에 저작권 수익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국내 사업자들의 서비스도 음악차트 외에 운동할때, 여행할때, 휴식할때 등의 테마 음악을 선별해 서비스 한다. 애플뮤직의 큐레이션과 비슷한 서비스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이 서비스하는 큐레이션은 큐레이터가 인위적으로 모음곡으로 묶거나 테마곡으로 지정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애플뮤직의 큐레이션은 인위적인 개입을 배제하고 이용자가 선호하거나 검색하거나 필요한 상태에 따라 매우 개인화되어 음악이 추천된다. 이미 사업자가 지정한 테마곡을 듣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애플뮤직의 큐레이션이 특별할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애플뮤직이 한국시장에 진출한지 불과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애플뮤직의 큐레이션은 이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데이터가 쌓이면서 역량을 발휘하는 시스템이다. 이용자가 더 많은 음악을 듣고 더 많은 활동을 할 수록 개인에게 최적화된 음악 큐레이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섣불리 서비스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 시장 재편의 시기가 왔다…애플뮤직을 이용하라

국내 서비스가 이용자 중심이 아니라 가입자를 잡아두는 판매방식에 집중하는 동안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글로벌 음악 서비스는 개인화된 모바일 환경에 맞춰 가장 혁신적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유료 가입자 수가 이를 말해준다.

물론 한국인이 한국 음원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시대,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600만 명이라는 한정된 국내 유료 음악 시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K팝을 중심으로 한류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들 국내 사업자를 통해 음원을 듣는 해외 가입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음원에 대한 할인 판매 개념은 매우 희박하다. 창작자에게 제 값을 주고 사야한다는 정의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 저작권에 대한 강화가 국제 조약으로 확대되고 기업간 특허 싸움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을 토대로 음악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고 과점화된 시장을 푸는 창작자와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있다. 이른바 '메기효과'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애플뮤직이 서비스가 좋아서 반가운 것은 아니다. 비슷한 서비스는 얼마든지 있다"며 "애플이 갖고 있는 서구권의 창작자에 대한 존중 문화가 국내에도 확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음악 저작권자의 권리를 국제 기준으로 높히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면서 "국내 유료 음악 시장이 많이 커졌고, 소비자와 사업자, 저작권자가 충분히 상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한 말이다. "빨리 움직여 문제점을 해결하라. 당신이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당신은 빨리 나아갈 수 없다."

일부에서는 애플뮤직의 국내 음원 부족이 국내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사실 애플뮤직으로서는 국내 시장 안착이든,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든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애플의 이익이 아니라 가수와 연주자 같은 실연자, 많은 비용을 들여 음악을 제작하는 제작자,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서비스가 더 없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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